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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가르치던 내가 은퇴 후 시작한 취미들이 있다. 바쁘게 살아가는 늙은 청춘이 회원들과 어울려 색소폰을 연주한다. 가끔은 소위 '삑사리'가 나기도 하고, 덕분에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색소폰 연습실이다. 음악에 소질도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 '베싸메 무쵸'를 연주하고, 시대의 걸출한 음악가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을 연주한다. 일요일마다 하는 색소폰 연주, 만약 도전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연주하면서 잠깐 생각해 본다. 

회원들이 호흡을 맞추며 연주하는 앙상블이다. 박자와 음정이 맞아떨어지는 연주에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짜릿함이 있다. 즐거우면서도 뭉클한 색소폰연주는 신나는 놀이이기에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연주를 한다. 궁금한 것이 많아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살아온 세월이다. 회원들과 색소폰을 연주하고, 아내와 함께 화실에 드나든 지도 10여 년이 지났다(관련 기사: 지천명 지나 수채화에 관심... 전시회 열기까지 https://omn.kr/23kix ).

무계획으로 시작한 취미, 이렇게 기쁨을 줄 줄은 몰랐다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 숲이다. 아내와 수채화 소재를 찾아 수많은 곳을 누빈다. 동해 파도를 찾아서, 자작나무를 찾아서, 풍경을 찾아서 전국을 누빈다. 멋진 풍경을 담고, 먹거리를 즐기는 것도 수채화를 하는 즐거움 중에 하나다. 자작나무를 그려보고 싶어하는 아내를 위해 인제를 찾아 얻은 사진이다.
▲ 인제 자작나무 숲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 숲이다. 아내와 수채화 소재를 찾아 수많은 곳을 누빈다. 동해 파도를 찾아서, 자작나무를 찾아서, 풍경을 찾아서 전국을 누빈다. 멋진 풍경을 담고, 먹거리를 즐기는 것도 수채화를 하는 즐거움 중에 하나다. 자작나무를 그려보고 싶어하는 아내를 위해 인제를 찾아 얻은 사진이다.
ⓒ 박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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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계획도, 목표도 없이 시작한 취미생활이었다.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하지 못할 것 같아 시작한 색소폰과 수채화가 내게 평생 재산이 되어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회원들과 어우러져야 하는 것이 색소폰 연주라면, 홀로 열심히 노력하면 가능한 것이 수채화였다. 미술과 음악을 곁들여하는 이유였다. 

지난 4월부터 바쁜 시간이었다. 색소폰 경연대회 참여를 위한 연습과 촬영이 있었고, 수채화 공모전이 있어서다. 동호회원들과 두어 달 연습을 했고, 영상을 촬영해 색소폰 콘테스트에 응모했다. 여러 사람이 모여하는 색소폰 연주엔 어려움이 있다. 시간이 부족해 회원들 간의 호흡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다. 연습을 거듭해 곡을 마무리하고 촬영을 마쳤다.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해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있는 영상을 지인들이 알게 돼 격려전화도 받았다. 순수한 아마추어가 연주했으니 완벽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최선은 다한 연주였다. 예선만 통과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전국대회 참가자들의 실력은 만만치 않았다. 외국의 평범한 시민들이 악기 연주하는 모습을 우리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시내 곳곳에 악기 연주실 있고, 인원 모집하는 광고를 자주 접할 수 있음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처음부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며 도전했지만 조금 더 연습이 필요하다는 연락이다. 회원들이 허탈해하면서도  연습한 것으로 만족하며 다음 대회를 기약하기로 했다. 연말 연주회 연습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시작한 색소폰 콘테스트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아쉬움 속에 연말 연주회 연습에 매진해야겠다. 색소폰 콘테스트로 바쁘게 살았지만, 바쁘게 살았던 이유는 그보다는 미술대전 응모 때문이었다. 수채화에 관심 갔던 이유는, 지난 세월 시도해보지 못했던 게 오래 전부터 아쉬워서였다. 

수채화 화실에 드나든 10여 년... 날아든 반가운 소식 
 
오래전부터 아내와 함께 수채화를 시작했다. 어렵게 시작한 수채화는 여러 공모전에서 동시 입상을 했었고, 바쁜 삶 속에서 과감하게 도전한 수채화가 삶의 재산이 될 줄은 몰랐다. 은퇴후의 삶에 커다란 재산이 되고 있는 취미요 재산이다.
▲ 수채화 공모전 오래전부터 아내와 함께 수채화를 시작했다. 어렵게 시작한 수채화는 여러 공모전에서 동시 입상을 했었고, 바쁜 삶 속에서 과감하게 도전한 수채화가 삶의 재산이 될 줄은 몰랐다. 은퇴후의 삶에 커다란 재산이 되고 있는 취미요 재산이다.
ⓒ 박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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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간 수채화 화실은 10여 년이 넘었다. 공모전이 임박해서야 바쁘게 서둘렀다. 물과 물감만으로 이루어지는 수채화는, 마음대로 그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전혀 쉽지 않다. 그림을 완성하고 1차 심사를 위한 사진과 원서를 제출했다. 심사한 1차는 통과되어, 파도를 그린 내 60호 작품과 물과 자갈을 그린 아내의 50호 작품을 제출했다. 그림을 싣고 도착한 예술의 전당 전시실엔 많은 응모자가 작품제출을 위해 북적였다. 문화생활도 점점 대중화가 되고 있음을 실감하는 현장이었다.

