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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드는 생각이나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면 무엇인가? 의자에 앉아 선생님이 있는 칠판을 바라보며 공부하는 이미지를 떠올렸으리라 생각한다.

학교가 바뀌고 있다. 한 반에 50~60명 넘는 학생이 빽빽하게 앉아 공부하고, 학교 종이 울리면 하교하던 시절은 옛말이다. 정규 수업이 끝난 뒤 갈 곳 없는 아이는 학교에 남아 담임 선생님이 아닌 또 다른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언제부턴가 학교에서 밥을 주기 시작했고, 상담, 진로 탐색, 치유 등 공부 외의 많은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학교의 기능이 커지면서 교육이나 학교 행정을 지원하는 수많은 직종이 생겨났다. 학교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지만, 교원도, 공무원도 아닌 사람을 우리는 '교육공무직'이라고 부른다.

기자는 여섯 살, 일곱 살 때 유치원에 다녔다. 당시는 어머니가 전업주부였기 때문에 9시에 등원해서 오후 1시 무렵에 집에 돌아왔다. 집에 늦게 가는 친구들은 오후까지 '종일반'에 있었다. 그 수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텅 빈 유치원에 남은 친구들이 쓸쓸해 보였다. 집에 가면서 종일반 친구들을 동정 어린 눈으로 바라봤는데, 그 사이에 세상이 바뀌었다.

기자의 어머니도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고, 맞벌이 부부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유치원 전체에 있던 아이들을 끌어모아 만들던 '종일반'이 오후의 '방과후과정'이 됐고, 오전의 '교육과정'에 등원한 아이들 대부분이 방과후과정에 그대로 들어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방과후과정 모집에 탈락해서 발을 구르는 학부모나, 국공립과 사립을 비교하며 방과후과정에 대해 궁금해하는 학부모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맞벌이 부모를 대신해 오후에 아이와 함께하는 선생님이 '유치원방과후전담사'인데, 오전의 교육과정을 담당하는 교원과는 달리 교육공무직원이다. 교육공무직 직종인터뷰 여덟 번째로 유치원방과후전담사 최선미 선생님을 지난 27일 오후에 만났다.

'품앗이 육아'에서 시작해서 지금까지

-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오산 성호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근무하는 유치원방과후전담사 최선미입니다. 학교장이 방과후전담사를 채용하던 시절에 다른 학교 병설유치원에서 6개월 일하다가, 교육청 직고용으로 바뀌면서 이곳에 오게 됐어요. 2014년 10월부터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기자 주 : 교육공무직은 학교장 소속으로 채용됐으나 2010년 중반에 교육감 직고용으로 바뀌었다)."

- 유치원방과후전담사를 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나요?

"어릴 때부터 아이를 좋아했어요. 고향은 경남 고성인데 결혼하고 청주에 살았어요. 주변에 또래 엄마들이 많았는데, 아이 보기를 힘들어하더라고요. 저는 애 보는 것을 좋아했어요. 놀이방처럼 주변 어린이들을 모아서 제가 돌보고, 다른 엄마들은 음식을 만들어와서 같이 나눠 먹으면서 품앗이로 육아했어요. 애들이 저를 많이 좋아하고, 따르는 걸 보면서 어린이집이나 놀이방을 해볼까 생각해서 보육교사 자격증을 땄어요. 아이들이 크면서 가정어린이집의 교사로 일했는데, 어린이집이 아이를 위하기보다는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거는 아니라고 생각했죠. 공립유치원에서 사람을 뽑나 확인하던 찰나에 공고가 났고, 그때부터 학교에서 근무했죠.

방과후전담사로 근무하려면 정교사 자격증이 있어야 했어요. 그런데 정교사 자격증이 있는 분들은 사립유치원으로 많이 가더라고요. 교육청에서 채용 범위를 보육교사 자격증 가진 사람까지로 넓혔고, 그래서 채용이 됐죠. 어린이들을 오롯이, 즐겁게 보려면 어린이집 원장보다는 직접 아이를 돌보는 게 아이에게 사랑을 듬뿍 줄 수 있어서 계속 일하고 있어요. 어린이집 원장은 이제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웃음)."
 
오산 성호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유치원방과후전담사 최선미 선생님
 오산 성호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유치원방과후전담사 최선미 선생님
ⓒ 신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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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부터 퇴근까지 하루 일과와 업무를 자세히 알려주세요

"오전 11시 반부터 5시 반까지, 6시간 근무합니다. 방학 때는 출근하지 않고요. 11시 반에 출근하면 (오후에 먹을) 간식이 와 있어요. 보존식(기자 주 : 집단급식을 하는 곳에서는 식중독 사고가 날 수 있는데, 역학조사를 하기 위해 음식 샘플을 따로 보관한다. 이를 보존식이라고 한다.)을 냉동실에 넣어놓는 등 간식을 점검하죠. 12시에는 아이들이 급식실에 가서 점심을 먹어요. 제가 5분 전에 먼저 가서 5세 아이들은 식판을 놓아주고, 6세는 자기들이 식판 들고 오면 숟가락, 포크 놔주고, 7세는 각자 알아서 먹어요.

