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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제’.
 16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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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국가를 찾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경남지역시민대책회의'가 16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시민추모제'를 열었다.

시민대책회의는 "참사 49일. 158명의 죽음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 책임지지 않고 있다. 막기 위한 노력도, 책임지려는 노력도 없다. 참사의 모든 고통은 유족과 국민이 겪고 있다"며 "고통은 분노가 되어 유족이 이제 거리로 나선다. 책임지지 않는 정부에 대해 죽음의 원인을 확인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온 사회가 나선다"고 했다.

추모제는 엄상진 시민대책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되었고, 대금 연주(강용길)와 진혼곡(이금남)에 이어 김영미씨가 유족의 편지를 낭독했다.

묵념에 이어 김유철 시인이 '이 땅을 떠나지 못한 억울한 영혼들에게'라는 제목의 추모시를 낭송했고, 조형래 시민대책회의 공동대표는 발언을 통해 "그날 오후 6시 34분 첫 신고 때 정부가 제대로 대처를 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며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천수 경남청년정의당 위원장은 발언을 통해 "10월 29일 저녁 6시 34분, 압사당할 것 같다며, 소름끼친다며 경찰에 첫 신고가 접수되었던 그 시간, 최초의 신호는 무시되었다"며 "이후 10번의 외침이 있었는데도 저녁 10시 15분부터 이루 말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고, 158명이 밤하늘의 별이 되었다"고 했다.

그는 "49일이 지난 오늘, 우리를 맞이한 것은 더 좁아진 진실 규명의 폭이었다. 무책임과 정쟁만이 남아 진상규명 목소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며 "참사 이후 놀러간게 잘못이라며, 나라 구하다 죽었냐며 2차 가해까지 일삼고 있는 현실은 가슴을 더 저미게 만든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첫 신고부터 마지막 열 한 번째 신고까지 무엇도 안전을 보장하지 못했다. 그들이 잘못한게 무엇이냐. 그들이 어떤 것을 잘못했느냐. 안전하게 살아가는 것조차도 하지 말자는 뜻이냐"며 "이제 우리는 누구를 믿고 살아가야 하느냐. 안전한 사회가 무너진 자리에 이태원 속 아픔이 우리 모두를 멈춰서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던 꿈을 기억하겠다. 빛나는 꿈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진짜 책임자 처벌이 시급하다"며 "제 또래였던 친구들과 희생자분들께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다.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이주화 학생(창원대)은 발언을 통해 "저는 올해로 26살이다. 20대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보통 20대 때는 여러 가지 많은 것들을 가장 하고 싶어하는 시기라고들 이야기 한다"며 "물론 저도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즐기면서 살고싶다. 서울에 놀러 가보고 싶고, 부산도 가보고 싶고, 그리고 며칠 뒤엔 크리스마스인데 크리스마스 파티도 하고 싶고 굉장히 하고 싶은 게 많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는 이런 문화생활을 하는 것에 안전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10월 29일 당시 이태원에 많은 인파가 몰렸고 그곳에 있던 사람들 역시 저와 다른 사람들이 아니다. 단지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문화를 즐기고 싶어서 간 것 뿐이다"며 "참사가 일어나고 49일이 지난 지금, 이태원참사를 향한 망언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 학생은 "세월호처럼 횡령 수단이라고 하고, 다 큰 자식 놀러가는 것 못 막고 왜 정부에 책임 떠넘기냐고 하고, 심지어 시체팔이라고 하면서 나라 구하다 죽었냐는 말을 하며 그곳에 간 사람들이 잘못한 것이라며 개인의 책임으로 묻는 망언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곳에 간 사람들이 잘못한 것이라면 우리와 같은 20대 청년들은 어디를 가야 하느냐. 같은 20대로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정부의 책임을 물어야 할 때이다. 이렇게 계속 진행되다가는 더욱 큰 피해를 불러올 지도 모른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번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안석태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발언을 통해 "158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의 소식을 듣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던 적이 있다. 분노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최근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눈물에 함께 분노하고 있었는지,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많은 질곡에 함께 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158명 희생자들의 유가족이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말에 함께 하고 있는지 이제 우리는 추모를 넘어 분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정우상가 앞에 '10·29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했다. 청년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영정 앞에 국화를 놓았고, 추모의 글을 적어 그 앞에 붙이기도 했다.

이날 저녁 진주와 거창에서도 시민들이 나섰다. '민생민주평화파탄 윤석열심판 진주시민모임'은 이날 저녁 진주 중앙시장 입구에서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 촛불'을 들었고, 거창진보연합은 거창군청 앞에서 추모 촛불을 들었다.

다음은 김유철 시인의 추모시 전문이다.

이 땅을 떠나지 못한 억울한 영혼들에게

벌써 10.29 참사 49일이 지나갑니다 / 한 순간 밀려서 앞이 보이질 않더니 / 또 한 순간 밟혀서 등골이 휘더니 / 이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 그대들의 아름답던 미소 /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젊은 숨소리를 / 우리는 기억합니다

이미 떠난 그대들에게 / 가지 말라고 애원하였고 / 이미 죽은 그대들에게 / 죽지 말라고 울음편지를 보냈습니다

이제는 진정 떠나야 할 날이 왔다고 / 떠나보내야 할 순간이라고 / 49제의 종소리는 거듭거듭 눈물종이 되어 울립니다

아름다웠던 젊은 영혼들이여 / 그대들이 살던 대한민국의 수도 / 서울 한복판에서 158명이 사라졌는데 / "내 책임입니다" "내가 잘못했습니다"라고 / 손들고 나오는 이가 없는 / 무지하고도 막지한 곳이 지금여기입니다

그래서 무지막지한 세상이고 / 철면피 가면을 쓴 늑대와 마녀가 우글거리며 / 도사와 거짓 언론이 거리를 휩쓰는 / 사람모습을 닮은 유령들의 세상입니다

차마 용서하란 말도 / 차마 훨훨 떠나란 말도 / 정말, 차마 편히 잠들라는 말도 안 나옵니다

그러니 더더욱 잊지 못합니다 / 그대들의 억울한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을 / 잊지 않고 기억하렵니다

아름답고 빛나던 젊은 임들이시여 / 그대들이 숨 쉬지 못하고 떠난 이 곳을 / 우리는 지금도 숨 막히듯 살고 있습니다 / 덧정 없을 이 땅이지만 / 남아 있는 자들을 도우소서

그대들의 억울한 마음과 귀한 숨소리를 / 다시 온전히 펴고 / 다시 사랑하는 이들에게 들리도록 / 함께 해 나가리다 / 잊지 않고 그 날까지 모두 함께
 
 
거창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추모 행사.
 거창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추모 행사.
ⓒ 거창진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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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제’.
 16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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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제’.
 16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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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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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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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제’. 김유철 시인.
 16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제’. 김유철 시인.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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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태원 참사, #경남지역시민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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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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