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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여성이 일상 곳곳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아동이나 여성을 향해 성기를 노출하고 음란 행위를 하는 성범죄 때문이다. 지금껏 이 범죄는 ‘바바리맨’이라 불리며 웃음거리로 소비되기도했지만,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오마이뉴스>는 이 문제를 세 차례에 걸쳐 다뤄본다.[편집자말]
집에 가던 길, 등굣길과 하굣길, 사람이 많았던 카페, 대낮의 한강 공원. 일상 곳곳에서 여성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아동이나 여성을 대상으로 성기를 노출하고 음란 행위를 하는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밤 12시께 서울의 인적 드문 길을 걷던 이아무개(20·여)씨에게 한 남성이 길을 물어본다며 접근했다고 한다. 남성은 "OO역이 어디냐"라고 물었고 이씨는 손짓으로 역의 위치를 알려줬다. 그런데 대뜸 남성은 이씨를 붙잡더니 "제 것 좀 봐주시면 안 돼요?"라며 발기된 성기를 보여줬다고 한다. 이씨는 "놀란 반응을 하면 남성이 어떤 해를 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집으로 빠르게 향했고, 집에 도착한 후에야 눈물이 터졌다"라고 전했다.

이씨와 이씨의 부모님은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망설이다가 다음 날이 돼서야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는 "신고 후 같은 가해자로부터 유사한 일을 겪은 미성년자 피해자가 2명 더 있었다는 사실을 경찰 조사에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피의자 측에서 "사죄문과 합의금을 주겠다"라며 두 달에 걸쳐 연락이 왔다고한다. 이씨는 거절했지만, 피의자는 경찰을 통해서 사죄문을 보내왔다.

A4 용지 한 장이 채 되지 않는 분량의 반성문이었다. 피의자는 "만취상태에서 저지른 일이라 자세한 상황이 기억나진 않는다"면서도 "지우기 힘든 상처를 안겨드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반성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켜야 할 처자식을 바라볼 때마다 후회되고 부끄러워진다"라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반성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씨는 9월 피의자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씨는 "나는 사건 이후 마음이 너무 힘들었는데..."라며 "우리나라 법이 성범죄에 매우 관대하다는 것을 뼛속 깊이 깨달았다"라고 토로했다.

"카페 바로 옆 자리에서..."
 
'성기 노출 음란 행위의 피해자'를 찾는다는 글을 온라인에 올린 후 2시간 만에 6건의 제보를 받았다(자료사진).
 "성기 노출 음란 행위의 피해자"를 찾는다는 글을 온라인에 올린 후 2시간 만에 6건의 제보를 받았다(자료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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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3일 '성기 노출 음란 행위의 피해자'를 찾는다는 글을 온라인에 올린 후 2시간 만에 6건의 제보를 받았다. 조아무개(23·여)씨 역시 제보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9월 5일 오후 3시께 군포시 한 카페에 갔다가 음란 행위를 하는 남성을 목격했다. 조씨는 "책을 읽던 중 옆자리 남성의 손이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한참 뒤쯤 짐을 꺼내려 몸을 남성 쪽으로 돌리고 보니 남성은 바지 밖으로 성기를 꺼내고 영상을 보며 자위행위를 하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조씨는 "장면을 목격한 순간 무서움과 동시에 몸이 굳어져 버렸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조씨는 "남성은 경찰이 온 후에도 자위 행위를 멈추지 않았고, 심지어는 경찰에게 '신경 쓰지 말고 가라'고까지 말했다"라며 "카페가 매우 개방적인 분위기로 아이들도 많았는데, 이런 곳에서 음란 행위를 한다는 것이 너무 불쾌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씨는 "앞으로 그 카페는 다시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씨는 "사건과 관련해 진술서까지 작성했으나, 몇 시간 후 경찰로부터 남성이 석방됐다는 문자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문자만으로는 남성이 석방된 이유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성기 노출 범죄의 피해자들은 불쾌한 감정을 넘어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사건 이후 특정 공간을 기피하는 등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피해자 중 트라우마가 생기는 사람도 있다"라며 "그들은 범행이 있던 장소에 가기 꺼려 먼 길을 돌아가기도 한다. 왜 여성의 공간이 축소돼야 하냐"라고 반문했다. 

8년 전, 6년 전 일도 생생하게 기억난다는 피해자들

실제 "8년 전 여의도 한강에 놀러 갔다 하의를 벗고 성기를 노출한 남성을 목격했다"는 김아무개(23·여)씨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장소이고 대낮이었지만, 너무 무서워 공원에서 일찍 나왔다"라며 "놀랐던 순간이나 무서웠던 감정들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손아무개(26·여)씨는 "여고를 다녔는데 학교 근처에서 성기를 노출하고 음란 행위를 하는 남성을 3명이나 보았다"라며 "골목길에 주차된 봉고차 뒤에서, 학교 근처의 빌라 입구에서, 심지어는 트럭 기사가 물을 게 있다길래 다가가 보니 차 안에서 자위행위를 하고 있던 적도 있다"라고 전했다.

손씨는 "한동안 골목길에 가기 무서워 20분 이상 걸리는 길로 돌아갔었다"라며 "봉고차나 트럭을 보면 경계하게 된다. 골목길을 갈 땐 사람이 있는지 살피고 길을 간다"라고 말했다.
  
경찰 범죄통계에 따르면 2021년 '공연음란' 범죄 발생 건수는 2518건에 달한다. 보복이 두렵거나 너무 놀란 나머지 신고를 못 하는 경우를 감안하면, 피해 숫자는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만연한 범죄임에도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수준이 굉장히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성기 노출 범죄가 물리적 폭력이 동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피해를 겪었어도 충분하게 엄중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성 가해자가 남성 앞에서 성기를 노출하여 음란 행위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며 "피해자 대다수가 아동이나 여성으로 특정화되어 있다. 이는 분명한 인권 침해 목적이 있는 성범죄"라고 강조했다.

허민숙 입법조사관 역시 "남성들은 성기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여성이 놀라고 피하고 패닉 상태가 되는 모습을 보며 (가해자는)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범행은 여성들의 공간을 축소한다. 여성은 경계하면서 다니게 되고 범행이 있던 장소에 가기가 꺼려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허 조사관은 "사법부와 수사계는 가해자가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제대로 감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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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간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담긴 기사를 작성하는 최윤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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