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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역사학자인 이만열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시민사회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역사학자인 이만열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시민사회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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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님, 책임지겠다는 말은 철회하십시오. 역사 속에서 겸손하십시오. 역사에 부끄럽지 않도록 하십시오. 역사의 요구는 추상같이 준엄합니다."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역사학자인 이만열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86)이 윤석열 대통령이 강제동원 정부안을 두고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말을 부각한 데 대해 책임 대신 "겸손"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의 오는 16일 방일을 앞두고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민사회 단체 입장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이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 전범기업 대신 우리나라 기업의 자금 출연으로 강제동원 피해를 배상하도록 한 정부안을 도출한 것을 두고 "역사학도로서 이런 파국의 순간을 맞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개탄했다. 그는 "(대통령과 여당이 말하는) 미래는 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일부 일본 극우주의자들이 희망하는 미래"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강제동원 해법은 용서와 화해는 물론 미래도 불러올 수 없다. 일본은 식민지배와 그 범죄를 더욱 분명하게 부정하고, 강제 징용과 군대 '위안부' 문제도 부정할 것"이라면서 "호혜 선린의 미래가 아닌 파국의 미래로 치달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시에 윤 대통령에게 "일본 기시다 총리와의 회담에서 역사문제, 독도문제 등에 대한 일본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면 회담 결렬을 선언해야 한다"고 권하면서 "일말의 소득도 없는 양보는 굴욕의 양보요,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더 큰 수렁에 빠뜨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가서 친일 해법 굳혀 온다면, 국민 심판 일어날 것"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시민사회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시민사회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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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한국 정부 스스로 지난 날 일본의 수출규제 행위에 대한 문제 제기를 중단하는 것은 '투항'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대법원) 판결의 집행 포기를 강요하는 것 이상으로 법원을 그의 의지 아래 종속시키려는 사법 방해 행위다"라고 질타했다. 그는 "(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에서의 대한민국의 국제법적 권리마저 훼손했다"면서 "일본이 국제통상 규범을 위반한 수출규제를 스스로 철회하기 전에 한국이 그 권리를 스스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고 꼬집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지난 9일 독일 카셀대학교에서 발생한 일본군 '위안부' 평화비 기습 철거 사건을 꺼냈다. 그는 "지난 6일 정부의 굴욕적 정부 해법안 발표 직후 일어난 일로, 앞으로 일본 정부의 오만한 역사 부정과 왜곡이 끝 간 데 없이 나갈 것임을 예견하게 한 사건"이라면서 "윤석열 정부가 그 길을 반 헌법적 강제동원 해법으로 열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정부안이 "한일 정상회담을 위한 조공품"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박 공동대표는 이날 "우리나라 대법원 확정 판결에 위반되는 그런 해법을 행정부에서 집행한다는 것은 헌법위반으로, 탄핵 심판의 대상이 되는 범죄 행위"라면서 "일본에 가서 (윤 대통령이) 친일 해법을 굳히고 온다면 국민적 심판이 대대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각계 시민단체가 전한 입장에는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와 만나 촉구해야할 요구 목록들이 열거돼 있었다. ▲강제동원 사실 인정과 사죄, 배상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 ▲재일동포 차별 및 배제, 혐오 발언 중단 등 실질적인 대책 등이 그 내용이다.

아래는 이날 이만열 교수가 발표한 입장 전문을 정리한 것이다.
 
"오늘 저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역사학도로서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으로서 이런 파국의 순간을 맞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한 분 대통령이 감당할 수 없습니다. 책임지지 못할 사태를 저지르고도 아직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 부끄러움은 온전히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몫입니다.

대통령과 여당은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고 강변합니다. 분명히 말합니다. 그 미래는 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일부 일본 극우주의자들이 희망하는 그런 미래입니다. 우리가 희망하는 미래는 호혜선린의 한일관계입니다. 그것은 과거 역사를 직시하고 가해자가 범죄 행위를 고백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용서와 화해는 여기에서 비로소 가능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강제동원 해법은 용서와 화해는 물론 미래도 불러올 수 없습니다. 더 큰 갈등과 파국만 불러올 뿐입니다. 일본은 식민 지배와 그 범죄를 더욱 분명하게 부정할 것입니다. 강제징용과 군대 '위안부' 문제도 부정할 것입니다. 독도를 자기 땅으로 우기며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을 유인하면서 정당화할 것입니다. 호혜선린의 미래가 아닌 파국의 미래로 치달을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권합니다. 기시다 총리와의 회담에서 역사 문제, 독도 문제 등에 대한 일본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면 회담 결렬을 선언하십시오. 일말의 소득도 없는 양보는 굴욕의 양보요,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더 큰 파국으로 이끌 뿐입니다.

윤석열 정부를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뜨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말을 맺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책임지겠단 말은 철회하십시오. 역사 속에서 겸손하십시오. 역사에 부끄럽지 않도록 하십시오. 역사의 요구는 추상같이 준엄합니다."

태그:#일본, #윤석열, #강제동원, #책임, #한일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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