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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4년 개통 예정인 서부내륙고속도로의 터널 공사 모습.
 오는 2024년 개통 예정인 서부내륙고속도로의 터널 공사 모습.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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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12월 22일 오후 12시]

"당초 예상보다 원자재값부터 각종 경비가 수십억 올랐는데…"
 

김 아무개 상무는 고개를 떨구었다. 국내 중견건설업체 A사에서 20년 넘게 현장에서 일해온 그였다.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만난 김 상무는 "올 하반기들어 대부분 건설현장에서 말그대로 '곡'소리가 나고 있다"면서 "공사를 진행하면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데도 어쩔수없이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서류 한 뭉치를 건네면서, "너무 억울하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A사는 지난 2021년 7월부터 경기도 평택 인근에서 서부내륙고속도로 건설사업을 해왔다. 서부내륙고속도로는 국토교통부가 총 사업비 2조6694억 원을 투입해 경기도 평택에서 전북 익산까지 137.7km에 이르는 고속도로(왕복 4~6차로)를 잇는 사업이다. 

지난 2019년 12월 정부의 사업승인 후, 1단계 사업구간인 평택~부여 구간(94.3km)이 오는 2024년에 개통되고, 나머지 구간은 오는 2029년까지 이어진다. 

이 사업의 원청업체는 포스코건설이다. A사는 그동안 포스코건설과 원하청 관계를 유지해오며 10년 넘게 건축, 토목사업을 해왔던 곳. 지난 2020년 포스코건설의 우수협력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도로 공사 역시 지난 2021년 포스코건설과 612억 원 상당의 하도급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해 왔다.

"원자재 값 등 40% 올랐는데..." 고속도로 건설두고 원-하청간 손실보전 견해 커
 
오는 2024년 개통 예정인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 모습. 일부 공사 구간에서 원청업체인 포스코건설과 하청업체 사이에 원자재값 상승 등에 따른 공사비 지급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오는 2024년 개통 예정인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 모습. 일부 공사 구간에서 원청업체인 포스코건설과 하청업체 사이에 원자재값 상승 등에 따른 공사비 지급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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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올들어 해외로부터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인한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부터다. 김 상무는 "(도로건설) 입찰을 맺은 후 1년여 사이 공사구간에 사용하는 화약값 등 각종 원자재와 유류비 등이 거의 40% 가까이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도 최대한 비용을 흡수해가면서 공사를 진행했다"면서 "오히려 일부구간은 공사 기간을 앞당기면서 열심히 일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올 하반기 들면서 A사는 더 이상의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일부 지방 건설현장에선 건설 원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해, 회사가 도산하는 곳도 나타났다. 김 상무는 "공사 특성상 화약을 사용해 발파작업을 하는 등 각종 민원이 발생했고, 그럼에도 원청에선 공사기간 단축 등을 요구해 왔다"면서 "최대한 적자를 감수해가며, (원청의) 요구대로 공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 6월 말께 포스코건설 쪽에 급격한 원자재값 상승과 자재 수급이 불안정한 부분 등 현장상황을 알리고, 향후 일정 협의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 공사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 상부에 보고한 후 안전조치 강화를 위한 일부 공정이 중지됐었다"고 말했다.

A사의 업무협의 요청에 포스코건설의 답은 공사재개와 함께 계약해지 사전 통보였다. 안전조치 강화이후 공사를 재개한 A사는 원청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에 억울하다는 것.

A사의 다른 임원인 나 아무개 상무는 "원청의 협박성 통보 이후에도 9월까지 예정됐던 공사를 진행했고, 계약에도 없던 추가공사까지 했다"면서 "하지만 원청은 9월말까지 각종 공사장비와 인건비 등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사와 공사비 체불 관련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포스코건설 쪽에서) 현장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안전모자 등 각종 용품마저 회수해 가버렸다"고 회고했다.

이에 포스코건설쪽은 A사의 주장에 적극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원자재값 상승분은 계약 조건상 물가상승지수를 반영해 조정, 수차례 협의를 진행해 왔다"면서 "A사가 7월 한달동안 임의로 공사를 중단했고, 이후 (A사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공사중단 재발 방지확약서와 공기단축방안 등을 제출해 공사를 재개했는데, 이후 9월21일께 아예 장비를 철수하고 공사를 다시 중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사비 정산도 하청기업에서 올 6월 고의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는 등 금액 수령이 지연됐고, 지난 9월에도 금액 지불을 위해 세금계산서 발급을 요청했지만 (A사에서) 응하지 않아 정산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건설은 향후 해당 금액에 대해 법원에 공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청' A사 "일방 계약해지 등으로 수십억 손실" 주장
'원청' 포스코건설 "하청 공사중단으로 오히려 손해, 허위사실 법적 검토"

 
오는 2029년 개통예정인 서부내륙고속도로. 경기도 평택에서 전북 익산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이며,  충남 부여까지 1단계 구간은 오는 2024년 우선 개통된다.
 오는 2029년 개통예정인 서부내륙고속도로. 경기도 평택에서 전북 익산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이며, 충남 부여까지 1단계 구간은 오는 2024년 우선 개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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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에 A사의 김 상무는 "포스코건설 쪽에서는 이미 서로 합의됐던 기존 공사비용마저 깎겠다고 하는 등 우리 쪽에서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조건을 내걸었다"면서 "그럼에도 우리는 상호 협의를 통해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계속 밝혔지만 포스코건설 쪽이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A사는 원청인 포스코건설이 오히혀 공사진행을 방해하고,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인해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A사가 맡았던 해당 공사구간의 공정률은 30% 수준. 포스코건설 쪽은 지난달 나머지 구간 공사 진행을 위해 후속업체 선정을 진행했지만, 예상보다 공사금액이 크게 증가해 유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해당 공사가 지연될 경우 원청업체가 발주처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공사지연금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A사에 9월이후 수차례 공사재개를 요청했고, 원자재값 상승분에 대해 협의를 진행했지만 오히려 A사에서 장비 일체를 철수시킨 채 공사를 중단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또 포스코건설은 향후 A사를 상대로 계약해지에 따른 손실과 명예훼손 등에 대해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그:#서부내륙고속도로, #포스코건설, #건설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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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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