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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빈(생명평화회의 실행위원)
 장동빈(생명평화회의 실행위원)
ⓒ 화성시민신문
 
수면 위로 떠오른 수원 군공항 종전부지와 예비이전후보지의 정치인과 주민 간의 갈등이 최근 경기도민관협치위원회의 수원 군 공항 이전 공론화 추진 결정으로 인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공론화의 본질을 왜곡해 공약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부당한 시도와 절차와 규정을 무시한 밀어부치기식 일방추진이 결국 시민의 저항과 시민사회, 전문가들의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제강점기 말 일본군이 건설한 수원 군 공항은 전술항공작전기지임에도 국가의 군사시설 유지관리와 지방정부의 도시계획과 관리 실패, 기지 인근에 도심이 형성되고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면서 1990년대 말부터 인근 지역주민들로부터 이전 또는 존폐 여부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2000년대 초 수만 명에 달하는 인근 주민들의 피해 대책마련 서명운동과 군 소음 피해 보상소송이 본격화되고, 2013년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후부터는 '존치와 이전'이라는 구도로 변질되어 군사기지로써 지위는 논외가 돼버렸다.

2017년 화성시 화성호 일대가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된 후 수원 군 공항 이전사업은 수년째 갈등과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교착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치권에서는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과 소위 공론화 추진을 설파했다.

관련 법을 제정할 당시 이전사업의 핵심인 기부대양여 방식이라는 충분 조건과 주민투표라는 필요 조건이 합치되면 이전사업이 가능하리라는 예측이 어긋나자, 충분조건은 유지하되 필요조건의 변경을 통해 이전 계획을 앞당기기 위해 민주주의 일반원리인 다수결의 원리를 악용하고자 시도한 것으로 판단된다.

관련 법 개정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공론화 대세론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던 종전부지 정치권은 경기도의 수원 군 공항 이전 공론화 추진 결정을 반겼다.

하지만 수원 군 공항 문제는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갈등이 첨예한 사안이며, 일부 유력 정치인들을 통해 공론화 주장이 설파되고 있는 상황이며, 대통령은 군 공항 이전 공약, 경기도지사는 경기남부국제공항 추진 등을 이미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이기에 경기도의 공론화 의제로는 매우 부적절하다.

공론화는 결과적으로 공론 형성을 통한 사회통합과 공동체의 유지라는 목적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공론이라는 방식을 통해 가치 실현을 명확히 하고, 공론형성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는 집단이 없도록 절차를 설계해야 하며, 보다 사회통합적인 조사와 수단을 발굴, 선택해야 한다.

재정적 계획 뿐만 아니라 갈등관리 방안도 동시에 제시되어야 한다. 공약 추진형으로 왜곡된 공론화 추진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며 성공할 수 없다.

공론의제 선정절차와 진행과정에 대한 문제도 심각하다. 경기도 공론화 추진에 관한 조례 제10조 3항은 ▲공공성 ▲이해관계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의 범위 및 정도, ▲도의 중장기 재정부담 수준 ▲그 밖에 도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민관협치위원회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론의제 선정에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자의적으로 공론의제 선정기준을 "시군(수원-화성)간 극심한 갈등이 현존하는 이슈로서 사안의 시급성, 중대성, 시의성, 이슈성 측면에서 공론화 대상 의제로 매우 적절"이란 매우 추상적이고 모호한 이유를 내놨다. 

이는 경기도에서 처음 시도하는 공론화라는 시민참여형 숙의 민주주의 시도를 거부하는 힘이 작동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민관협치위원회 회의 자료와 2022년 경기도 예산안설명서를 확인하면 공론화 추진을 경직성과 관례성이 총동원된 행정편의주의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예산계획을 전년도에 미리 반영하고, 사업 추진 세부절차 제시 등 과정을 공론의제 선정 후 진행하면서 공론화추진단의 역할을 매우 협소하게 만드는 등 공론화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도민여론조사 2회, 전문가워크숍 2회, 100명 내외 도민참여단 구성과 숙의토론회 2회 등은 공론화추진단의 위상과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는 향후에 반드시 확인되어야 할 문제다.

최근 경기도는 공론화와 의제선정 과정에서 심각한 하자가 있음이 정보 공개된 문서로 확인되자 무척 당황해했다. 이에 최근 개최된 공론화추진단 회의에서는 공론의제를 '도심 속 군 공항 어떻게 할 것인가'로 변경하며, 그 범위도 광범위하게 확대시켰다.

결국 공론화라는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성급하게 추진한다는 비판여론을 의식한 것으로는 보이나 그 진정성이 훼손된 목적을 회복할 수는 없다. 또한 공론의제와 주된 내용의 변경을 공론화추진단에서 결정하는 것은 월권이며, 명백하게 조례 위반사항이다.

사회통합과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유지를 위해 경기도가 공론화 추진에 관한 조례를 만들고 시도하는 것은 대단히 소중한 일이다. 시대정신은 숙의 기반의 주민참여 방식의 일상화다. 시작부터 본질이 왜곡되고,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추진으로 의도된 결과를 도출하려고 한다면 결과물은 갈등을 키우는 지렛대로 작용할 것이다.

경기도의 대표적인 민관거버넌스 기구인 협치위원회는 수원 군 공항 이전 공론화 추진 여부에 대해 진심으로 숙의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더 나은 경기도와 미래를 위해 새롭게 도입한 공론화 제도가 흔들림 없이 정착될 수 있도록 마음 모아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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