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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 오월의 딸기> 표지.
 그림책 <그 오월의 딸기> 표지.
ⓒ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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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밭에 작은 아이가 앉아 있습니다. 몰래 먹는 딸기가 제일 맛있는 딸기라며, 엄마 안 볼 때 제일 통통하고 예쁜 딸기만 골라 따 먹는 야무진 꼬마입니다. 

그림책 <그 오월의 딸기>는 아이 목소리로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아이는 딸기가 '방글방글 웃는 볼 가득 행복한 빨간색'을 지녀서 예쁘고, '삐약삐약 병아리 같은 귀여운 점들이 온몸에 송송 박혀' 있어서 귀엽다고 합니다. 

아이의 동요같은 말들로 시작되는 그림책에는 광주 사투리로 어른과 아이의 정겨운 대사가 담겨 있습니다. 딸기밭 집 따님은 동글동글 예쁜 딸기 대신 못생긴 딸기만 먹곤 하지요. 예쁘고 보기 좋은 것은 상자에 담겨 팔려갑니다. 
 
"엄니, 왜 나헌티는 맨날 못생긴 딸기만 준당가?"
"입에 들어가면 다 똑같제."

"못난이 딸기민 묵어서 나도 못생겨지믄 우짤라고요."
"물러진 것이 달기는 더 달아야."

"딸기가 이라고 많은디요."
"거저 열리는 딸기가 어딨다고, 물러졌다고 버리면 쓰겄냐."

헌데 어쩐지 올해는 크고 예쁜 딸기만 줍니다. 상자에 담지 않고 꼬마의 바구니에만 수북하게요. 

딸기밭 너머로 군인들이 사람들을 때리는 장면부터 그림책을 넘기던 손이 더뎌집니다.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이제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상황 설명이 필요해집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그 오월의 딸기>
 <그 오월의 딸기>
ⓒ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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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오월의 딸기>
 <그 오월의 딸기>
ⓒ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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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따뜻한 색감의 수묵채색화로 그려졌습니다. <엄마 마중> <책과 노니는 집> <비나리 달이네 집> 등 오랜 시간 서정적인 동양화로 어린이책을 꾸며온 김동성 작가의 그림입니다.

목판화로 새긴 듯한 사람들의 형태와 딸기 형상에 비친 사람들의 표정이 그동안 5월 광주를 촬영한 사진들을 볼 때와 또다른 여운을 줍니다. 

아이는 동글동글 빨간 딸기가 어쩐지 하나도 달지 않다고 아빠에게 말합니다. 아빠는 말 없이 한참을 딸아이 얼굴을 바라보다 한숨을 쉬며 대답합니다.
 
"올해 딸기는..."
"울음소리가 들어서 근갑다."

 
 
<그 오월의 딸기>
 <그 오월의 딸기>
ⓒ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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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사람들을 짓밟는 군인과 탱크가 나오고, 도청 앞으로 달려가는 시민들이 나옵니다. 어린이와 함께 읽는다면 이 책은 조금 여유로운 시간에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궁금한 것은 묻고 이상하다 생각되는 것은 이해시켜주면서 천천히 43년 전의 슬픔에 대해, 아이가 먹은 이상한 딸기맛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 나눌 수 있게요.

그 오월의 딸기

윤미경 (지은이), 김동성 (그림), 다림(2023)


태그:#1980, #광주, #그오월의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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