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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청 현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경주 사진작가의 ”합포를 거닐다“ 사진전.
 창원 마산합포구청 현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경주 사진작가의 ”합포를 거닐다“ 사진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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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너와 내가 말을 잃고 흔들린다
그날의 다짐들만 일기장 행간에서
부풀던 바람들마저
숨길이 가파르다"


이경주 사진작가 겸 시조시인이 창원마산의 옛 풍경을 담은 사진에서 "합포를 거닐다"라는 제목으로 쓴 시조 첫수다. 지금 창원특례시 마산합포구청 현관에 가면 '사진과 시조의 만남'을 감상할 수 있다. 지난 4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전시회다.

한국사진작가협회 마산지부 부지부장인 이 사진작가는 오랫동안 카메라에 담아온 창원마산의 옛 모습을 사진으로 되살려 놓았고, 거기에다 느낌을 시조로 표현해 놓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옛 마산 꼬부랑벽화마을을 담은 사진에다 "합포의 힘"이라는 시조를 써 놓았다. "합포에 줄기 내려 거친 풍파 넘고서/그 기운 한껏 길어 무학산에 둥지 틀고/아울린 괭이갈매기/노래하며 오른다"라고.

2013년 12월 추산동과 성호동 일대 30여 가구를 잇는 골목에 조성된 벽화마을로, 미국 러시모어산의 큰바위얼굴에 조각가 문신과 천상병 시인 등 창원시와 인연이 있는 예술가의 얼굴을 그려 넣은 벽화가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는 해질녘 반월동의 옛 풍경을 담은 사진에다 "소금기 툴툴 털고 집으로 돌아간다/구름은 저만치서 노을로 맞이하며/퇴색한 골목길에서/눈인사가 그립다"라는 내용의 시조를 생산해 놓았다.

이곳은 문화북6길로 올라가면 나오는 골목으로, 언제 칠했는지 알지 못할만큼 벅겨진 담벼락이 정겹다.

그는 "해가 질 무렵, 퇴근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알싸하게 볼부터 젖어온다. 어김없이 동네 입구에서 하루의 피곤을 안주로 한잔했을 것이다. 터벅거리며 야트막이 올라가는 그 길이 부끄럽지 말라고 하늘빛이 얼굴을 닮아간다"고 회상했다.

"음계를 올린 편두통이 골목을 휘젓고서
늘 상 흔들거리듯 갈피를 못 잡지만
그래도 믿음 하나로,
돌아와야 집이다"


"돌아와야 집이다"는 제목의 시조로, 마산 성호동 골목 사이 터벅터벅 걷는 한 사내의 모습이 담겨 있는 사진과 함께 쓴 것이다.

그는 "꼬부랑 굽은 길을 돌아 돌아,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다가 벼랑 같은 언덕에서는 손잡이라도 잡아야지 오를 수 있는 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간다. 집으로 돌아와야 하루가 저물고, 다시 충전하여 내일을 열 수 있다"며 "집이란 그렇게 돌아와야만 집이다. 그리고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게 집이다. 우리는 매일 집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파란 기왓장 지붕에다 멀리 따닥따닥 붙은 집들을 담은 사진에 "뭍으로 간 섬"(희멀건 하늘 따라 섬들이 이주한다/대해를 표류하듯 둥둥 떠돌아다니며/푸른 빛 심장을 안고/구릉을 기어간다)이라는 시조를 써 놓았다.

이 시조시인은 "낡은 기와지붕은 색이 바래서 마치 바다의 섬이 둥둥 떠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마산은 바닷가에서 점차 밀려 산으로, 언덕으로 올라와서 터전을 잡았다"며 "그렇게 바다를 품은 파란 지붕을 이고, 신마산은 점차 역사속으로 흔적을 지워가고 있는 게 안쓰럽기만 하다"고 했다.
 
이경주 작 <합포를 거닐다>.
 이경주 작 <합포를 거닐다>.
ⓒ 이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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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작 <합포를 거닐다>.
 이경주 작 <합포를 거닐다>.
ⓒ 이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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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작 <합포를 거닐다>.
 이경주 작 <합포를 거닐다>.
ⓒ 이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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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작 <합포를 거닐다>.
 이경주 작 <합포를 거닐다>.
ⓒ 이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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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경주 사진작가, #마산합포구청, #합포를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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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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