심사를 위해 전시되어 있는 다른 많은 작품들은 어떤 주제들로 그림을 그렸을까? 얼핏 본 작품들의 수준은 대단했다. 예선을 통과한 작품답게 눈이 번쩍 뜨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예술성을 품고 있는 작품들은 보는 눈에 따라 차이가 있다. 대상을 받은 작품도 고개를 갸우뚱하게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경험한다. 저 작품이 대상이라고? 예술성이 포함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다지만, 참가자로서는 평가가 늘 아쉽기도 하다. 이런 저런 생각 속에 작품을 제출하고 심사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나의 작품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수채화를 하는 10여 년간 아내와 여러 대회에 작품을 응모했었다. 도단위 미술 대전에서 동반 입상을 하기도 했고, 서울 강서문화원에서 주최한 겸재진경미술대전에서도 동반 입상을 했었다. 예상치 않은 장려상금을 받아 축하인사를 받기도 했다. 상금보다도 많은 비용을 지불하기도 했지만 마음만은 즐거웠다.

올해 2023년 미술대전에서는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심사위원들이 어떤 눈으로 봐주었는지 아내와 함께 둘 다 특선에 입상했다. 색소폰 경연대회는 예선 탈락이요, 수채화는 특선으로 바쁜 계절을 마감했다.

수학으로 평생을 다져온 나라는 사람이 맞이한 예술 세계는 달랐다. 정직한 답을 요구했던 수학과는 달리 전혀 다른 정답이 표출되기도 했고, 나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답이 나오기도 했다. 얼른 수긍하고 살아가는 것이 편한 삶이겠지만, 그동안의 삶은 편히 놔주질 않았던 것 같다. 수많은 고뇌 끝에 실은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은퇴 그 뒤 만난 다양한 '놀이'들 

취미로 시작한 색소폰이고 수채화다.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았더니 전보다 색소폰 연주를 즐길 수 있게 되었고, 더 아름다운 수채화가 되었다. 색소폰 콘테스트는 회원들과 즐기는 신나는 놀이였고, 공모전은 특선이면 충분했다. 뭔가 꼭 이루기보다는 즐거운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만족하면 어떨까? 골짜기에 살면서 바쁜 세월이 절반의 성공을 이룬 이유이다. 조그마한 골짜기에 자리 잡은 이층 집에는 다양한 즐거움이 존재한다. 
 
오래전에 시작한 수채화로 장식된 거실이다. 무모한 듯 도전한 수채화가 은퇴후의 삶에 커다란 재산이 되고 있다.나와의 약속을 지키려 끊임없이 노력한 취미생활, 오늘도 화실로 가야하는 이유다.
▲ 수채화가 걸려있는 거실 오래전에 시작한 수채화로 장식된 거실이다. 무모한 듯 도전한 수채화가 은퇴후의 삶에 커다란 재산이 되고 있다.나와의 약속을 지키려 끊임없이 노력한 취미생활, 오늘도 화실로 가야하는 이유다.
ⓒ 박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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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미술과 음악을 하는 것은 삶의 놀이로 삼기 위해서다. 지하실엔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연주실이 있고, 이층에는 글을 쓸 수 있는 서재가 있다. 심심하면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으며, 책상 옆에는 소프라노 색소폰이 대기하고 있다. 컴퓨터에 연주 프로그램을 설치해 지루함을 달랜다. 복도를 지나면 건넌방에 수채화가 걸려있고 미술 도구가 마련되어 있다. 조용히 살아가는 소시민 놀이터의 구성이다. 

여기선 새벽이면 산새들이 선잠을 깨워준다. 창문을 열면 시원한 바람이 훅 넘어오는 서재, 여기엔 사색이 있다. 창 너머엔 산새들이 찾아오고 작은 도랑은 옹알거린다. 아침이면 얼른 잔디밭에 나가 풀을 뽑는다, 잔디에 앉은 맑은 이슬에 햇살이 내려왔다. 햇살아래 시원함이 있고 상쾌함이 있다.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맑음이다. 

심심하면 책을 읽을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다. 색소폰을 연주할 수 있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조용히 앉아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골집도 있다. 가끔은 운동을 위해 체육관을 찾아가고 산을 오르며, 자전거에도 올라 마을 길을 달려보기도 한다. 푸르름이 함께하는 골짜기의 이런 삶이면 족하지 아니한가? 여기에 무슨 욕심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편안하게 하루를 만들어가는, 은퇴 뒤의 만족스러운 삶이다.

덧붙이는 글 | 은퇴 후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바쁘고 어렵겠지만, 다른 이들도 한번쯤 도전해 은퇴 후의 삶에 커다란 재산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다.


태그:#수채화, #색소폰 연주, #은퇴, #전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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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무렵의 늙어가는 청춘, 준비없는 은퇴 후에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 색소폰연주와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세월따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고 싶어 '늙어가는 청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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