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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청사에 국방부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2022.11.24
 국방부 청사에 국방부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2022.11.24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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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경북 지역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 채 상병 사고 조사 등과 관련, 군 형법상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된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측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국방부 내부 문건이 유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3일 입수한 <해병대 순직 사고 조사 관련 논란에 대한 진실>이란 제목의 문건은 A4용지 12쪽 분량으로 국방부 검찰단의 박 대령 수사를 놓고 제기된 쟁점들을 군 당국 입장에서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 국방정책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확인된 문건은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의 문제점과 이첩 보류 지시의 정당성 ▲문서 결재 이후 지침 변경의 정당성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는 적법한 권한의 행사 ▲수사개입 주장의 허구성 ▲국방부 차관과 법무관리관의 직권남용 주장의 허구성 ▲대통령실 개입 주장의 허구성 등 1~11번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군 당국 관점으로 채 상병 수사 쟁점 설명

문건은 "군사법원법에 의거 민간 수사기관에 이첩하여야 하는 3대 이관 범죄(군내  성폭력 범죄, 군인 등의 사망 사건이 되는 범죄, 입대 전 범죄)에 대해 국방부 장관과 설치부대장의 지휘·감독 권한을 배제한다는 규정은 그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법령상 이첩 업무를 수행하는 주체로 규정된 군검사나 군사경찰은 독단적으로 이첩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당연히 직무상 상관의 지휘·감독에 따라 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의 주장은 대통령령인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 제7조에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범죄를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대검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또는 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과 배치된다.

또 국방부는 지난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한 조사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한 것과 관련해선 "경북경찰청과 협의하여 이첩이 접수되지 않은 조사기록 서류를 (박정훈 대령) 항명 사건의 증거 자료로 수집하였다"고 재차 강조했다.

국방부는 "당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기록은 전 수사단장이 해병대 사령관의 정당한 명령을 위반하여 권한 없이 보낸 서류이고, 경북경찰청이 해당 기록을 공문이나 형사사법포털(KICS) 시스템 등으로 정식으로 접수하기 전에 인수한 것이므로 절차상 문제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경북경찰청으로 조사기록을 직접 이첩했던 해병대 수사단 제1광역수사대 수사관들은 정식 절차를 거쳐 이첩을 완료했다는 입장이어서 이 역시 사실 관계를 놓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지난 8월 30일 국방부 검찰단이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제출한 박정훈 대령구속영장청구서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해당 문건에서 국방부는 지시 사실이 없었다는 주장을 폈다.

문건은 "일각에서는 전 수사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서에 기재된 내용에 근거하여 특정인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거나 수사자료는 법무관리관실에서 최종 정리해야 한다는 등의 장관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라고 적시했다. 이어 "하지만 영장에 기재된 내용은 군검사가 해병대 부사령관의 진술서를 바탕으로 요약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당시 국방부 회의에 참석했던 해병대 부사령관은 장관의 지시사항을 추후에 복기하는 과정에서 장관의 지시사항과 법무관리관의 법리설명을 혼동하여 모두 장관 지시로 잘못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군 검찰의 영장청구서에는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이 7월 31일 오후 2시 10분경 국방부에 들어가 우즈베키스탄 출장 직전이던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이첩 보류' 등의 지시를 받고 해병대 사령부로 복귀했다'고 기술돼 있다. 이어 정 부사령관이 '수사 자료는 법무관리관실에서 최종 정리를 해야 하는데, 혐의자를 특정하지 않고, 경찰에 필요한 자료만 주면 된다'는 내용의 국방장관 지시사항을 회의 참석자들에게 설명했다고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진술한 내용도 기재돼 있다(관련기사 : 허둥대는 국방부... '폭탄'이 된 박정훈 대령 영장청구서).

만약 해병대 부사령관의 진술이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군 검찰이 구속영장청구서를 작성하면서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는 사실을 국방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령 변호사 "공수처 수사에 대비해 TF 구성한 듯"

국방부는 유출된 문건과 관련해 내부회람 용도로 작성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박정훈 대령 측은 문건 작성 자체가 수사에 개입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령의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국방부가 공수처 수사에 대비해 TF를 구성한 듯하다"면서 "국방부 장관, 법무관리관, 국방부 검찰단장 변호인단이 발족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또 "문건을 작성하면서 군 검사가 관련자들과 수사 관련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을 수는 없다, 국방부가 수사 독립성을 침해하면서까지 방어 논리를 개발한 것은 아주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태그:#국방부 검찰단, #박정훈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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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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