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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10월 이인호 박경이 1989년 해직교사를 인터뷰할 당시의 모습이다.
 지난 2020년 10월 이인호 박경이 1989년 해직교사를 인터뷰할 당시의 모습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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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9년 5월 28일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가 결성됐다. 결성 당시 조합원은 10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노태우 정부는 '체제 수호'라는 명분으로 전교조 교사들을 탄압하고 해직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정근식, 진화위)는 지난 8일 1989년 정부의 전교조 탄압을 위법하고 부당한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진화위는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와 배상 등을 권고했다.

진화위는 "1989년 전후반에 안기부의 총괄기획하에 문교부, 법무부, 보안사령부, 경찰 등 11개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전방위적인 탄압을 가하고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임이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진화위에 따르면, 검찰은 1989년 8월 초 전교조 결성 활동과 관련해 231명을 입건했다. 이중 핵심주동자 4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41명을 구속했다. 수사가 끝난 87명은 기소(구속 37, 불구속 50)됐다.

진화위는 전교조 대책철, 문교부 회의결과 보고, 교원노조 활동분석 및 향후대책, 교원노조, 조직복원 기도 관련 동향과 대책등의 문건을 통해 "문교부가 정권의 지시를 받아 전교조 교사들의 행정소송, 민사소송, 헌법재판소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등에 대응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와 법원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펼친 사실도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1989년 해직된 전교조 교사들의 원상회복 특별법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1500여 명의 해직교사 중 충남에는 54명의 해직 교사가 있다. 이들 교사는 진화의 권고를 "환영한다"면서도 실질적인 국가의 사과와 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 본 뒤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충남 천안에 살고 있는 이인호 전교조 해직교사는 "늦은 감은 있지만 국가 기관들이 (전교조에) 행한 탄압을 국가의 폭력으로 인정하고 사과하고, 조치를 취하라고 한 것은 환영할만하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특별법과 진화위 권고안이 조속하게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는 진화위 권고를 빠르게 이행해야 한다. 이미 돌아가신 교사들도 많다. 과거사를 잘 정리하고 바로 세워야 진실과 화해의 길로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아산에 살고 있는 이문복 해직교사도 "진화위 권고안을 정부가 받아들여서 국가 폭력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며 "피해에 대한 배상과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해직 되었을 당시 부당징계에 대한 행정소송이 각하된 것도 결국은 법원의 로비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심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권위주의 군부정권 시절이었다. 부당한 국가 폭력을 겪으면서도 시대가 그렇다 보니 십자가를 지는 심정이었다. 진화위 권고가 나왔지만 정부에서 알아서 잘 할 것이라고 믿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우리 해직교사들은 고령이다 보니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더 싸워야 하는 것인지도 사실 막막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4년 6개월 동안 길거리에 있으면서 경력인정도 받지 못했다. 정신적, 물질적 불이익이 있었다. 하지만 역사가 한 발짝 앞으로 나가고 참교육이 실현 될 수만 있다면 희생을 감수할 각오가 있었다. 하지만 복직 후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가장 가슴이 아팠던 것은 다른 동료교사들이나 가족들이 우리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자식이 '엄마를 존경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말했을 때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우리의 승리가 정신승리가 되어선 안 된다. 어떤 형태로든 실질적인 명예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 '명백한 국가폭력이었다.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는 식의 말은 공허할 뿐이다. 실질적인 사과와 피해 보상 등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희생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정의롭게 산 삶이 비참하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1989년 당시 국가 폭력은 우리 해직교사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선생님들 지키겠다고 민감한 사춘기에 고초를 겪은 학생들이 있다. 학생들과 학부모와 교사들의 친인척, 가족 모두가 국가 폭력의 희생자들이다. 우리 교사들 때문에 피해를 입은 분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


1989년 해직교사들의 모임인 교육민주화동지회(교민동)는 지난 9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과거 비민주적인 정권에 의하여 자행된 전교조 교사들과 가족, 학생들에 대한 국가폭력 피해를 조속히 조사하라"며 "피해자들의 원상회복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고 국회는 상임위에 계류 중인 해직교사 원상회복 특별법 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에 ▲진화위 권고에 따라 1989년 해직교사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과 ▲해직교사들과 가족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조치를 취할 것 등을 촉구했다.

태그:#진화위 , #1989년 전교조 해직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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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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