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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2017년 9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 김명수 임명동의안 투표 결과 지켜보는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2017년 9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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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준 권한을 가진 국회가 사정을 두루 살펴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란다. (중략) 그동안 국회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했지만 부족했던 것 같아 발걸음이 더 무겁다.

2017년 9월 17일, UN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가로막힌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를 호소하는 입장문을 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미 이틀 전 카메라 앞에 서 국회의 협조를 촉구한 뒤였다. 대통령이 등판하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는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안 부결 후 야당을 비난했던 일을 사과했다. 집권세력의 대대적인 '설득전' 끝에야 9월 21일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가결됐다.

이때 국회 의석 분포는 재적의원 299명 중 민주당 120석,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107석, 국민의당 40석, 바른정당 20석, 정의당 6석, 무소속 5석, 대한애국당 1석이었다. 298명이 참여한 투표 결과는 찬성 160표, 반대 134표, 기권 1표, 무효 3표. 보수성향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대부분 반대했지만, 국민의당이 여권의 호소에 마음을 돌린 덕분이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표결 직후 "오늘의 승리는 우리 헌정 민주주의사에 협치라는 새로운 장을 연 위대한 승리"라고 자평했다.

'김명수 구하기' 나섰던 문 대통령... 윤 대통령은? 

2023년 8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새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그런데 6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집권세력은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 놓여있다. 특히 제1당, 더불어민주당은 168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석 수를 보유하고 있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이기 때문에 111석인 국민의힘 단독으로는 처리는커녕 표결 자체를 할 수 없다. 

하지만 분위기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집권 1년을 훌쩍 넘겼지만, 윤 대통령은 별다른 '협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행사장에서 마주치는 정도 외에는 이재명 대표를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은 데다가 시행령과 거부권 통치로 번번이 국회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인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을 만나기 위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8.23 [공동취재]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인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을 만나기 위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8.23 [공동취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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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이균용 후보자가 차기 대법원장으로 물망에 올랐다. 그는 대전고등법원장이던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을 잘 아는가'란 질문에 "제 친한 친구의 친한 친구다. 친하다고 볼 수도 있다"며 굳이 부정하진 않았다. 지명 후 김명수 대법원장 면담 전 취재진을 만났을 때 이 후보자는 "그냥 아는 정도지, 직접적인 관계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지만, 법조계와 정치권은 이미 그와 윤 대통령의 친분을 알고 있다. 

민주당은 지명 당일 김한규 원내대변인 논평으로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이념 문제를 지적하던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 성향이 강한 인물을 지명한 것은 아쉽다"며 "사법농단에 관여한 판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천공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책에 대한 출판·판매금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하는 등 보수적인 정치성향에 대해 우려할만한 판결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23일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사법부 장악'을 의심하며 한층 더 날을 세웠다.
 
평소 삼권분립과 헌법기관에 대한 존중은 찾아볼 수 없는 윤석열 대통령이 사적 친분으로 연결되어 있는 보수 성향 법관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두고, 대통령이 사법부마저 장악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대한민국 사법부를 이끌 수장은 사법부와 행정부 간 견제와 균형을 지켜낼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취향 저격 인사'가 임명되어선 안 될 것이다.

협치 실종, 친분 인사에... "양보할 이유 없다"

한 중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금 (임명 동의 여부를) 단정해서 얘기할 건 아니다"라면서도 "대통령이 야당과 전혀 소통하지 않으니까 민주당은 '어떤 대법원장이 들어서야 된다'는 입장은 없었지만, 서초동(법조계)에선 '설마 이균용이겠냐'는 게 절대 다수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왜 그런 얘기가 나왔겠나. 대통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라며 "대법원장 체제는 굉장히 중요한 권력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말로 엄중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좀 더 봐야 한다"는 원론적 태도를 취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이 국회 동의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기대하지 않나'란 질문에 "전혀"라고 단언했다. 그는 "그건 우리 의지와 관련 없이 저쪽에서 전혀 나설 리가 없다"며 "여권은 우리 당이 대법원장 임명 동의를 안 해주면 안 해주는 대로 '또 입법권력 갖고 발목 잡는다, 힘자랑한다' 이렇게 갈 거다. '안 해주려면 안 해줘도 된다' 이런 식일 거다"라고 예상했다. 

문재인 청와대 출신 의원도 김명수 대법원장 때처럼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상황은 "기대를 안 한다"며 "지금 상황이 그 정도를 기대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냥 원칙대로 하면 된다"며 "우리가 문재인 정부 시절에 '독주했다'는 프레임 때문에 상임위도 내주고, 단독 처리로 될 수 있으면 안 하려고 했는데 여권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러면 우리만 양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꽁꽁 얼어붙은 여야 관계는 여전히 녹을 기미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퇴장하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퇴장하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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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균용, #대법원장, #윤석열, #이재명, #협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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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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