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산대병원지부는 응급실 등 필수 유지 인원을 제외하고 '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산대병원지부는 응급실 등 필수 유지 인원을 제외하고 '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 보건의료노조

관련사진보기

 
지난 13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파업 이후 부산대병원·양산부산대병원 노사가 17일 저녁 첫 교섭을 벌였으나 의견접근을 못한 가운데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노사는 18일에도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커 타결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노사의 쟁점은 '인력 충원'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불법 의료 근절' 등이다.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지부장 문미철)는 응급실 등 필수 유지 인원을 제외하고 3000여명 이상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지난 17일 파업 집회를 열어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한 집중교섭을 촉구하기도 했다. 집회는 18일에도 이어진다.

노조 측은 '환자의 안전과 국립공공병원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내걸었다.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는 "165명 인력 충원 요구는 환자안전을 지키기 위한 요구다. 많은 업무량 때문에 환자를 돌보는 인력이 과로·소진·탈진·사직으로 내몰리는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며 "인력이 부족해 욕창사고, 낙상사고, 감염사고 위험에 방치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지금 부산대병원 인력 상태는 폭발 직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불법의료를 근절하라는 요구는 환자생명을 지키기 위한 요구"라며 "대리처방 근절, 각과 당직시스템 개선, 직종간 업무범위 명확화, 부당한 업무전가 근절 등 불법의료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는 지난 2018년 노사 합의된 사항이다. 그러나 노사 공동으로 구성한 '준법의료TFT'는 수개월째 가동조차 되지 않고 있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비정규직 직접고용 전환은 환자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수 요구다. 시설관리, 산소공급, 전기, 냉난방, 청소, 주차, 보안 등의 업무는 환자생명·안전과 직결된 업부"라면서 "전국 14개 국립대병원 중 부산대병원을 제외한 모든 국립대병원이 간접고용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완료했다. 똑같은 국립대병원에서 부산대병원만 5년째 자회사 운운하며 직접고용 전환을 미룰 어떠한 명분도 근거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인력 부족, 노동 강도 높아져 결국 이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산대병원지부는 응급실 등 필수 유지 인원을 제외하고 '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산대병원지부는 응급실 등 필수 유지 인원을 제외하고 '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 보건의료노조

관련사진보기

 
지난 17일 집회에서 문미철 지부장은 "노조에서도 놀랄 정도로 어느 부서든 인력부족에 문제가 심각하다"라며 "노조에서는 병원 측과 이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하지만 병원 측의 답변은 단 한 명의 인력도 늘려 줄 수 없다고 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노동 강도가 높고, 이는 또한 높은 이직률로 이어지고 있다. 2021년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신규 입사자 중 입사 1년 이내에 퇴사률은 45%나 되고, 입사 2년 이내에 퇴사률은 65%"라며 "숙련된 인력이 필요한 병원 현장에서 해마다 수백 명의 퇴사자가 생기는 문제는 환자의 안전과 생명에도 직결되는 만큼 적절한 인력의 확보는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병원측은 아무런 대안도 없이 그저 참고 일하라는 무책임한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고질적인 인력부족 문제 해결 없이는 환자 안전을 담보 할 수 없기에 노동조합에서는 지금 인력충원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한 간호사(4년차)는 "우리 병원 간호사의 95%는 의사를 대신하여 처방한 적 있다고 설문조사에 응답했다. 응급, 시술, 수술 등 의사가 처방을 넣지 못하는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자거나 근무시간 중 밖에 나간 의사를 대신해 구두처방을 넣은 간호사는 73.4%나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과에서는 의사 비밀번호를 통일하기도 한다. 의사 대신 간호사들이 처방을 내게 하기 위해서다"면서 "보건복지부에서는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처방하라고 한다. 환자를 만나서 상처를 보고 상태를 확인해야 치료계획이 나오고 처방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의사들이 환자를 직접 보러오는 경우는 얼마나 되겠나"라고 주장했다.

이 간호사는 "간호사의 휴대전화기에는 환자들의 사진으로 가득하다. 환자 신체부위 사진, 변 사진, 가래 사진 등 찍기에도 민망한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사진들이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경로로 의사에게 전달되고 있다"며 "이 또한 의사가 환자를 직접 보러오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의사가 직접 환자의 상태를 와서 환자를 치료 한다면 간호사의 휴대전화기에는 환자의 개인정보로 가득찰 일이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실제로 우리 병원 간호사들이 '의사의 요청으로 개인 핸드폰을 사용해 환자의 개인정보를 사진과 문자를 통해 의사에게 보낸 적이 있는지'에 묻자 70.2% '그렇다'고 응답했다"고 덧붙였다.

환자 이송을 맡는 한 원무직(10년차) 조합원은 "의사, 간호사는 환자 치료에 직접적인 인력으로 이들의 충원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면서 "그러나 병원에서 일하는 어떤 직종도 인력이 충분하지가 않는다. 병원은 인건비를 비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에 투자하지 않고 최소한의 인력으로 마른 수건 짜듯이 일을 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자를 수술실, 검사실, 병동으로 이송하고 검사부서에 검체와 약품 등을 이송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원무직 인력은 한 개 병동에 1인이 배정돼 있다. 주말에는 6개 병동을 한 명의 원무직이 봐야 한다"며 "평일 기준 한 명의 원무직이 40명 환자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해야 하는데 하루 몇십 번을 병동에서 수술실로, 검사실로, 병동에서 외래로 다니고 있다.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를 수도 없이 옮겨 손목, 허리, 발목에 많은 무리가 가고 다치는 경우도 많다. 하루 종일 격한 중노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점심시간 식판을 채워 앉자마자 검사실, 병실, 수술실에서 시도 때도 없이 호출이 오면 한 술 뜨지도 못한 밥을 잔반통에 버리고 달려가야 한다"며 "'바빠도 밥은 다 먹고 가지' 하실 수 있지만, 노후화된 병원이라 엘리베이터 타는 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고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해서 기다리는 환자의 항의를 온몸으로 듣다 보면 밥도 못먹고 일하면서도 자괴감을 느끼기 일 수"라고 호소했다.

그는 "환자 이송업무 원무직의 인력이 확충되면 신속한 환자 이송으로 환자의 대기 시간이 줄어들고 수술 후 환자의 상태를 의료인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될 것 같다. 따라서 우리 모두의 인력 증원은 환자를 위한 것이고 환자 안전을 위한 것이라 생각된다"라고 강조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산대병원지부는 응급실 등 필수 유지 인원을 제외하고 '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산대병원지부는 응급실 등 필수 유지 인원을 제외하고 '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 보건의료노조

관련사진보기


태그:#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양산부산대병원, #파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