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SPC계열사인 SPL 평택공장 사망사고와 관련해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을 호소했다. 또 SPC그룹 차원의 노동문제를 비판하며 불매운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해달라고 했다.

류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조금 긴 글이 될 것 같다"며 메시지를 냈다. 그는 이날 오전 허영인 SPC 회장이 평택공장 사망사고를 사과한 일을 언급하며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그리고 언론인 여러분. 약자를 지켜주십시오.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을 지켜주십시오. 그래야만 '노답' 정치권이 서민의 편에 설 수 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질의응답 없이 끝난 SPC 회장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http://omn.kr/219p7)

류 의원은 "SPC는 나쁜 기업의 끝판왕"이라며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등의 노동조합을 탄압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뉴스가 보도되면 SPC는 언론사에 간곡한 청을 넣는다. 기사 제목에 그룹이나 회사 이름을 빼달라는 것이고, '파리바게뜨 런던 1호점 런칭' 따위를 보도해달라는 것"이라며 "타락이라는 말 말고 다른 무슨 말로 설명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류 의원은 국회 입성 전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홍보부장으로 일하며 SPC 관련 노조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는 "누구보다 그곳 사정을 잘 아는 민주노총 상근자가, 우리의 목소리가 국회 담장을 넘지 못한다고 답답해하던 노동운동가가 국회의원이 되었지만 별로 힘을 보태지 못했다"며 그 원인 중 하나로 거대 양당의 외면을 꼽았다. 
 
"오늘 자 뉴스 헤드라인은 온통 이재명 대표입니다. 대통령과 여당은 떨어지는 지지율 회복을 위한 카드로 이재명 대표 죽이기에 나섰습니다. 검찰은 제1야당사의 압수수색을 시도했고, 야당 국회의원들은 무려 '국정감사장'을 뛰쳐나가 온몸으로 영장 집행을 거부했습니다. 한 방 먹은 민주당이 가만있을 리 없습니다. '대선자금은커녕 사탕 하나 안 받았다'는 이재명 대표는 아예 대장동 특검을 제안해 여론의 물타기를 전개합니다."

류 의원은 "싸움 구경이 제일 재밌다는데, 지지자들의 관심을 한데 모으니 언론 역시 그 재미있는 전쟁을 중계하기에 바쁘다"고 한탄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시민과 언론이 만드는 '여론의 힘'을 믿는다"며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무엇이든 좋다. 불매운동도 좋고, 투쟁하는 노동자와의 연대도 좋다. 뉴스 기사 공유나 댓글을 남겨주셔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부탁드린다"는 말로 끝맺었다.

다음은 류 의원의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그룹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 평택시 소재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그룹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 평택시 소재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피 묻은 빵, 그리고 나쁜기업 끝판왕"

오늘 오전 11시, SPC그룹이 지난 15일 평택 제빵공장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를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내놨습니다. 3년 동안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합니다. 이익을 얻기 위해 자본을 대는 걸 투자라고 합니다.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지 않을 이익'이라는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약속을 이행하십시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그리고 언론인 여러분. 약자를 지켜주십시오.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을 지켜주십시오. 그래야만 '노답' 정치권이 서민의 편에 설 수 있습니다.

조금 긴 글이 될 것 같습니다.

SPC그룹에서 일하는 시민의 산업재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산업재해만이 그들의 유일한 문제도 아닙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기업윤리의 타락'이고, '노동환경의 열악'이며, '노조탄압의 고도화'입니다. 저는 국회에 오기 전,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에서 홍보부장으로 일했습니다. SPC가 왜 이 지경인지를 알려면, 파리바게뜨지회 얘기부터 해야 합니다.

"열악한 노동환경" 처음부터 지금까지 여전합니다.

2017년입니다. 수당 5만원 떼인 게 억울해 정의당에 노동상담을 받으러 온 이가 있었습니다. 파리바게뜨지회 임종린 지회장입니다. 정의당과 민주노총이 사건을 접수하고 조사해 보니, 회사에 총체적 노동 문제가 있었습니다. 불법파견, 임금체불, 휴게시간 미보장 등입니다. 한여름에 40도 가까운 주방에서 에어컨 없이 일해야 했고, 하혈한 임산부는 대타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답니다. "이 부당한 일을 같이 바로잡자" 그렇게 만들어진 게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입니다.

