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가 정기휴무로 닫혀있다. 2022.7.24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가 정기휴무로 닫혀있다. 2022.7.24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의 일요일 월 2회 휴무가 의무이지만, 지자체별로 조례를 통해 의무휴업 요일을 변경할 수 있다. '주말에 고객이 더 많이 온다, 온라인 매장도 주말에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명목으로, 마트 자본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더 많이 영업하고 싶어 한다.

지난 2월, 대구광역시는 의무휴업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변경했다. 충청북도 청주시도 3월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열어 마트 의무휴업의 평일 변경을 의결하고 5월부터 의무휴업을 수요일로 변경했다.

하지만 남들 쉬는 주말에 출근해야 하는 마트 노동자들에게, 일요일 의무휴업은 건강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시민과 이해관계자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지만, 거기에 마트 노동자들의 휴식권은 없었다. 청주시의 의무휴업 평일 변경 6개월이 지난 지금, 마트 노동자들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지를 홈플러스 동청주지회 최은숙 지회장을 만나 들어보았다.

주말 의무휴업 변경이 초래한 일상의 변화

최은숙 지회장은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지는 것, 함께 쉬지 못하고 함께 모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을 많이 이야기했다.

"의무휴업 변경 이전 연차까지 포함하면, 한 달 중 주말에 4~5일은 돌아가면서 쉬었던 것 같아요. 수요일로 변경되면서 지금은 적게는 한 번인 경우도 있었고, 최대로 잡아도 연차 포함해서 서너 번 정도인 거 같아요.

그러니 가정생활이나 일상의 변화가 커요.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업무를 해야 하는 마트 노동자들한테는 두 번 의무적인 일요일 휴무가 굉장한 위안이고 정신적인 충전의 시간이에요. 가족과의 정서적인 나눔을 하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그런 안정감과 기대감이 되게 컸는데, 그런 시간이 점점 없어지면서, 거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어요. '주말에 한 번 더 쉰다고 얘기하는 게 뭐가 어렵냐'면서 갈등이 생기기도 했고요. 저희가 연배가 어느 정도 있다 보니 자녀들이 다른 지역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주말에만 자녀들을 볼 수 있잖아요. 가족이나 동료 모임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되게 많아요. 나는 수요일에 혼자 쉬니 왠지 고립된 느낌도 들고, 같이 못 쉬는 것에 대한 미안함도 크죠.

교육이나 집회 등 제가 가고 싶은 일정도 주말에 많잖아요. 가고 싶은 건 많은데 주말이라는 이유로 못 가는 것도 걸리죠. '이번에도 저희는 못 가요. 아시죠?'라고 얘기하는 게 때로는 미안하기도 하고, 때로는 '동료의 따가운 시선이 있어도, 내가 꼭 갔어야 했나' 등의 고민도 많이 해요."
 
의무휴업이 수요일로 변경된 후 홈플러스 동청주점 노동자들의 11월 스케줄표. 주말에 휴무를 자주 사용하지 못해서, 연차 사용의 힘듦이나 노동강도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노동자들의 스케줄을 재구성한 것. T는 연차, Y는 휴무, YY는 의무휴업일, 9.0과 13.0은 출근시간을 의미한다.
 의무휴업이 수요일로 변경된 후 홈플러스 동청주점 노동자들의 11월 스케줄표. 주말에 휴무를 자주 사용하지 못해서, 연차 사용의 힘듦이나 노동강도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노동자들의 스케줄을 재구성한 것. T는 연차, Y는 휴무, YY는 의무휴업일, 9.0과 13.0은 출근시간을 의미한다.
ⓒ 마트산업노조홈플러스동청주지회. 한노보연재구성

관련사진보기

 
홈플러스 동청주점 노동자들은 한 달의 스케줄을 부서별로 서로 조율한다. 의무휴업이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된 후, 노동자들은 주말 휴무를 연속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인원이 부족하다면서 갑자기 스케줄이 변경되는 경우도 늘었다.

