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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북동쪽에 자리 잡고 있는 어촌 마을 핀독티(Findochty)를 찾았다. 바다가 코 앞으로 보이는 숙소에 짐을 풀었다. 2층에 있는 조그만 거실 소파에 앉아 있으면 바쁘게 움직이는 어부들을 볼 수 있다. 밤이 되면 어부들은 수십 개의 통발에 밧줄을 묶어 바다 밑으로 내려 보냈고 아침이 되면 통발 안으로 들어간 바닷가재와 꽃게를 꺼내 커다란 플라스틱 상자 안에다 가득가득 담는다. 상자 위로 빨간 가재들이 집게발을 바쁘게 움직인다.
 
어촌 마을
 어촌 마을
ⓒ Hyeyoung J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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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가를 따라 돌고래를 볼 수 있다는 스페이 베이(Spey Bay)로 달리는 중이었다.

"물개다!"

둘째 아이가 소리쳤다. 해안가로 놀러 나온 건 물개보다 몸집이 큰 회색 바다표범(Grey Seal)과 항구 바다표범(Harbour Seal)이었다. 수족관에서만 볼 수 있었던 바다표범이라니... 들키지 않으려고 살살 걸었지만 흥분한 우리 6살 아들의 작은 발걸음이 쿵쾅거렸다.

항구 바다표범이 우리를 먼저 발견했고 회색 바다표범 쪽으로 뒷지느러미 발을 이용해서 기어갔다. 자세히 보니 회색 바다표범에게 안겨있는 새끼가 젖을 먹는 중이었다. 재빨리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표범도 미동이 없는 우리를 보며 안심하는 듯했다. 엄마, 아빠와 새끼표범, 그 주위로 물속에서 머리만 둥둥 떠 있는 오빠, 언니 물범들도 제법 보였다.
 
회색 바다표범(왼쪽), 항구 바다표범(오른쪽)
 회색 바다표범(왼쪽), 항구 바다표범(오른쪽)
ⓒ Hyeyoung J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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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바다표범은 스페이 베이(Spey Bay)에 있는 연어를 먹고 우리 동네로 놀러 오는 거야. 여기가 물범들의 놀이터라고."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 검은 개와 산책 중인 할아버지는 '너희 왔니?'라는 식으로 물범에게 눈인사를 나누고는 나무 보듯 그곳을 지나쳤다. 나중에 스페이 베이 돌고래 센터에서 전 세계 회색 바다표범 개체수의 절반이 영국 해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초대받지 않은 바다 물범의 집(놀이터)으로 입장료도 없이 몰래 침범한 사람이 되었다. 이런.
 
▲ 통통통 바다표범
ⓒ Hyeyoung J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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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 베이의 돌고래 센터에 도착했다. 여기서 발견된 돌고래의 뼈, 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바다 동물에 대한 정보며 플라스틱이 고래에게 미치는 심각성에 대한 전시 또한 빠지지 않고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표범과 고래의 소리도 들어볼 수도 있었다. 또한 아이들이 앉아서 색칠도 하고 퍼즐도 맞출 수 있고 가족들이 쉬고 갈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현재는 고깃배들이 점점 사라지는데 11세기 이곳에선 어업 공동체가 한창이었다고 한다. 한때는 150명의 남자들이 이곳에서 일했다고 한다. 아이스 하우스(Ice House)는 1830년도에 지어졌고 바다 얼음을 잘라 일 년 내내 얼음을 보관했단다. 스페이 강에 있는 연어와 다른 물고기들을 잡아서 얼음과 함께 영국 전체로 보내졌다니 연어 하면 스코틀랜드라는 말이 자랑스럽게 나온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Spey 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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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yeyoung Jess

그날은 아쉽게도 돌고래를 보지 못했다. 파도만 사납게 일었고 세찬 바람에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예쁜 돌멩이 몇 개를 주웠다. 이 돌멩이 위에서 바다표범이 일광욕을 즐겼을까? 맨들맨들한 돌들을 만지작거리다 호주머니 안에 넣었다. 검은 구름이 사방으로 깔려서 약간 어두운데도 검푸른 바다는 예뼜다. 바다표범과 돌고래가 이 바다를 찾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 올렸던 글 입니다.


태그:#SPEY BAY, #스코틀랜드 어촌, #바다표범, #돌고래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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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스코트랜드에 살고있습니다. 평소 역사와 교육, 자연과 환경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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