2018년 1월, SPC와 노동조합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집니다. 제빵기사의 직접고용, 3년 안에 본사 직원과 동일한 수준의 급여가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사측과 노동조합뿐 아니라 정의당 비상구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시민사회대책위원회도 서명했습니다.

SPC는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4월, SPC는 비전선포식을 열고 사회적 합의 이행을 완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가짜 선언입니다. 임종린 지회장의 단식투쟁을 계기로 만든 검증위원회의 검증 결과, 10개 항목 중 2개만 완료, 3개는 부분 이행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아예 시작조차 안 했습니다.

파리바게뜨지회가 처음부터 농성까지 했던 건 아닙니다. 천여 명이 넘는 조합원이 있는 노동조합으로서 사측과 대등하게 대화하려고 했지만, 돌아온 건 노조파괴였습니다. 1인 시위도 하고, 피켓도 들어보고, 삼보일배도 해보고, 지회장 단식투쟁에 이어 조합원 집단단식까지 안 해본 게 없습니다. 더 이상 처절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여론과 언론의 관심에서 조금씩 밀려났습니다.

"고도화된 노조탄압" 천박하고 유능합니다.

파리바게뜨보다 뒤에 노조에 가입한 IT 지회들이 단체협약을 체결해가는 동안에도, 올해 대우조선, 하이트진로가 파업을 끝내는 동안에도 이곳은 그대로입니다. 파리바게뜨는 화섬식품노조의 몇 년째 '주요현안'입니다. 급기야 오는 11월 12일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에서는 민주노총 총연맹의 '메인현안'이 됐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제가 다니던 스마일게이트도 양반이었습니다. SPC는 그야말로, 나쁜기업(이라는 말도 모자랍니다)의 '끝판왕'입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그들이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는 한편, 노조탄압의 기술은 날로 발전시켰습니다. 민주노총 소속의 노동조합 탈퇴를 유도했습니다. 처음에는 몰래 하더니, 점점 대범해져서 어용노조(한국노총 식품노련 소속)에 가입하면 수당을 주거나, 진급에 혜택을 부여했습니다. 적당히 밑 작업을 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2019년에 노동자들은 임종린 지회장을 '근로자대표'로 당선시킵니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의 수보다 많은 득표를 했습니다. 그러자 사측은 어용노조를 한 달 만에 과반노조로 만들어 다시 근로자대표를 무력화시켰습니다. 참을 수 없이 천박하고, 실소가 나올 정도로 유능했습니다.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SPC 본사 앞에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 SPC그룹의 계열사인 SPL평택 공장에서 끼임사고로 사망한 노동자의 추모 행사를 하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SPC 본사 앞에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 SPC그룹의 계열사인 SPL평택 공장에서 끼임사고로 사망한 노동자의 추모 행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타락한 기업윤리" 제정신인지 묻고 싶은 정도입니다.

파리바게뜨뿐 아니라 던킨도너츠, SPL에도 노동조합이 생겼습니다. 각각의 지회가 만들어졌습니다. 더 많은 노동자가 함께하게 됐습니다. 그랬더니 더 많은 곳에서 벌어지는 악질적 노동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지난 10월 7일, 이번 사망사고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기계에 손이 끼어 다친 노동자는 정규직 직원이 아니라, 협력사 직원이었습니다. SPL은 노동자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30분 동안 훈계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10월 15일, 20대 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 기계에 끼여 숨졌습니다. SPL은 납품 물량을 맞추기 위해 사고 현장을 천막으로 가린 채 다른 노동자들이 업무를 계속하게 했습니다. 빈소에는 조문객에 나눠주라며 빵을 보냈다고 합니다.

뉴스 보도가 되면, SPC는 언론사에 간곡한 청을 넣습니다. 기사 제목에 그룹이나 회사의 이름을 빼달라는 것이고, '파리바게뜨 런던 1호점 런칭' 따위를 보도해 달라는 것입니다. 타락이라는 말 말고, 다른 무슨 말로 설명할 수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의당의 무능" 결국에는 정치 탓입니다.