"스케줄의 경우 우리가 서로 조율해서 올려주면 관리자들이 확정하거든요. 예를 들어 11월 스케줄은 10월 20일경에 잡기 시작하는데, '정말 중요한 휴무 2개만 체크해 주세요, 주말 휴무 체크 불가합니다'라고 해요. 너도나도 주말에 쉬고 싶잖아요. 그러다 보니 스케줄 짤 때 서로 눈치를 보거나,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죠. 주말에 휴무로 체크했지만, 관리자들이 '이때는 인원이 부족하니 나와주십시오'라고 하는 경우도 다반사예요. 스케줄이 며칠 전에 갑자기 변경되는 경우도, 의무휴업 변경 후 더 잦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개인적인 볼일을 잘 못 보는 경우도 많죠."

연차 사용에 눈치가 보여 사용 횟수도 감소했고, 주말이란 바쁜 시기에 출근해서 일해야 함에 따라 노동강도도 증가했다는 점 역시 강조했다.

"저희가 매달 둘째, 넷째 수요일에 쉬잖아요. 프로모션 등 마트 행사가 보통 화요일에 바뀌니 그날은 바쁘니까 쉬지 말라고 하고, 주말은 주말이라 바빠서 안 된다고 하고, 그렇다고 월요일에 연차를 내면 월요일에 이렇게 많이 쉬면 어떡하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해요. 스케줄이 정말 꼬이는 거죠. 저는 의무휴업 변경으로 인해 노동강도가 더 높아졌다 느껴요. 주말에 일하는 횟수가 많은데 금토일 일하는 경우가 최악이에요. 가장 바쁜 시간대에 일하고 집에 오면 정말 꼼짝도 못 해요. 가정일이고 뭐고 엉망진창이죠. 진짜 그날은 오롯이 누워서 쉬어야 해요. 그게 또 쌓이면 갈등의 거리가 되기도 하고요."

주말 휴무 쟁취 투쟁,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은숙 지회장은 청주시의 일방적인 변경 당시, 마트 노동자들이 우울감과 상실감, 허탈감을 강하게 느꼈다고 회상했다. 

"회사와 청주시가 너무 일방적이고 졸속으로 시행해 버려서 이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 같아요. 청주시에서 여론조사를 한다고 했는데, '일요일에 문을 안 여니 고객이 불편하다'는 것에만 집중되었고 이해 당사자인 우리의 의견은 하나도 반영이 안 되었죠. 우리한테도 가족이 있고 개인 생활도 있는데 그에 대한 존중이 하나도 없었어요. 자괴감이나 우울감, 번아웃도 많이 느꼈어요. 변경된다고 얘기하고 확 시행되었을 때 '이게 뭔가, 허탈하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서울 강서구나 전라남도 목포시에서 투쟁으로 마트 의무휴업 평일 변경을 저지했던 것처럼 주말 휴무를 되찾아올 수 있다는 불씨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조합은 계속 저지 투쟁을 이어가고 있어요. 청주에서 의무휴업을 일방적으로 평일로 변경할 때 진행했던 시청 앞 피케팅은 지금은 계속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노조에서는 전국적으로 더 이상의 변경을 막는 데에 집중하고 있어요. 청주, 대구는 이미 시행이 되어 안타깝지만 더이상 확대되지 못하도록 하자는 거죠. 다른 지역에서 변경한다고 할 때 연대 투쟁도 같이했어요. 강서구에서 막아내기도 했고요. 앞으로는 더 나아가서 빼앗긴 주말 휴무를 되찾는, 그런 투쟁으로 이어가려고 합니다. 물론 '이거 다시 찾아올 수 있겠어?' 라는 분위기도 있죠. 하지만 불씨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어요.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고 반복해서 얘기해야 할 것 같아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조건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3년 12월호에도 실립니다.


태그:#마트일요일의무휴업사수
댓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