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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돈.
 한국 돈.
ⓒ flickr=YunH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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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청년 재직자를 위한 '청년내일채움공제(아래 청내공)' 사업이 사실상 폐지 수준이란 언론보도가 나왔다.

청내공은 노동시장에 신규 취업한 청년이 중소기업에서 초기 경력을 형성하고, 기업은 청년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청년·기업·정부가 공동으로 적립해 청년의 장기근속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청년과 기업이 2년 동안 300만 원을 적립하면 정부가 600만 원을 더해 만기시 1200만 원의 목돈을 만들 수 있어 중소기업 재직 청년들에게 각광받았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내년도 본예산에 청내공 사업예산 2197억 원을 반영했는데, 이는 올해 예산인 6403억 원에서 4206억 원이 감소된 수준이다. 또한 신규 지원 예산은 반영되지 않은 기존 가입 청년들을 위한 예산이라고 한다.

예산 삭감의 요인은 가입자 수 감소로 예측된다. 2019년 9만8572명에서 2020년 13만7226명까지 늘었지만, 2021년 11만9783명에서 2022년에는 6만9489명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 정부는 인력 부족이 심각한 소규모(5인 이상 50인 미만) 제조업·건설업종에 신규 취업한 청년·기업에 한해서만 지원신청을 받았다. 즉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은 IT·서비스업종 재직 청년층 지원이 중단된 것이다. 더구나 청년과 기업의 부담액은 각 100만 원씩 늘고 정부 부담액은 60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줄었다. 이를 두고 일부는 "지원 대상은 축소하고 청년과 기업 부담액을 늘리는 방식으로 변경되어 감소세를 보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내공 담보로 회사가 악용하는 경우도

중소기업 청년 재직자는 청내공을 목돈 마련 창구로 여기곤 한다. 청내공은 회차당 12만5000원을 적립하면 기업과 정부가 나머지를 부담해 함께 적립해 주는 식이라 '청년'이 붓는 타 적금과 비교해 보면 꽤 가성비 좋은 적금이다. 청년희망적금은 2년 만기지만 매달 50만 원씩 납입해야 1300만 원을 만들 수 있고, 지난 6월 출시한 청년도약계좌는 연 6% 금리에도 5년 만기 상품이다. 심지어 청년희망적금은 2년 만기에도 가입자 4명 중 1명은 중도 해지할 정도다. 

한편으로는 청내공 때문에 이직과 퇴사에 제한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청내공 지원은 최초 고용보험 가입 후 6개월이 넘지 않으면 신청할 수 있다. 재직자에게 회사나 업무 상황을 따져보기까지 반 년의 시간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가입 후에는 직장 내 괴롭힘, 연봉 동결 등과 같은 문제가 있더라도 목돈을 목전에 둔 청년재직자는 당장 해지를 선택하기 어렵다. 

실제로 청내공 만기를 앞둔 지인은 "처음에는 목돈 마련으로 시작했다가 점점 노예 계약으로 변해갔다"며 "회사에서 마땅한 대접을 해주지 않아도 청내공 가입자는 쉽게 관두지 않을 것이라는 암묵적 믿음이 있어서 오히려 악용하는 식이었다"라고 전했다. 

만기수령한 지인 역시 "가입 후 1년만 지나도 만기 금액의 절반은 받아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평생 한 번만 신청 가능해 청내공 하나만을 보고 꾸역꾸역 다녔다"라고 말했다.

일자리 불균형이 우려된다

청내공을 포기하고 회사를 관둘지, 아니면 목돈을 포기하고 자유롭게 다닐지는 재직자의 몫이다. 일단은 청년에게 선택권을 줘야 가입 여부를 고민할 수 있다. 선택지조차 없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기업에서도 재직자를 붙잡을 방안 중 하나였지만 예산안이 통과해 사실상 폐지 수순에 이르게 된다면, 처우나 복지 개선 쪽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다만 중소기업은 경영상 애로사항이 있어 이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다른 지원책을 마련하는 동안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청년 역시 어렵게 얻었을 첫 직장에서 얼마나 근속할 수 있는지 다방면으로 고려하다 보면 중소기업 대신 대기업·공기업과 같은 직장을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또다시 일자리 불균형을 초래한다. 결국 청년 일자리 해소를 위해서는 중소기업 근로조건 개선이 필수적인데, 그 근로조건 안에 회사와 재직자 모두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을 따져본다면 청내공 폐지 수순이 과연 시의적절한지 아쉬움이 남는다.

청내공이 노예 계약이라는 오명이 있더라도 다수의 청년과 중소기업에 꽤 괜찮은 선택지였을지도 모른다. 청년은 목돈을 마련하고 중소기업은 청년 재직자를 채용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사회초년생을 겨냥해 선보이는 적금은 높은 금리가 전부가 아닌 청년들의 얇은 지갑 사정을 고려한 상품인지, 2년짜리 적금도 중도해지율이 높다는 실정을 파악했는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장 청내공이 폐지되더라도 일부 개선해 이를 대체할 상품도 적극 고안해 주길 바랄 뿐이다. 

태그:#청년내일채움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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