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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남산은 해발 663미터로 야트막하다. 운동화와 평상복으로도 천천히 오를 수 있는 곳이다
▲ 남산 정상석 충주 남산은 해발 663미터로 야트막하다. 운동화와 평상복으로도 천천히 오를 수 있는 곳이다
ⓒ 이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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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해 충북 충주의 한 즉석떡볶이 집을 보게 되었다. "아직 하고 있구나". 입안에 침이 고였다. 20여년 전 충주 살 때 추억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대가미공원, 충주댐 잔디밭. 그러다가 문득 남산을 오르던 때가 기억났다. 완만한 능선, 살랑거리던 바람, 하산 한 뒤 먹던 떡볶이며 칼국수. 지난 11일 충주 갈 일이 생겼다. 마침 반나절 정도의 여유가 났다. 차 트렁크에서 운동화를 꺼내신고 남산을 올라갔다.

남산은 충주시 직동과 살미면에 걸쳐 있다. 높이는 663m로 야트막하다. 마즈막재를 사이에 두고 북쪽 계명산과 붙어있으며 일명 금봉산이라고도 불린다. 들머리나 날머리 모두 시내에 인접해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정상에는 남산성이 있다. 충주산성이라고도 하는데 삼한시대 마고선녀가 축성했다는 전설때문에 마고성이란 이름도 있다.

전설을 잠시 보면 이렇다. 옛날 옛날에 금단산 수정봉에 마고할미(늙은 신선할미)가 살았는데, 하늘의 법도를 어기고 마구 살생을 하여 크게 성난 옥황상제가 하천산 노둑봉으로 쫓아냈다.

긴 시간이 흘러 마고할미가 잘못을 뉘우치고 금단산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빌었다. 옥황상제는 금봉산에 들어가 성채를 쌓고 처소로 삼되 성은 반드시 북두칠성을 따라 한 별씩 7일 동안 쌓게 하였다.

마고할미가 명을 받고 이 산에 이르러 보니 수려한 자연경관과 전망에 감탄하여 7일 만에 성을 완성했다. 옥황상제가 살고 있는 서쪽을 향해 수구가 뚫려 있어 옥황상제는 마고할미를 성주가 아닌 성지기로 삼았다. 그 후, 마고성으로 불렸다.

축성의 법칙에 의하면 수구문은 서쪽으로 내지 않는다고 한다. 수구문은 성안의 물이 밖으로 흘러 나가도록 수구에 만든 문이다. 이 산성은 수구문이 서쪽으로 난 유일한 성으로 전해진다.

오늘 출발지는 마즈막재. 충주호 종댕이길이 가깝다. 종댕이길은 자연 그대로의 숲길인데 차량을 타고선 볼 수 없는 비경이다. 예전 다녀간 곳인데 잊히지 않는 명품길이다. 

충주시민들은 마즈막재를 '마지막재'라고 부른다. 예전 남산 아래  사형집행장이 있었고, 인근 지역의 죄수들이 고향을 마지막으로 바라볼 수 있던 장소였다고 한다. 지금은 상전벽해다. 예전에 사과밭이 대부분이었는데 카페, 식당이 차지했다. 

임도를 오른다. 서서히 시작되는 오르막은 떠나는 겨울의 쌀랑함을 떨쳐낸다. 길에 쌓여있는 솔잎이 차가운 시멘트 길을 포근하게 덮어준다. 그늘진 임도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도 반갑다. 선명한 하늘색이 시원하고 유쾌하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한 눈에 들어오는 충주시의 조망에 가슴이 탁 트인다.  

봄을 알리는 노란꽃의 주인공 산수유가 반겨준다. 매번 볼 때마다 생강나무와 헷갈렸는데 오늘은 보는 순간 산수유나무라는 걸 알았다. 생강나무는 매끈한데 산수유나무는 거칠다. 꽃이 피면 꽃대로 구분할 수 있다. 생강나무는 긴 반면 산수유는 목이 짧다.  
 
남산은 외적의 침입을 요충지다. 남산 임도 곳곳에 충주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 안내판이 자리잡고 있다
▲ 역사 해설판 남산은 외적의 침입을 요충지다. 남산 임도 곳곳에 충주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 안내판이 자리잡고 있다
ⓒ 이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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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임도는 역사공부하는 장소로 제격이다. 중원고구려비에서의 고구려와 신라의 만남을 시작으로 역사 길이 펼쳐진다. 대몽항전, 숭선사 창건, 임경업 장군의 일대기등이 길을 장식하며 설명글을 읽는 재미가 더해진다. 곳곳에 있는 의자는 맘을 느긋하게 한다. 

계속되는 임도 속에 철계단이 보인다. 남산 등산로라는 표시를 보고 방향을 잡았다. 계단을 다오르니 흙길이 맞아준다. 봄기운에 조금씩 녹은 흙길이 푹신푹신하다. 새소리가 휘파람이 되어 돌아온다. 몸도 마음도 상쾌하고 개운하다.

얼마되지 않아 남산성의 성곽이 모습을 드러낸다. 북문터 표지판과 함께 무성하고 푸른 소나무 한 그루가 멋진 풍경을 만든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바위틈에 자라난 나무의 생명력이 경이롭다. 충주호의 빼어난 절경은 감탄을 자아낸다. 

이정표를 따라 서문으로 향한다. 볕 좋은 의자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도 곳곳에 겨울의 흔적이 있다. 빙판을 피해 서문에서 윗쪽 숲길로 이어간다. 여유있게 돌아보던중 남산 표지석과 마주했다. 간만에 보니 무척 반갑다. 좀더 머물고 싶었으나 바람이 쌀쌀하다. 자연스럽게 햇볕이 드리운 아늑한 곳을 찾아 물을 한모금 마신다. 

이정표가 알려주는 마즈막재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내려올 때는 한결 여유가 있다. 충주 시내를 조망하면서 천천히 걷는다. 어느 산행 선배의 말씀을 떠올리며 추억 산행을 마무리했다. "두 시간에 올라간 길은 두 시간에, 세 시간에 오른 길은 세 시간 동안 내려오라고."
 
남산은 들머리와 날머리 모두 충주 도심과 가깝다. 어느 곳에서 올라도 교통이 편리해서 시민과 관광객이 즐겨 찾는다
▲ 남산 정상 인근 갈림길 남산은 들머리와 날머리 모두 충주 도심과 가깝다. 어느 곳에서 올라도 교통이 편리해서 시민과 관광객이 즐겨 찾는다
ⓒ 이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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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천단양뉴스(http://www.jdnews.kr/)에 실립니다.


태그:#제천단양뉴스, #이보환, #걷기좋은길, #충주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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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신문에서 25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2020년 12월부터 인터넷신문 '제천단양뉴스'를 운영합니다.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다짐합니다. 언론-시민사회-의회가 함께 지역자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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