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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및 보강 : 22일 오후 8시 20분]

KH건설은 코스닥 시장에서 이른바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주목받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의 1년 간 코스닥 차트를 보면 올해 최저가는 주당 325원(11월 14일 기준). 하지만 지난 6월만 해도 KH건설 주가는 주당 1325원(6월 30일 기준)이었다. 앞서 알려진 소식이 있었다. KH건설이 사단법인 유라시아 경제인협회와 우크라이나 전쟁 복구 사업 상호 협력을 위해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양해각서는 우크라이나 지원 공동대책위(공대위)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체결됐다. 황우여 전 교육부총리와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한국대사가 '공대위' 위원장이란 사실도 함께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 후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KH건설 주가는 11월 중순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1월 21일에는 종가 기준 주당 615원까지 기록했다. 그로부터 나흘 후에는 국토부가 우크라이나 측과 재건 복구 협력방안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후 다시 하강 곡선을 그리던 KH건설 주가는 지난 13일 프랑스 정부가 우크라이나 인프라 재건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회의를 개최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당 553원으로 상승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KH건설(11월 19일자)"이라거나 "돈 되는 종목" 등 표현으로 KH건설 주가를 분석하고 전망하는 블로그나 유튜브 동영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른바 우크라이나 재건주로서 KH건설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석열 테마주'로 각광... 대통령 변호 맡았던 인물도 사외이사
 
KH건설 등기부등본
 KH건설 등기부등본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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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기대감이 계속 시장에서 유지되는 데는, 지난 대선 정국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KH건설에 몸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석열 테마주'로 주목받았던 전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대철 전 민주당 고문 이름이 거론된다. KH건설 정호준 사외이사(전 민주당 국회의원)가 그의 장남. 정 전 고문과 윤 대통령의 친분이 알려지면서 그 이름이 여러 차례 거론됐다. 정 전 고문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사퇴한 후 접촉한 정치계 인사 중 한 사람이다. 지난 6월 정 고문은 "국가원로자문회의를 협치의 완충 장치로 활용하라고 직접 써서 윤 대통령에게 줬다"고 밝히기도 했다. 

KH그룹 계열사인 IHQ 사외이사 이석웅 변호사도 눈에 띈다. 그는 2020년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직무집행정지 처분 당시 윤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던 인물이다. 판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선배이자 서울대 법대 선배이기도 하다.

그동안 KH그룹이 사외이사나 감사로 영입한 법조인 출신은 이들을 포함해 모두 9명이다. 그중 검찰 출신은 곽호근 KH필룩스 사외이사(전 검찰 수사관), 김용정 KH필룩스 사외이사(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 김희준 장원테크 사외이사(광주지검 차장검사), 문성용 KH건설 감사(전 검찰 수사관), 신언용 전 KH필룩스 사외이사(현 장원테크 이사, 전 서울동부지검장), 이철희 IHQ 전 사외이사(전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등 6명이다. 

그 외 유경은 KH전자 이사는 변호사로 박원순 서울시장 법률특보를 역임했고, 김경남 전 KH전자 감사의 경우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주가 조작 사건 변호를 맡았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장동 의혹 관계사... 박영수 전 특검 인척도 거론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11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11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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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건설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자금 흐름에도 등장한다. 그동안 알려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4월부터 9월까지 토목건설업자 나석규씨는 사업 분양대행업체 대표인 이기성씨와 함께 대장동 사업 로비 자금으로 조성한 42억5000만 원을 남욱 변호사 등에게 보냈다.

하지만 남 변호사가 2015년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나씨는 사업권을 따내는 데 실패한다. 이에 나씨는 전달된 돈을 회수하려고 내용증명을 작성해 김만배씨에게 보낸다. 대장동 사업을 통해 화천대유에 배당수익이 발생하던 2019년 4월, 김씨는 나씨에게 100억 원을 전달한다. 

그중 일부 자금이 흘러 들어간 곳이 KH건설 쪽이다. 15일자 <한국일보> 보도를 보면, 나씨는 검찰 조사에서 "부동산 구입대금으로 70억 원을 사용하고, 30억 원은 대양금속 주식 매입에 썼다"고 밝혔다. 2019년 6월 나씨는 먼저 70억 원을 경기 용인시 소재 건물 구입에 쓰는데, 해당 건물의 원 소유주는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의 친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2019년 12월 나씨는 에프앤디조합 지분 25만 주를 매입한다. 이 조합은 KH건설이 대양금속 인수를 위해 2019년 10월 설립한 곳이었다. 

이에 대해 KH건설 측은 "KH건설을 주축으로 대양금속 인수를 위해 에프앤디조합을 설립했으나, 실사 등을 거쳐 인수를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그 달에 지분을 매각했다"면서 "나석규씨와 당사는 무관하고 일면식도 없다. 'KH건설이 포기한 대양금속을 인수한 사람' 정도의 미미한 연결고리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분양대행업체 대표이자 박영수 전 특검 인척인 이기성씨와 KH건설 사외이사 정호준 전 의원과의 관계도 주목할 만 하다. 정 전 의원과 이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씨는 2018년 10월 11일부터 작년까지 정대철 전 민주당 고문 양친 '정일형·이태영 기념사업회' 이사를 맡기도 했었다. 이씨는 김만배씨와 나석규씨 사이에 100억 원이 오갈 때 '키맨' 역할을 한 사람이기도 하다. 나씨가 김씨에게 돈을 받기 위해 보낸 내용증명 작성의 당사자였고, 김씨는 이씨의 계좌를 거쳐 나씨에게 100억원을 전달했다.

[관련기사] 대장동 로비자금 42.5억 내용증명, 박영수 로펌과 연관? http://omn.kr/21xrz

KH그룹의 민낯... 검찰이 어디까지 드러낼까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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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KH건설 혹은 KH그룹은 여러 '얼굴'을 갖고 있다. '윤석열 테마주'로 각광을 받았었고, '우크라이나 재건주'로도 여전히 주목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만 보더라도 KH그룹과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인물 또한 복잡다단하다. 

최근 검찰은 KH그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쌍방울 횡령·배임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해온 수원지검은 지난 8월 KH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최근에는 그룹 자금 흐름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H전자 전 감사였던 조OO씨 등을 상대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강력범죄수사부(신준호 부장검사)가 최근 KH그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2020년 11월 발생한 폭력조직 '수노아파'의 KH그룹 소유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벌어진 난동 사건이 일단 수사 대상이다. 사건 조사 과정에서 "배 회장이 60억원을 떼먹었다"는 주장이 나와 배상윤 KH그룹 회장과의 관련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된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담합 의혹' 사건에도 KH그룹이 연루돼 있다. KH그룹에 사업을 헐값 매각했다는 의혹으로 최문순 전 강원지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중이다. 

KH건설 측은 "KH전자 전 감사 조모씨는 배상윤 회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투자를 유치한 개인적 일탈로 인해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KH건설과는 관련이 전혀 없다"며 "수노아파 조직원 난동 사건 역시 2년 전 경찰 수사에서 KH자금과 무관하다고 결론이 난 사안이며 알펜시아 입찰 관련해서는 어떠한 부적절한 행위도 없었으며 특혜를 받은 일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그:#KH건설, #대장동, #우크라이나 재건주, #윤석열 테마주, #이석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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