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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작가연합(상임대표 강기희)은 기관지 <민족작가> 5호 발간을 기하여 출판기념회를 열고 이 시대의 사명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더 활발히 펼쳐 나갈 것을 결의했다.

4월 30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40여 명의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식전행사, 경과보고, 인사말씀, 작품 낭독, 격려사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출판기념회에 앞서 식전행사로 노동자문예학교(이하 '문예학교') 2기 수료식을 진행했다. 문예학교는 민족작가연합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학습 과정으로서 월 1회 12개월을 진행하며 이번 기간에는 6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강기희 상임대표를 대신하여 라기주 문예학교 교장이 수강생들에게 수료증을 수여했다. 수료생을 대표하여 김영진 수강생이 창작 수필 '전태일 풀빵'을 낭독하여 큰 박수를 받았다. 마침 행사장이 전태일기념관이기도 해서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식전행사로 열린 노동자문예학교 수료식
 식전행사로 열린 노동자문예학교 수료식
ⓒ 아사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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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효정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본행사는 민중의례로 시작되었다. 참가자들은 순서에 맞추어 민족‧민중‧자주를 위해 살다가 먼저 가신 님들을 생각하며 묵념을 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최기종 편집위원장은 경과 보고 자리를 빌려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 불분명해지는 최근 정세 속에서 '민족'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며 "남과 북 해외의 겨레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더불어 사는 이주민들도 포함하는 열린 개념으로서의 민족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인사말에 나선 정소슬 공동대표는 일본과 미국에 저자세로 일관하는 윤 대통령의 행보를 지적하면서 "우리가 '지도자의 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슬픔을 토로했다. 이어서 "민족 불행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며 2차 세계대전 전승국인 미국이 전범국 일본을 분할하는 대신 피해국인 한반도를 분할하고 일본을 자기 편으로 만들었음을 상기시켰다. 아울러 "이 땅을 80년 넘게 유린해 온 저들의 만행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소슬 공동대표로부터 신인상을 받는 조창익 작가
 정소슬 공동대표로부터 신인상을 받는 조창익 작가
ⓒ 아사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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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서로 <민족작가> 5호를 통해 등단한 조창익 작가에 대한 시상이 이어졌다. 강기희 상임대표를 대신하여 정소슬 공동대표가 시상을 하고 이어서 수상자가 그의 시 '변혁 4'를 낭송했다. 시는 '세상은 엄연히 계급투쟁 중(天下階鬪中)/ 혁명은 마땅히 다가온다(革命當到來)/ 다만 주체를 세워야 한다(但必建主體)/ 반드시 새 세상은 건설되리라(必建新天地)'로 마무리됐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순서는 작품 낭독으로서 <민족작가> 5호에 실린 작품들을 작가가 직접 낭송하는 시간이었다.

고경하 시인은 북녘 동포들과 언제든 소통할 수 있는 날을 그리면서 '나는 그대를 생각하면/ 너무 행복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그대는 내 마음에 살아있기에/ 나에겐 영원한 촛불이기에'(「어떤 날」) 라고 노래했다.

라기주 시인은 「못을 박으면서」에서 '송판의 두께가/ 두꺼우면 두꺼울수록/ 파고드는 힘의 중심은/ 손끝에서 가슴,/ 머리에서 심장으로 옮아가요// 나는/ 자주 민주 통일의 못을 박으면서/ 가장 강한 쾌감을 느껴요'라고 읊었다.

윤도하 작가는 고문 기술을 3대째 가업으로 삼고 있는 어느 기괴한 집의 이야기를 형상화한 자신의 시나리오 「가업」을 소개하면서 시대를 거슬러 포악해지는 오늘의 나라 사정 속에서 민중들은 더 단결하고 단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피력했다.

양영숙 시인은 「4차 산업 혁명」을 '과학적 사유나 추론이 신의 그림자를 없애 버리고/ 인간은 그저 소모품이 되는 것!'으로서 '이별할 수도 받아들이기도 모호한 계륵이'이라고 표현했다.

심종숙 시인은 민족‧민중‧자주의 깃발을 지키자는 의미를 담아 우리에게 <소나무야>로 알려진 노래의 원곡인 <적기가>를 불렀다. 애초 이 노래는 독일 민요 <탄넨바움>에서 시작됐는데 영국에서 <레드 플래그>(The Red Flag)라는 노동가요로 불렸으며 이것이 다시 일본에서 <아까하타노 우타>(赤旗の歌)라는 민중혁명가로 번안되어 불렸고 북녘으로 유입되어 <적기가>라는 혁명가요로 탄생했다. '비겁한 자여 갈테면 가라/ 우리들은 붉은 기를 지키리라.'

이어진 낭송 순서에서는 시대에 대한 울분과 민족 자주에 대한 결의의 내용이 이어졌다. '한겨레이면서 갈라져/ 싸우는 상황을 부끄러워하지 못하고/ 안타까워하지는 못하고/ 애써 우리의 적은 북한이라고/ 강조해야 하는가?/ 미친 짓이다.'(정영훈, 「광언, 광인에 대해」) '빨치산식 강행군으로 력사의 대격란을 뚫고 헤쳐나가야 한다./ 빨치산식 강행군으로 온 심장을 격동시키는 장엄한 울림이 있어야 한다.'(리복재, 「혁명과 신념은 빨치산식이어야」)

르포 「우키시마호 폭침사건으로 본 강제연행 실태」를 쓴 전재진 작가는 우키시마호 사건과 관련하여 아직도 여기저기 묻혀 있는 피해자들의 유해를 송환해야 한다면서 이 사건과 관련하여 일본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예정이니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심재영 시인은 100년 전과 흡사한 작금의 한반도 상황을 안타까이 생각하면서 문정희 작 「새 아리랑」을 암송하여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홀로 푸른 하늘 바라보면서/ 푸른 하늘 굽이굽이 새겨둔 설움/ 바라만 보아도 말갛게 차오르는 눈물/ 질경이 같은, 엉겅퀴 같은, 뙤약볕 같은/ 어지럽고 슬픈 살 냄새/ 허리 구부리고 울던 흰옷들의/ 쓰라린 사랑이여/ 천 굽이로 살아나는/ 아리랑이여'.
 
양희철 고문의 격려사 모습
 양희철 고문의 격려사 모습
ⓒ 지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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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고문은 격려사를 통하여 "먼저 노동자문예학교 졸업생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앞으로 활약을 기대하는 마음도 피력했다. 이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회원들이 있어 민족작가연합의 오늘이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훌륭한 작품으로써 삼천리 강토에 꽃과 향기를 뿌리는 역할을 해 나가자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김남주 시인의 시를 가사로 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제창하면서 출판기념회의 모든 순서를 마쳤다. 
 
참가자들의 기념촬영
 참가자들의 기념촬영
ⓒ 지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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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민족작가연합, #민족작가, #노동자문예학교, #라기주, #양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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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문학박사, 번역가. 충남 청양 출생. 시집 <<송전탑>>(2010). 번역서 <<명상으로 얻는 깨달음>>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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