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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의 2인 독임제 형태의 결정은 다 위법한 형태입니다. 또다시 중대 결정을 한다면, 제2·3의 이동관도 모두 탄핵시키겠습니다." -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용산 대통령실의 시계가 여의도 국회의 시계보다 조금 더 빨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표를 빠르게 수리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발의돼 보고됐던 탄핵소추안 표결도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이 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할 게 아니라 그를 파면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국회가 추진하는 탄핵 절차를 존중했어야 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방통위원장의 '공영방송 민영화' 움직임을 일단 저지시키게 된 데 대해 "언론자유 지키기 위한 수많은 이들의 성과"라고 긍정 평가했다.

아울러 이 방통위원장 재임 당시, 일반적으로 '5인 체제'로 구성된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운영되면서 주요 공영방송을 민영화하려 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2인 체제로 언론 지형에 변화를 가져올 중대 결정을 내릴 경우, 어떤 방통위원장이든 탄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이동관 아바타 임명 위해 국회 무시... 꼼수로 국정 훼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홍익표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거부권 남발 규탄 및 민생법안 처리 촉구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홍익표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거부권 남발 규탄 및 민생법안 처리 촉구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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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 방통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의 사표 수리가 결정된 1일 오후 2시 20분께 국회 로텐더홀에서 '거부권 남발 규탄 및 민생법안 처리 촉구 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방송 장악을 위해서 그리고 이동관의 아바타를 임명하기 위해서 이렇게 국회를 무시하고 사퇴시키는 꼼수로 국정을 훼손하고 있다"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민이 늘 옳다고 말씀하시던 대통령은 대체 어디에 계시냐, 국민을 존중한다는 것은 말뿐인 것이냐"고 물은 뒤 "지금은 힘이 있어서 침묵할 수 있지만 역사와 국민은 결코 이 사태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헌정질서를 훼손한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사표 수리, 매우 잘못됐다. 파면시켰어야 했다"며 "잘못된 공무원, 범죄 혐의가 있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사표 수리를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파면 조치를 하든, 잘못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국회가 추진하는 헌법적 절차인 탄핵 절차에 순순히 응했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에 가서 본인들의 범죄 혐의가 인용될 것을 우려해 이동관의 뺑소니를 사표 수리라는 이름으로 허용한 것은 매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헌법을 유린하고 범죄 혐의를 저지른 고위공직자에 대한 법적 처리를 대통령이 방해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홍 원내대표는 방통위의 2인 독임제 체제를 비판하며 "제대로 된 방통위원장을 보내시기 바란다.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다면 국회는 그에 대한 정당한 탄핵권을 갖고 있다"며 "또다시 이동관이 했던 방식대로 하는 방통위원장을 보낸다면 그대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당내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규탄 대회 후 이어진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사표 수리를 "비겁한 방법"이라고 규탄하면서도 "결국엔 많은 이들의 힘으로 언론 장악 기술자 이동관을 끌어내렸다. 연합뉴스TV와 YTN 민영화도 멈춰세웠다"고 평가했다.

고 최고위원은 또 "이는 민주당만의 성과도, 야4당 공동대책위원회만의 성과도 아닌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한 수많은 이들의 성과"라며 "민주당은 다른 야당은 물론 바깥에 있는 시민 사회 단체를 비롯한 수많은 국민과 함께 공동전선을 흩트리지 않고 윤석열 정권의 폭주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물러나라 종용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국회의장 사퇴촉구 및 의회폭거 규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국회의장 사퇴촉구 및 의회폭거 규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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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을 주도했던 민주당을 거칠게 비난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스스로 물러나면서 방통위 기능이 일시적으로 정지된 책임을 야당에 돌린 것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이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도망'이라 표현한 데 대해 "민주당 수준을 딱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자기들의 정략적 목적이 100% 달성되지 않았다고 그런 수준 낮은 표현 써가면서 이 상황을 호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제2, 제3의 이동관도 탄핵하겠다'라는 민주당의 입장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국민을 상대로 협박하는 것"이라며 "잘못이 있어야 탄핵 사유가 되고, 헌법적으로 그 권한을 정지시키는 중대성이 있어야 탄핵하는 게 당연한데, 임명하는 족족 탄핵하겠다는 것은 국민 협박에 다름 아니고, 공당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다. 그렇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어차피 민주당이 원한 건 식물 방송통신위원회 아니었느냐?"라며 "이 전 위원장을 향해 물러나라고 종용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탄핵 절차를 위해 사퇴하지 말라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깃털처럼 가벼이 '복붙'해 제출했던 탄핵소추안은 오로지 직무정지를 위한 '묻지마' 탄핵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이 전 위원장의 사의는 국정에 부담을 주지 않고 방통위의 기능 마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라며 "탄핵의 '진짜 이유'는 방통위를 식물 기관으로 만들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송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며, 이재명 대표 수사를 막기 위해선 물불 가리지 않는 정치적 횡포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대한민국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 역시 구두논평을 통해 "임명 98일만에 수장을 잃은 방통위는 당분간 업무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라며 "결국 방통위를 무력화시키고자 한 민주당의 '나쁜 탄핵'으로부터 방통위를 지키고자, 이동관 위원장 스스로 직을 던지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민주당의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은, 문재인 정부 시절 이루어진 기울어진 운동장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함"이라며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숫자를 앞세운 힘에 맞서 반드시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세워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관 "언론 정상화의 기차는 계속될 것" 엄포
 
국회 탄핵표결을 앞두고 자진사퇴를 밝힌 뒤 윤석열 대통령의 사표 수리로 방송통신위원장에서 물러나게 된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사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동관 방통위원장직 자진 사퇴 국회 탄핵표결을 앞두고 자진사퇴를 밝힌 뒤 윤석열 대통령의 사표 수리로 방송통신위원장에서 물러나게 된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사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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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당사자인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제가 위원장직을 사임한 것은 거야의 압력에 떠밀려서가 아니다. 또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치적 꼼수는 더더욱 아니다"라며 "오직 국가와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위한 충정에서"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 거대 야당이 국회에서 추진 중인 저에 대한 탄핵 소추가 이뤄질 경우에 그 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 개월이 걸릴 지 알 수가 없다"라며 "그동안 방통위가 사실상 식물상태가 되고, 탄핵을 둘러싼 여야 공방 과정에서 국회가 전면 마비되는 상황은 제가 희생하더라도 피하는 게 보직자의 도리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런 탄핵소추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저는 국회의 권한을 남용해 마구잡이로 탄핵을 남발하는 민주당의 헌정질서 유린 행위 대해서는 앞으로도 그 부당성을 알리고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라며 "언론 정상화의 기차는 계속 달릴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태그:#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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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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