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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일반노동조합은 4월 13일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일반노동조합은 4월 13일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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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고속도로 요금수납원 등 위탁업체 소속 노동자(비정규직)들이 원청 소속(정규직)으로 해달라며 냈던 소송에서 기필코 이겼다. 소송을 낸 지 4년 5개월만으로 1심과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부심 김선태·오경미·박정화 대법관)는 13일 원청인 신대구부산고속도로(주)가 냈던 상고를 기각 판결했다. 이로써 요금소 수납원을 비롯한 비정규직 124명은 위탁업체가 아닌 원청 소속의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소송은 2018년 11월 비정규직 126명이 원청을 상대로 고용의사표시(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내면서 시작되었다. 1심인 창원지방법원 제4민사부는 2020년 9월 '고용의사표시'하라 판결했고, 항소심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제2민사부는 이듬해 11월 '고용의사표시'하라며 신대구부산고속도로(주) 측의 항소 기각 판결했다.
   
고용노동부 양산지청은 2019년 신대구부산고속도로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고용노동부, 법원이 불법파견이라고 했지만,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측은 받아들이지 않고 법적 대응을 해왔다. 고용노동부의 과태료·시정명령 이행에 대해서도 신대구부산고속도로가 소송을 냈지만, 울산지방법원은 2021년 9월 가처분 기각에 이어 본안소송 각하 판결했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위탁업체 소속인 요금소 수납원과 도로보수원, 안전관리원 등 비정규직들은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경남)일반노조 신대구부산톨게이트지회를 설립해 투쟁해 오고 있다.

이들은 상고심 판결이 늦어지자 대법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신대구부산고속도로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이다"라며 "국민혈세로 노동부, 사법부 판정 불복하는 소송 잔치 국민연금 규탄한다"고 성토했다.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 요금수납원에 대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대법원 판결은 2019년 8월에 있었으나, 민자고속도로 관련한 대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별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민자고속도로와 관련한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즉시 직접고용, 처우개선 절차에 착수해야"

대법원 판결이 난 뒤 일반노조는 이날 오전 밀양에 있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주)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혔다.

박재훈 일반노조 동부경남지부장은 "전국 민자고속도로와 관련한 첫 불법파견, 직접고용 판결이라 의미가 더 있다"며 "원청은 고용노동부 결정과 사법부의 판결대로 직접 고용을 즉시 이행해야 하고, 지금까지 불법파견과 시간끌기 소송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병 일반노조 위원장은 "긴 시간 불법파견과 싸워 승리를 만들어낸 조합원 동지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그동안 거대한 자본 앞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 기필코 이겨낸 조합원 동지들이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조 위원장은 "동지들은 그동안 원청 앞에서, 양산고용노동지청으로, 국민연금공단 창원지사로, 창원지방법원으로, 전구 국민연금공단 본사로, 세종시 국토교통부로, 서울 대법원으로, 우리 투쟁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전국을 누볐다"고 회상했다.

그는 "불법파견으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부당한 착취에 고통을 받았고, 위탁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불안에 밤잠을 설쳐온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며 "이제는 원청이 답할 시간이다. 이제까지 소송전에 낭비한 돈이면 벌써 직접고용, 처우개선을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소송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즉시 직접고용과 처우개선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들을 변론해온 김두현 변호사(금속노조법률원)는 "특수목적법인 형태로 설립된 민자고속도로의 불법파견을 대법원이 인정한 첫 사례이다"라며 "이번 판결로 온전한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던 영업소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실질적 근로조건 결정권이 있는 사용자와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양우주 신대구부산톨게이트지회장은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아무리 사실을 가리려고 해도 그 진실은 감출 수 없다. 이제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수납노동자를 즉시 직접 고용하라"고 강조했다.

일반노조는 "오늘 판결은 참됨, 옮음, 진실, 상식, 정의 등등 여러 가지 소중한 가치들을 지키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지금까지 이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하기에 환영한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전국의 민자고속도로 수납노동자들의 직접고용 투쟁에 한 줄기 빛이 되고 향후 들불처럼 번져 나가게 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직접고용에 대한 시시비비, 불법파견에 대한 거짓된 주장, 상식적이지 못한 비정규직의 처우에도 우리는 계속 싸워 왔다. 직접 고용이라는 그 진실을 위해 달려온 우리는 오늘 판결을 받아보니 감회 또한 새롭다"고 전했다.

이들은 "원청은 지금까지 불법파견에 대해 피해자인 수납노동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과의 진정성은 우리의 노동조건 개선으로 보여져야 할 것"이라며 "오늘의 판결은 한국도로공사 수납원 직접고용 판결에 이은 민자고속도로 최초의 직접고용 판결이다. 우리는 이 역사적인 판결과 직접고용 투쟁의 경험과 역량으로 더 큰 우리의 길을 개척해 나가겠다"고 마무리했다. 

태그:#대법원,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불법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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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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