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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10
 이원재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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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집 팔면 얼마 나와요? 그게 보증금 회수 절차입니까?"

'빌라왕' 전세사기 피해자 A씨가 울분을 토했다. 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허그)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미가입자다.

국토교통부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보증 미가입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국토부는 보증금 회수 절차를 안내한다고 홍보했지만, 경매 절차를 소개하는 데에 그쳤다. A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국토부·HUG 관계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 모인 피해자들이요, 대부분 허그 (보증) 미가입자 방안을 들으려고 여기 연차 내고 온 사람들이에요. 지금 생업 시간 빼 가지고 왔다고요. 지금 이런 소리 듣자고, 여기 앉은 게 아니라고요!"

그는 경매 집행 직전이지만 이미 상당한 돈을 써야 했다. 기존 대출 이자 상승도 큰 고통이다.

"국토부와 금감원 국민신문고를 통해 대출 연장 2년 했습니다. 금리가 2%에서 6.7% 됐습니다. 이자가 몇 배 됐습니까! 벌써 마이너스 치고 있고요. 제가 경매 집행 권한을 받아오기 위해서, 집행 지급 명령을 신청했고요. 12만 원 나갔고요. 지금 현재 신청 안 되는 임차인들은 소송 비용만 400만 ~ 500만 원 들고요. 경매 개시 금액은 200만 원 나가요. 그렇게 해서 경매해서 (낙찰) 받아도 되팔면 얼마 받는데요, 저희가!"

이들 가운데는 보증보험 가입 절차를 밟았지만, 임대인 '빌라왕' 김아무개씨가 악성 임대인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유로 가입이 거절된 경우가 많았다. 피해자의 무지나 잘못으로 보증보험 가입을 못한 게 아니었다. A씨도 이를 따져 물었다.

"(보증보험) 가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 고지 없이 임대인이 바뀌었습니다. 그때 등기부등본을 떼보니까 임대인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권리가 없고, 매매계약을 막을 권리가 없었습니다. 가입 거절 이유가 김○○이 블랙리스트여서 였습니다. 제가 알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세금) 체납사실을 조회해도 안 나왔을 거 아니에요. 지금은 보증 가입 안 되잖아요, 임대인 죽었으니까. 이게 임차인의 문제입니까."
 
이원재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원재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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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보험 미가입자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한 사례는 경매를 진행해도 전세보증금을 되찾기 어려운 경우다. 정부는 현재 경매 시 종합부동산세 등 당해세(부동산 자체에 부과된 세금과 가산금)가 무조건 주택임차보증금보다 선순위지만, 오는 4월 매각분부터 법정기일이 늦은 당해세보다 주택임차보증금이 우선 배분된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이같은 보호를 받기 어려운 피해자들이 많았다.

피해자들이 구제 방안을 물었지만, 국토부도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정기일이 언제인지 여부와 관계 없이) 당해세보다 임차보증금을 먼저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은 세법 개정에도 시일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세금을 거둬들이는 정부 당국에서도 선순위 권리를 포기하기는 굉장히 어려울 거 같다"라고 말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걸 기대하고 어떤 행동을 취하긴 어렵지 않을까 말씀드린다"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B씨는 "빌라왕 김씨에 대한 조세 채권이 약 63억 원이다. 첫 번째 조세 채권 법정기일이 2020년 12월 11일인데, 그 뒤에 전세계약을 진행한 경우에는 무잉여기각으로 경매 진행이 안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무잉여기각이란, 부동산 순위상 경매를 신청한 채권자에게 돌아갈 잉여금이 있어야 경매를 진행하는 원칙이다. 

그는 "(피해자) 대부분 경매 진행도 못하고 있는데, 그 문제를 해결주셔야 피해자 구제 방안이 된다"면서 "세법 개정 사항이라 안 된다고 하시면 (정부에서) 저희들 손 놓는 거다. 저희도 '믿어달라'는 말씀 못 믿는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관계 부처와) 협의를 해달라"라고 호소했다.

이날 설명회는 2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질문과 항의가 쇄도해 설명회는 3시간 이상 진행됐다.

한편, 이날 한 피해자는 호흡 곤란을 호소해 119 대원들이 출동하기도 했다.

태그:#전세사기, #경매,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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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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