저부터 각 잡고 반성합니다. 누구보다 그곳 사정을 잘 아는 민주노총 상근자가, 우리의 목소리가 국회 담장을 넘지 못한다고 답답해하던 노동운동가가 국회의원이 되었지만, 별로 힘을 보태지 못했습니다. 함께 투쟁하고, 연대하는 건 의원 배지가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부끄럽습니다.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이 단식하던 당시 저와 정의당, 민주당 의원들이 사측을 국회로 불렀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지만, 어려움이 있다." 류의 하나 마나 한 말은 녹음된 음성파일의 재생처럼 느껴졌습니다.

국회가 SPC그룹 오너를 국정감사장에 불러내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국정감사 증인채택은 소관 상임위원회의 간사 의원들 간 합의로 이뤄집니다. 간사 의원은 20석 이상의 교섭단체만 가질 수 있습니다. 당연히 정의당은 빠집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민의힘 간사는 임이자 의원입니다. 임이자 의원은 제가 위에 언급했던 그 '한국노총 식품노련' 출신입니다. 민주당의 레퍼토리는 같습니다. 국민의힘 간사 합의가 어렵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공수처법, 언론중재법, 검수완박보다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 여기는 겁니다. SPC가 국회의원 한둘을 개똥 보듯 하는 이유를 저는 여기서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의 연대, 언론의 관심"이 가장 중요합니다.

오늘 자 뉴스 헤드라인은 온통 이재명 대표입니다. 대통령과 여당은 떨어지는 지지율 회복을 위한 카드로 이재명 대표 죽이기에 나섰습니다. 검찰은 제1야당사의 압수수색을 시도했고, 야당 국회의원들은 무려 '국정감사장'을 뛰쳐나가 온몸으로 영장 집행을 거부했습니다. 한 방 먹은 민주당이 가만있을 리 없습니다. "대선자금은커녕 사탕 하나 안 받았다"는 이재명 대표는 아예 대장동 특검을 제안해 여론의 물타기를 전개합니다. 이참에 이재명 대표께 제안 드립니다. 소년공 시절, '눈물 젖은 빵'을 기억하신다면, '피 묻은 빵'부터 못 만들게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다수당의 결기로, SPC 문제 해결에 나서시면, 국면 돌파에 더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정말, 정치, 참, 잘들 하십니다. 싸움 구경이 제일 재밌다는데, 지지자들의 관심을 한데 모으니, 언론 역시 그 재미있는 전쟁을 중계하기에 바쁩니다.

그렇지만 저는 여전히 시민과 언론이 만드는 "여론의 힘"을 믿습니다.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지난 15일 소스 교반기계에 끼여 숨진 20대 근로자 사망사고 관련 엄정수사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평택 제빵공장 사망 관련 엄정수사 촉구 기자회견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지난 15일 소스 교반기계에 끼여 숨진 20대 근로자 사망사고 관련 엄정수사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일하는 시민이 죽었습니다. 많은 동료 시민이 분노했고, 언론 역시 사건을 취재하고 보도했습니다. 불매운동은 힘을 받았고 오늘, SPC그룹의 오너는 기자회견장에 서야 했습니다. 바로 우리 공동체가 가진 힘입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도덕적 직관'입니다.

그래서 관심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SPC그룹은 '알아서' 개선할 수 있는 기업이 절대, 아닙니다. 포켓몬빵이, 파리바게뜨 케잌이, 파스쿠치 커피가 그곳에서 일하는 시민이 죽든 말든 잘 팔려서는 안 됩니다. 여론이 이를 분명히, 경고해야 합니다.

SPC가 노동자와 진정한 소통을 할 때까지 계속해야 합니다. SPC그룹이 소속 노동조합과 교섭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줄 때까지 해야 합니다. 그런 환경이 조성되면, 이곳에서 일하는 시민들은 스스로 환경을 바꾸어 갈 의지와 능력이 있습니다.

조마조마해 하고 있을 가맹점주분들께도 부탁드립니다. 당장 매출과 수익 하락이 걱정되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그룹의 총체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앞으로의 기업 성장과 상생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가맹점주가 원청에서 받는 갑질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무엇이든 좋습니다. 불매운동도 좋고, 투쟁하는 노동자와의 연대도 좋습니다. 뉴스 기사의 공유나, 댓글을 남겨주셔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들이 한 오늘의 사과가 누군가의 "적당히 사과하고, 대책 몇 개 던져라. 그러면 정치권에서도 묻힌다"라는 조언의 결과라면, 그렇게는 안 된다고 알려주어야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태그:#SPC, #SPL, #파리바게뜨, #중대재해, #류호정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