12시 반쯤부터 1시 사이에 수업 준비를 하고, 1시에 교육과정 선생님과 교대합니다. 1시부터 본격적으로 제 시간이죠. 월간 계획안에 따라서 날마다 다른 놀이를 하고요. 간식 시간이 2시 반쯤 되는데, 앞서 말한 간식을 챙겨줘요. 포크, 숟가락과 간식통을 아이들이 가져오는데, 간식을 하나하나 나눠줍니다. 간식 시간이 끝나면 뒷정리하고, 다시 아이들은 놀이를 하고, 저는 아이들을 보면서 물건 챙기고, 가방 정리해주고요. 3시 40분~4시쯤부터 아이들이 집에 가기 시작해요. 아이들 가방 챙겨주고, 부모님 오는 시간에 맞춰서 옷 입혀주고요. 인터폰이 울리면 애들을 내보내요. 5시 정도면 아이들이 다 가요. 나머지 30분은 교실 정리하고, 문단속하고 퇴근합니다."

쉴 틈 없이 아이를 봐야 하는 일과... "여유시간이 없어요" 
 
- 30분 안에 뒷정리가 다 되나요?


"30분으로는 다 안 되죠. 노인 일자리 개념으로 청소하시는 분이 오시기도 하는데, 그분들은 1년이 아니라 10개월 계약이에요. 12월에는 오시지 않아서 제가 할 일이 더 많죠. 이전에는 '하모니 선생님'이라고, 간식과 청소를 맡는 분이 있었는데, 2시간 50분 근무하셨거든요. 그런데 그 제도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 (초단시간 근로자로서 생기는 여러 문제나) 퇴직금 문제 등이 있어서 없어져 버렸죠.

여유시간이나 화장실 갈 틈은 전혀 없고, 말 그대로 6시간 동안 아이만 보다가 가요. 점심 급식은 엄밀히 말하면 오전 교육과정의 업무예요. 내 업무가 아니지만, 지원해주는 거죠. 근로기준법상 4시간 일하면 휴게시간 30분이 있어야 하는데, 휴게시간이 퇴근시간 이후로 배정돼 있습니다.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셈이죠."

- 지금 돌보는 아이들이 몇 명이나 있나요?

"올해는 19명을 봤어요. 정원은 20명입니다. 오늘부터 방학이라 졸업한 친구들을 빼면 지금은 13명이에요. 그나마 제가 있는 반은 5, 6, 7세가 섞여 있어서 20명이 정원인데, 7세 반만 담당한다면 정원이 26명까지 늘어나요. 성인 한 명이 아이들 26명을 돌본다고 생각해보세요. 특히나 코로나 때는 거리두기도 안 돼서 더 힘들었어요. 오전 교육과정 때는 한 반의 1/3만 등교하게끔 됐는데, 방과후과정에는 그 아이들이 모두 한 반으로 오게끔 시스템이 짜였거든요. 결국, 26명을 방과후전담사가 모두 돌봤던 셈이죠."

- 내 아이 하나 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20명 정도 되는 아이를 본다는 건 정말 힘들 것 같은데요. 지원인력이나 외부 강사 등이 들어오나요?

"특별활동이라고 해서, 외부 강사가 와서 음악이나 미술 등 여러 활동을 하는 시간이 있어요. 부모님들이 비용을 부담하는데, 유치원마다 다른데 우리 유치원은 1주일에 한 번, 오르프 음악 활동만 했어요. 설문조사로 결정하는데 내년에는 학부모님들이 두 번 하자고 하시네요. 보통 1주일에 1~2번 하는 곳이 많아요.

외부 강사가 들어오지만, 그 시간에 제가 쉴 수 있는 건 아니고요. 특별활동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같이 있어요. 강사님이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주고, 공간을 떠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떠난 뒤의 유치원 교실
 아이들이 떠난 뒤의 유치원 교실
ⓒ 신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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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도 아이를 좋아해서 품앗이 육아부터 시작해서 직업으로서 오래 일한 최선미 선생님이지만, 유치원 시스템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마침 인터뷰를 한 날이 방학 첫날이었다. 최선미 선생님은 성호초등학교에서 일한 2014년부터 작년까지는 방학에 출근하지 않는 '방학중 비근무자'였는데, 올해 처음으로 방학에 출근했다. 방학 때 출근하지 않으니 급여가 없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방과후과정은 방학 때도 운영되는 게 원칙인데 방학에 출근하지 않는 방과후전담사가 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였다.

경기도에는 최선미 선생님과는 달리 방학에 출근하는 '상시근무자'도 있고, 근무시간도 6시간뿐 아니라 7시간이나 8시간인 방과후전담사도 있다. 이처럼 근무형태가 제각각이며, 학교마다 운영 형태가 다른 데서 오는 불편함은 없을까.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노동과세계>에도 연재됩니다.


태그:#교육공무직, #유치원방과후전담사, #방과후과정, #교육복지,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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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교육선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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