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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30일이면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제정되어 시행된 지 만 11년이 된다. 공익침해행위를 신고한 신고자를 보호하고자 2011년에 시행된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지난 11년의 세월 동안 9번의 개정을 통해 점점 더 많은 신고자를 더 잘 보호할 수 있도록 보완해왔다. 공익제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신고 방법이 간편해지면서 더 많은 이들이 쉽게 공익제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공익신고가 증가함에 따라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조치 역시 증가했다. 국민권익위에 접수된 신고자 보호조치 신청은 매년 증가해 법 제정 첫해에 2건에서 10년이 지난 작년 한해 63건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익제보자의 보호 조치 결정을 내려도 피신고인 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역시 증가하고 있다.

많은 경우 국민권익위의 보호조치 결정이 인정되지만, 몇몇 사건은 법원이 공익제보자 보호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국민권익위원회의 보호조치 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신고자들 사이에선 행정법원의 어떤 재판부로 배정되었는지를 보고 판결 결과를 예측하기도 할 정도로 재판부에 따라 신고자 보호를 해석하는 관점 차이가 존재한다. 

지난 8월 30일, 참여연대와 정의당 배진교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과 이탄희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판례분석을 통한 공익제보자 보호제도 강화모색 토론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었다. 
 
2022.08.30. 참여연대와 정의당 배진교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과 이탄희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판례분석을 통한 공익제보자 보호제도 강화모색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 판례분석을 통한 공익제보자 보호제도 강화모색 토론회 참석자들 2022.08.30. 참여연대와 정의당 배진교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과 이탄희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판례분석을 통한 공익제보자 보호제도 강화모색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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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이며 동시에 공익신고자, 둘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할까

노동자(여기서는 근로자로 표기)가 외부에 조직 내 위법행위를 신고하는 순간, 해당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와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공익신고자의 지위를 동시에 지니게 된다. 이에 따라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받게 되는 기타 불리한 처분들은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등(징계)"이면서 동시에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불이익조치"에 해당하게 된다. 양자는 서로 다른 기준에 따라 판단되기에, 공익신고자에게 부여된 불리한 처분을 어떤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해석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이하 '부당해고 등')을 하지 못한다(제23조). 이때 근로자의 공익신고 행위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즉 공익신고 행위에 대해 해고 등 징벌이 가능한지가 쟁점이된다.

대법원은 기본적으로 근로자가 사용자의 위법·비리 행위를 외부 기관에 신고·제보하는 행위를 "근로계약상 성실의무" 이행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근로자(신고자)가 고용관계에서 인지한 위법·비리행위를 신고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성실의무 불이행으로 이해하고, 사용자(회사)는 그 위반 정도를 판단하여 근로자에게 징계처분을 내릴 수 있으며, 그 정도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라면 해고까지도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고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1999.9.3. 대법원의 부당정직구제재심판정취소·부당전보구제재심판정취소 판결 내용 중 발췌
 1999.9.3. 대법원의 부당정직구제재심판정취소·부당전보구제재심판정취소 판결 내용 중 발췌
ⓒ 대법원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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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이 불이익조치를 신분상 조치와 부당한 인사조치로 국한하고 있는 데 반해,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그 외 근무조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차별조치', '폭행 및 폭언 등 정신적·신체적 손상 유발 행위' 등을 모두 포함하여 상대적으로 폭넓게 불이익조치를 정의하고 있다('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조 제6호). 

무엇보다 중요한 차이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법 시행 초기부터 불이익조치 추정 규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공익신고자가 공익신고 등이 있은 후 2년 이내에 불이익조치를 받는 경우에는 해당 공익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므로, 오히려 불이익조치를 한 자가 자신의 조치가 신고로 인한 불이익조치가 아님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한다(「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3조). 

근로기준법상 징계처럼 공익신고 등 행위가 신뢰의무 내지 성실의무 위반행위인지를 별도로 평가할 필요가 없고, 공익신고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필요성도 없다. 공익신고를 이유로 다양한 형태의 불이익조치가 가해지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불이익조치 자에게 불이익조치의 입증책임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신고자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공익신고자 보호법

발제를 맡은 김범준 변호사는 '노동위원회에 한 구제신청은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등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달라는 것이고 국민권익위원회에 한 보호조치 신청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불이익조치 등에 해당해 보호를 요청하는 것으로서, 양자는 판단 대상을 달리한다'며,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특별법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익신고를 이유로 한 각종 불이익 처분을 판단할 때는 당연히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우선해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을 맡은 국민권익위원회 김회성 사무관은 '공익신고자 보호법과 근로기준법의 입법 취지가 다르지만,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어느 법을 통해 구제를 받을지 문제가 발생하고, 이러한 경우 판례의 입장은 아직까지는 다소 불분명해보인다'는 소견을 밝혔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5조는 다른 법률과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다. '다른 법률의 적용이 경합하는 경우에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적용하되, 다른 법률을 적용하는 것이 공익신고자 등에게 유리한 경우 해당 법을 적용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8조제1항제6호 및 제7호는 다른 법령에 따른 구제절차를 신청한 경우 또는 다른 법령에 따른 구제절차에 의하여 이미 구제받은 경우 위원회가 신고자의 보호조치신청을 각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회성 사무관은 보호조치신청을 각하할지는 국민권익위의 재량임에도 최근 진행 중인 건에 관하여 행정규칙 상에 각하 사유로 명시된 점을 들어 '신청을 각하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법정에서 들은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법원에서 ①저품질의 사무용품을 지급한 것의 경우 근로자가 원하는 품질보다 낮은 수준의 물품이 지급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곧바로 근무조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차별 또는 불이익조치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거나, ②직원들의 탄원서 제출이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누구나 작성하여 제출할 수 있고 탄원서 제출로 특별한 불이익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불이익조치라고 보기 어렵다거나, ③직무에 대한 부당한 감사 또는 조사나 그 결과의 공개가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조제6호 사목으로 규정되어 있는 하나 이는 신고자 위법행위에 대한 감사나 조사까지 금지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위법행위에 대한 감사행위가 불이익조치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판결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김성회 사무관은 '이미 나온 판례들을 보면 신고자 보호라는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나, 불이익조치라고 신고자가 주장하는 행위에 대하여 그것이 정말로 신고자에게 '불이익'한 것인가를 판단할 때 '불이익조치'의 범위를 다소 제한적으로 보는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공익제보자가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공익제보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더 나은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지는 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숨어있던 문제를 세상에 드러내고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들지만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공익제보를 장려하고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이제 겨우 11년된 신생법률이라 아직 일관된 판례가 부족하다고 한다. 매일 출근하는 직장에서 징계나 해고를 당해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보내는 공익신고자의 입장에선 11년은 지독히도 긴 시간이다. 

참여연대는 공익제보 사건의 판례를 찾아 공익제보자 보호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신고자가 법적 싸움의 근거로 활용하고, 법원이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제정 목적을 감안해 전향적인 신고자 보호 판결을 더 많이 내리는데 유용한 자료가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 본 기사는 지난 8월 30일에 진행된 판례분석을 통한 공익제보자 보호제도 강화모색 토론회의 발제문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등’과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불이익조치’의 구별(김범준,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 법무법인 덕수)’을 중심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원문은 참여연대 홈페이지(https://www.peoplepower21.org/1904502)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태그:#공익제보, #공익신고, #부패신고, #신고자보호, #판례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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