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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주영씨 아버지 이정민(왼쪽)씨와 고 유연주씨 아버지 유형우씨가 참사 후 첫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시민분향소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주영씨 아버지 이정민(왼쪽)씨와 고 유연주씨 아버지 유형우씨가 참사 후 첫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시민분향소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복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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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유연주씨 아버지 유형우씨는 명절 때마다 집안 조상들께 차례를 지내왔다. 평소대로라면 온 가족이 유씨네 집에 모여 화기애애한 웃음꽃을 피웠겠지만, 지난해 참사로 딸이 세상을 떠난 이후로 다들 부쩍 말이 없어졌다.

유씨는 이번 추석엔 딸의 책상에 조그마한 상차림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는 둘째 딸이었던 연주씨가 "지금 당장이라도 '아빠 나왔슈'라며 기숙사에서 돌아와 추석 연휴를 함께 보낼 것만 같다"고 말했다. 

유씨는 이번 추석을 앞두고 "연주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만 느껴진다"고 했다. 지난 설 연휴에 가족은 연주씨가 잠들어 있는 산소를 방문했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었다. 엄마와 아빠, 연주씨를 포함한 네 남매 몫의 눈사람 여섯 개가 묘 앞에 놓였다. 가족은 연주씨에게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가 항상 같이 있으니까 걱정말고 자고 있으렴. 머지않아 다 함께 모일 수 있을 거야. 곧 다시 만나자." 

함께 명절 보내는 유족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 종교계가 지난 1월 22일 참사 후 첫 설을 맞아 합동 차례를 지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 종교계가 지난 1월 22일 참사 후 첫 설을 맞아 합동 차례를 지냈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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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고 최민석씨 어머니 김희정씨는 "추석 같은 명절이 1년 중 가장 힘든 때"라고 했다. 종갓집의 장손이었던 민석씨는 명절이든 가족 행사든 모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살가운 아들이었다.

가족과 친척에게 늘 적극적이고 따뜻했던 아들의 모습을 김씨는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아이들 손을 잡고 외출하는 가족들을 볼 때마다 김씨는 "아들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김씨는 이태원 참사 이후 다른 유가족들과 자연스럽게 가족이 됐다. 이들은 서로를 '별가족'이라고 부른다. 희생자를 상징하는 보라색 별에서 따온 명칭이다. 비록 혈연은 아니지만 참사 이후 사계절을 겪어내며 이들은 서로의 곁이 되어주고 있었다.

김씨는 참사 당시가 떠오른 듯 눈물을 흘리며 "온 가족이 모여 있는 명절에 우리 아이만 연기처럼 쏙 빠져서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것 같다"라며 "어떤 형용사로도 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낱말이 없다. 늘 적극적이고 따뜻했던 아이들을 우리는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추석은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뒤 맞는 두 번째 명절이자 첫 번째 추석이다. 오는 28일부터 시작되는 연휴를 앞두고 유족들은 서울광장에 설치된 시민분향소를 매일같이 지키며 이태원참사특별법과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희생자 고 이주영씨 아버지 이정민씨는 "참사 전만 해도 명절에 어디를 놀러 갈지 함께 계획을 세우곤 했는데 이젠 아무런 계획이 없다. 그동안 못 본 사람들을 만나는 명절의 설렘과 즐거움의 정반대에 우리 유가족들이 있다"라며 "모두가 좋아하는 명절이 우리로선 굉장히 두렵다. 아이들의 빈자리가 확실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 "생명안전기본법이 진작에 만들어졌다면 유가족들이 이렇게 이태원참사특별법을 만들어 달라고 정치인들을 쫓아다니고 땅바닥을 기면서 호소했겠느냐"라며 "(이태원 참사 이전인) 2020년에 발의된 이 법이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이후에도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정치가 국민의 삶과 인권을 전혀 들여다보지 않고 오히려 방치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추석 당일엔 서울광장서 '가족 합동 기림상'

유가족들은 29일 추석날 서울광장에 설치된 시민분향소에서 '가족 합동 기림상'을 차리기로 했다. 유족들은 조계종과 함께 희생자들이 평소 좋아했던 음식으로 차림상을 마련할 예정이다. 돌아올 수 없는 희생자의 빈자리를 거듭 느끼게 되는 명절이지만, 유족들은 지난 설에 이어 이번에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다른 유족들과 함께 명절을 보낼 계획이다.

한편 생명안전기본법 국민동의 청원(https://han.gl/btDrGp)은 오는 28일까지 진행된다. 27일 기준 3만 5000여 명의 동의를 얻어냈으나 국회 소관 상임위에 회부되려면 총 5만 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생명안전기본법은 '사람의 안전권'을 법률에 반영하고, 재난 발생 시 피해자의 권리 보장 및 국가의 책무를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10.29 이태원 참사 후 첫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시민분향소 앞에서 한 외국인들이 희생자들의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후 첫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시민분향소 앞에서 한 외국인들이 희생자들의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 복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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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태원참사, #유가족,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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