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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청이 국가하천 금호강 안에다 벌이고 있는 산책길 조성 공사 현장. 시멘트 콘크리트로 완전히 뒤덮여 있다.
 대구 수성구청이 국가하천 금호강 안에다 벌이고 있는 산책길 조성 공사 현장. 시멘트 콘크리트로 완전히 뒤덮여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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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우연히 대구 수성구청이 벌이는 산책로 공사 현장을 가보았다. 그간 중단된 공사(관련 기사: 다급한 제보 "쓸데없는 하천공사 제발 막아달라")가 어느새 재개돼 있었다. 물길을 막고 콘크리트 타설을 하고 바윗돌을 덧대는 익히 보아온 토건공사의 현장이 그곳에 있었다. 

사색이 있는 강길이라는 슬로건이 붙은 산책길과 현장에서 보이는 토건공사는 잘 매치가 되지 않고 이해가 되질 않는다. 작은 산책길 하나 내는 데 저런 과도한 토목공사가 왜 필요한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
  
마침 일요일이라 현장엔 아무도 없었다. 물길을 막은 공사 현장은 어디서 새어들어오는지 물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그 안에 시멘트 콘크리트가 타설돼 있었다. 시멘트 콘트리트가 물속에 들어가 있어도 되나 하는 의문이 일었다.
 
물 속에 시멘트 콘크리트가 그대로 들어가 있다. 최병성 소장은 시멘트 속의 발암물질 6가크롭이 용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 속에 시멘트 콘크리트가 그대로 들어가 있다. 최병성 소장은 시멘트 속의 발암물질 6가크롭이 용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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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전문가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 최병성 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대답은 우려했던대로였다.

"시멘트에는 발암물질인 6가크롬이 들어있다. 이것은 수용성이라 물과 만나면 쉽게 용출되는 특성이 있다. 사진으로 보니 물속에 다 콘크리트를 그대로 타설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된다. 그러면 6가크롬이 물속에 그대로 용출될 수밖에 없다. 대단히 우려스러운 공사 현장이다."

그런데 그 물을 배수펌프를 이용해 금호강으로 퍼낸 듯한 흔적이 보였다. 일요일이라 펌프는 꺼져있었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발암물질인 6가크롬이 금호강을 거쳐 식수원인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어 매우 위험해보였다.  
 
배수펌프로 공사 현장의 고인 물을 그대로 금호강으로 방출하고 있는 현장
 배수펌프로 공사 현장의 고인 물을 그대로 금호강으로 방출하고 있는 현장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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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의 시대에 100그루의 버드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있어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공사장 주변에는 아름드리 버드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베어져 널브러져 있었다. 200여 미터는 족히 될 그 구간을 따라 뿌리째 뽑힌 버드나무들이 계속 쓰려져 있었다. 그 수를 헤어려 보니 자그마치 100여 그루나 되었다.

이런 탄소중립의 시대에 나무를 100그루나 베어내다니 탄식이 부지불식간에 흘러나온다. 더군다나 이 버드나무는 사람이 심지도 않고 자생으로 자라, 제방을 튼튼하게 받쳐주는 구실을 한다. 그런데 이런 나무들을 뿌리째 뽑아내고는 거기에 유실 방지 콘크리트 타설을 하고 있는 것이다. 
 
뿌리째 뽑혀 널브러진 강가의 자생 버드나무들. 100여 그루가 이렇게 벌목된 채 방치돼 있다.
 뿌리째 뽑혀 널브러진 강가의 자생 버드나무들. 100여 그루가 이렇게 벌목된 채 방치돼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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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강길? 환경파괴 사업!

이 산책길 조성공사는 김대권 수성구청장의 '행복한 삶이 있는 미래도시 비전 2030' 공약사항 중 하나다. 김 구청장의 12대 역점과제 중 하나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문화도시'를 목표로 두고 있다. 

이런 목표를 내건 사업을 하면서 자생버드나군락의 나무를 100여 그루나 베어내고 강에다 콘크리트를 바르는 사업을 한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처장은 "전형적으로 예산을 낭비하는 환경파괴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제방길에서 만난 시민도 이렇게 일갈했다.

"이곳을 자주 지나가는데 걷는 사람은 거의 없다. 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다. 자전거길은 이미 제방도로에 잘 닦여 있다. 저 공사는 사람도 지나지 않는데 쓸데없이 하는 공사로 수성구청이 돈이 많아서 벌이는 사업 같다."
  
25일 오전 문제의 현장을 다시 찾았다. 우려대로 흙가두리 안에 고인 물을 그대로 금호강으로 방류하고 있었다. 물은 거의 다 빠져나가고 아랫 부분에만 물이 들어차 있었다. 레미콘 콘크리트에 화강암 바윗돌을 붙이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을 보고 다가온 공사 관계자는 우리의 우려에 대해서 하나 하나 반박했다.

"강물 속에서 콘크리트 타설은 절대 하지 않았다. 지금 보는 것처럼 강물을 다 빼내고 그 위에 시멘트 콘크리트를 타설해서 다 굳은 다음 물을 채운 것이지 물 안에 콘크리트를 그대로 주입한 일은 없다."

이날 우리 일행은 물 시료를 채취했다. 그리고 한 사설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 공사관계자의 말이 사실인지는 결과가 나오면 알게 될 것이다.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 산책로 공사
대구환경운동연합이 대구 생태 보물 10선으로 선정한 반야월습지가 들어간 이곳에서 문제의 산책길 조성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이곳은 개발이 아니라 보존이 우선되어야 할 생태적 자원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이 대구 생태 보물 10선으로 선정한 반야월습지가 들어간 이곳에서 문제의 산책길 조성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이곳은 개발이 아니라 보존이 우선되어야 할 생태적 자원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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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오염보다 우려되는 건 생태계 교란이다. 산책로를 건설하고 있는 이 일대는 2017년 대구환경운동연합이 '대구의 생태 보물 10선'을 공개했을 때 '반야월습지'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곳이다. 그만큼 생태환경이 뛰어난 곳이다. 필자는 이곳에서 멸종위기 1급종인 수달을 만났고 고라니를 조우했다. 어른 손바닥보다 큰 말조개도 지천으로 널린 곳이다. 

개발이 아닌 절대 보존해야 할 곳에 산책로를 놓아 인간이 침범해버리면 야생 생태계 교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소장(동물학 박사)은 다음과 같이 우려했다.

"이곳에 산책로가 들어서면 야생동물의 생존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람 출현에 의한 서식 방해, 반려동물에 의한 서식 위협, 길고양이의 진입에 생존 위협, 다른 종 침입에 의한 교란, 자전거 등에 의한 로드킬 위협 증대 등등 다양한 영향을 받게 돼 상당한 교란 행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곳이 진정으로 '사색의 강길'이 되려면 아스팔트 포장길이 아닌 조그만 오솔길이 맞을 것 같다. 폭 2미터 콘크리트 포장길에 스포츠는 있어도 사색은 없을 것이니 말이다.
 
'사색의 길'이라면 이런 오솔길 하나로 충분하지 않을까.
 "사색의 길"이라면 이런 오솔길 하나로 충분하지 않을까.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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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가지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금호강은 대구 도심의 마지막 남은 야생의 공간입니다. 개발이 아닌 보존으로 야생과 공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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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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