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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과 항일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친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 등의 흉상에 신흥무관학교 107주년을 맞아 꽃목걸이가 걸려 있다.
 2018년 6월 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과 항일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친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 등의 흉상에 신흥무관학교 107주년을 맞아 꽃목걸이가 걸려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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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27일 일요일 오전 11시, 국립대전현충원에 갑니다. 잘 아시겠지만 육군사관학교(육사)가 교내에 설치된 독립 전쟁 영웅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흉상을 철거해 외부로 옮기고, 그 자리에 간도특설대 출신 국가공인 친일파 백선엽의 흉상 설치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앉아 화만 내고 있을 수 없더라고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남긴 말처럼 '하다 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이라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7일 친일파 백선엽을 비롯해 신현준·김석범·송석하·백홍석이 잠든 대전현충원에 가는 이유입니다. 간 김에 백선엽 아래 쪽에 잠든 홍범도 장군과 독립유공자 무덤 앞에 서서 '부끄럽고 송구하다'는 말과 함께 소주라도 한잔 올릴 생각입니다.

백선엽을 비롯한 국가공인 친일파 5인, 지난 2005년 발족한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가 4년 반에 걸친 조사 끝에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한 인물들입니다. 하나같이 부인할 수 없는 친일 행적과 기록에도 불구하고 국립묘지법에 명시된 '장성급 장교'라는 이유로 대전현충원에 안장됐습니다. 이로 인해 사후 78년(2021년), 봉오동전투 101년 만에 고향땅에 묻힌 홍범도 장군은 국가공인 친일반민족행위자 5인과 함께 대전현충원에 안장되는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특히 2020년 7월 대전현충원 장군2묘역에 안장된 백선엽의 묘에서 홍 장군 묘까지는 직선으로 340m, 도보로 3분 거리에 불과합니다. 백선엽 묘에서 아래쪽을 바라보면 홍 장군의 묘가 멀찍이 굽어 보입니다. 대전현충원을 찾을 때마다 나라를 지킨 독립영웅이 나라를 배신한 친일파 아래 잠든 것이 과연 맞는 일인가 계속 자문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이종섭 "육사에 공산주의 경력 있는 사람 있어야 되느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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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데도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독립운동은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에 독립기념관에 모시는 것"이라며 독립기념관으로 독립영웅 5인 흉상을 옮길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육사에 공산주의 활동 경력이 있는 사람(흉상)이 있어야 되느냐에서 시작됐다"며 "육사에 독립운동보다 창군 이후 군사적 분야에 대해서만 하는 게 좋겠다는 개념 설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독립 전 소련에서 공산당 활동을 한 홍범도 장군을 겨냥한 발언입니다.

육사는 홍 장군을 비롯한 흉상을 철거한 자리에 한·미 동맹 공원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습니다. 그 자리에 국가공인 친일파 백선엽의 동상을 세우겠다는 것이 현 윤석열 정부의 국방부 장관과 육사의 기본적인 방침이고요.
         
백선엽은 1943년 4월 만주국 소위로 임관한 뒤, 항일세력을 때려잡는 특수부대로 명성을 날린 '간도특설대'에서 장교로 활약했습니다. 백선엽 자신도 1993년에 펴낸 책 <대게릴라전, 아메리카는 왜 졌는가>에서 한국인 독립투사 토벌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뒀다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소규모이면서도 군기가 잡혀 있는 부대였기에 게릴라를 상대로 커다란 전과를 올렸던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들이 추격했던 게릴라 중에는 많은 조선인이 섞여 있었다. 주의주장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한국인이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었던 한국인을 토벌한 것이기 때문에 이이제이를 내세운 일본의 책략에 완전히 빠져든 형국이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11월 발간된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국가공인 친일파로 역사에 기록됩니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보고서>에는 백선엽이 "일제의 실질적 식민지였던 만주국군 장교로서 침략전쟁에 협력했고", "항일세력을 무력 탄압하는 조선인 특수부대인 간도특설대 장교로서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했다고 적시됐습니다.

그러나 해방 후 남쪽으로 넘어온 백선엽은 큰 어려움 없이 일본군 장교에서 신분을 바꿔 대한민국 육군 정보국장이 됩니다. 이후 한국전쟁 중인 1952년 7월부터 육군참모총장 및 계엄사령관을 지냈고, 1953년 1월 대한민국 국군 최초로 4성 장군인 대장 계급장을 달았습니다. 백선엽은 2020년 7월 10일 100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자신의 친일행위를 공식적으로 사과하거나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대전현충원 장군2묘역 555번 8평의 크기의 묘지에 안장된 백선엽 묘에는 형형색색의 꽃과 태극기가 화려하게 꽂혀있습니다. 묘비에는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라"는 말과 함께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이 몸이 열 번 백번 죽었다 다시 살아난다 해도 조국을 위해 내 한 목숨 기꺼이 바치겠다"라고 새겨졌습니다.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홍범도 장군과 정부에서 공인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이 한 공간에 안장돼 있다.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홍범도 장군과 정부에서 공인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이 한 공간에 안장돼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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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11시 대전현충원 현충문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저는 27일 오전 11시 대전현충원 현충문 앞에 설 예정입니다. 그곳에서 전국에서 올라온 여러 시민들과 함께 '독립영웅 폄하, 친일파 선양 윤석열 정부 규탄'이라는 주제로 긴급 대전현충원투어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국방부장관과 육사가 공산주의자라 콕 집어 저격한 독립영웅 홍범도 장군을 뵙고 소주 한잔 올릴 겁니다. 그의 묘엔 '애국지사 홍범도의 묘'라고 새겨진 비와 함께 하단에 "아 홍범도 장군, 고통받는 민족과 늘 함께 한 그대여. 무명용사들과 총을 들고 떨쳐 일어나 민족의 독립을 향한 일념으로 일제에 맞선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이여. 이제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시니 그대의 숭고한 정신 온 민족의 가슴에 통일의 넋으로 울려퍼지리"라고 적혔습니다.

홍 장군께 소주를 올린 뒤 위쪽에 자리한 백선엽의 묘도 찾아가 그가 어떤 길을 걸었고 어떤 삶을 산 뒤 애국지사와 순국선열 머리 위에 잠들었는지를 설명할 겁니다. 동시에 대한민국 정부가 국가공인 친일파를 어찌 선양하고 있는지도 온전히 보여줄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서울현충원을 포함해 이번 대전 투어가 스물일곱 번째 진행하는 현충원 투어입니다. 누군가 묻더군요. 왜 이렇게 반복적으로 하느냐고. 

부정의가 정의가 돼, 부도덕한 자가 영웅으로 평가받는 걸 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쾌하고 부끄럽습니다. 이 기분을 어떻게든 여러 시민들과 함께 함께 걸으며 극복하고 싶습니다. 함께하시겠습니까? 27일 오전 11시 대전현충원 현충문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독립영웅 폄하, 친일파 선양' 윤석열 정부 규탄 긴급 대전현충원 투어]

일시 : 2023년 8월 27일 일요일 오전 11시 / 대전현충원 현충문 앞
코스 : 홍범도 – 백선엽 – 독립유공자 묘역 – 국가공인 친일파 묘역 등
안내 : 김종훈 기자 / <임정로드>, <약산로드>, <현충원한바퀴> 저자
신청 : https://naver.me/5mBA42u8

※ 공익목적 행사라 무료입니다. 음료 및 간식 각자 지참.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홍범도 장군과 정부에서 공인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이 한 공간에 안장돼 있다.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홍범도 장군과 정부에서 공인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이 한 공간에 안장돼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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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홍범도, #백선엽, #현충원, #박민식,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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