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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처음 맞이하는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했던 작년까지만 해도 집합 제한으로 만남 자체가 쉽지 않았다. 설에는 5인 이하 집합 금지로 4인 가족인 우리는 양가 부모님 댁을 방문할 수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아내와 딸은 문경에 있는 처가에 갔고, 나와 아들은 서울에 있는 본가를 다녀왔었다.  

그나마 상황이 나았던 추석엔 8인 이하 집합 금지로 누나네와 시간을 조정해서 본가를 다녀왔고, 처가에도 다 같이 방문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이 단출했다. 음식도 가족들이 간단히 먹을 수 있도록 준비했고, 머무는 시간도 최소화했었다. 만남이 어려웠던 반면, 명절로 인한 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덜했다. 

비단 우리 집에만 국한되지 않은 일이었다. 명절과 관련된 연관 검색어로 '간단한 차례 상차림'뿐 아니라 '추캉스(호텔에서 추석 보내는 사람들)', '홈추족(집에서 명절 지내는 사람들)'이란 용어가 나올 정도로 누구나 느끼는 변화였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에서 2021년 9월 시행한 조사에서 성인 3,033명을 대상으로 '명절 스트레스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2%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었는데, 코로나19 발생 직전에 시행한 '설 스트레스'에 대한 조사(58.3%)보다 18.1% 감소한 수치였다.  

일상으로 돌아와 처음 맞는 추석 
 
명절에 차례 상에 올라가는 음식들
▲ 차례상 명절에 차례 상에 올라가는 음식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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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부터 회사에서 동료들이 고향 갈 차편을 미리 예매하느라 분주하고, 여직원들이 명절에 관한 우려 섞인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서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또다시 명절 스트레스가 증가하겠다는 우려가 들었다. 왜 내 가슴이 답답한지. 

결혼하고 명절 때가 되면 은근히 긴장되었다. 큰집에 가면 명절 때나 한 번씩 보는 친척들이 가득했고, 제사를 마치고 남자들이 식사할 동안 여자들은 밖에서 음식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자리도 불편하고,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던 아내는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못했다. 때로는 부부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솔직히 '명절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가족 간의 정은커녕 오히려 반목만 조장한다면 오히려 명절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 아닐까. 모두가 행복한 명절이 될 수는 없는 것인가. 나는 코로나19로 달랐던 명절 풍경에서 조금의 해답을 찾아보았다.  

먼저 명절 상차림의 간소화이다. 명절 노동이라는 표현처럼 음식 준비를 위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평균 10시간이 넘도록 일한다는 조사 결과를 본 적도 있다. 형식에서 조금 탈피해서 차례상에 올라갈 음식을 간소화한다면 어떨까.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마련한 차례상 표준안. 설문조사 결과, 예법 등을 두루 고려해야 표준안을 마련했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마련한 차례상 표준안. 설문조사 결과, 예법 등을 두루 고려해야 표준안을 마련했다.
ⓒ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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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9월 5일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차례상을 간소화한 '차례상 표준화 방안'을 발표했다. 제시한 안의 핵심은 전을 부치지 말고 음식 가짓수를 줄이라는 것이었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고된 노동이 필요한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을 차례상에 올릴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에 무척 공감되었다.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였다.

가족들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만 준비하거나 그것도 어렵다면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상차림 밀키트를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최근에 업계에서 한상차림 외에 개별 음식 밀키트를 선보이고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만 해도 다양한 제품을 고를 수 있다. 고물가 시대에 오히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경제적 효과도 있다. 음식을 만드는데 들이는 노동만 줄여도 명절 스트레스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다음으로는 노동의 분담이다. 가정 대부분에서 음식을 만드는 역할은 여성이 담당한다. 한번 상상을 해보았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송편을 만들며 상을 준비하고, 차례가 끝나면 음식을 같이 먹고 설거지까지 마무리하는 장면을 말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갈등이 생기고 부부싸움으로 번지는 상황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 최소한 남성이 음식을 나르며 상을 준비하고, 설거지 등 뒷정리를 담당한다면 전보다는 나을 듯하다. 

신혼 초에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 큰 집에서 차례를 지내고 시간이 늦어 본가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식사를 마친 후 자연스럽게 푹신한 소파에 반쯤 누운 채 TV 리모콘 삼매경에 빠졌었다.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아내는 아무런 말도 없이 싸늘한 눈빛만 보였다. 답답한 마음에 이유를 물었으나 알려주지 않았다가 나중에야 서운한 감정을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큰 집에 가서 내내 음식 준비하고, 정리하느라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도 못했는데, 본가에 가서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밥 먹고 눕는 모습에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내는 내가 얼마나 미웠을까. 머릿속에 가사 노동은 여자만 한다는 생각이 가득한 못난이였다. 그때부터 본가에서든 처가에서든 몹시 가벼운 엉덩이로 설거지 및 정리 담당이 되었다. 처음엔 탐탁지 않은 모습으로 바라보던 어머니도 이제는 나를 위해 얼른 자리를 비켜주셨다. 부족하지만 전을 부치거나, 송편을 빚을 때도 함께하며 보탬이 되고 있다. 명절 노동에 참여하면서부터 돌아오는 길에 우리 사이에 흘렀던 냉기도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심신이 지친 아내를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하는 것이다. 굳이 통계 수치를 들지 않더라도 명절 이후 이혼율이 높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여성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이라는 의미이다. 그 영향은 가족에게 고스란히 미치고, 특히 남편은 직격타를 맞는다. 아내의 마음을 풀어줄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아내의 마음을 풀어줄 특별한 조치

명절 기간 중 아내에게 하루 휴가를 주는 것은 어떨까. 요즘 호캉스가 좋다는데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날릴 수 있으리라. 

전에 양가를 다녀온 후 휴일이 남아서 아내에게 동네 친한 언니들과 맛있는 저녁을 먹고 오라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마침 시간이 맞아서 약속을 잡았다. 그날 자정이 다 되어 돌아왔는데,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아마도 술 한 잔 하며 서로의 고층을 진하게 나눈 듯했다.

그간 숨겨둔 비상금을 털어 특별한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법도 있다. 쇼핑하며 폭 가라앉은 기분을 한껏 띄울 좋은 기회이다. 다만 그로 인해 오히려 취조당할 수 있으니 출처에 대해서는 잘 둘러댈 필요가 있다.  

그 밖에도 아내가 좋아하는 것은 남편들이 더 잘 알 터이니 찾아보면 분명 나올 것이다. 굳이 물질이 아니더라도 힘듦을 공감하고, 미안함을 전한다면 겨울처럼 얼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릴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남녀가 함께 음식을 만든다면 명절 때에도 그 모습이 이어지리라 생각된다.
▲ 남녀가 함께 어우러져 요리하는 모습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남녀가 함께 음식을 만든다면 명절 때에도 그 모습이 이어지리라 생각된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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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어쭙잖은 해결책을 제시해보았지만, 가정마다 문화와 상황이 다르기에 쉽지 않으리라. 부모님 세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일도 어려운 문제이다. 지금도 그대로 충분히 행복한 명절을 보내는 곳도 있을 것이다. 다만 명절로 인한 갈등이 있다면 시도해 봄직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지금 당장 되지 않더라도 우리 세대부터 변하려고 노력한다면 적어도 우리 아들, 딸이 살아갈 세상은 명절로 인한 갈등이 지금보다는 덜하리라 믿는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보니 이제 곧 명절이 다가옴을 느낀다. 코로나19 이후 처음 맞이하는 정상적인 명절이라 끝나면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쏟아질 것 같다. 부디 부정보다는 긍정이 앞서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와 브런치에도 발행됩니다.


시민기자 그룹 '꽃중년의 글쓰기'는 70년대생 중년 남성들의 사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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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상이 제 손을 빌어 찬란하게 변하는 순간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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