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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군 홍동면에 한국전쟁 전후 희생된 민간인을 추모하는 위령비가 건립됐다.
 홍성군 홍동면에 한국전쟁 전후 희생된 민간인을 추모하는 위령비가 건립됐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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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의 금광굴에서 신음하며 구천을 떠도는 아버지, 이 불효자는 가슴이 미어집니다"

10일 오전 충남 홍성 홍동면 월현리에 한국전쟁 전후 희생된 민간인을 추모하는 위령비가 건립됐다. 이 자리에는 홍성군유족회와 시민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위령비가 세워진 홍동면 월현리는 폐광산으로 한국전쟁 전후 보도연맹과 인민군에게 협조했다는 이유로 30여 명이 억울한 죽임을 당한 곳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의 자료에도 이곳에 유해 20~30여 구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실제 유해가 발굴될 가능성이 크다. 유족들은 지난해 해당 지역을 자체적으로 매입해 같은 해 3월, 70여 년 만에 자체 발굴에 나섰지만, 유해를 발견하지 못했다.
(관련기사 :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해, 유족들이 발굴 나서 http://omn.kr/1seuv )

유해가 묻힌 곳으로 추정되는 주변 지역을 더 발굴하고 싶었지만, 토지주 허락이 없어 더 이상 발굴작업을 이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월현리 매장 현장은 일부가 시멘트로 막혀있는 등 지난 2016년 유해가 발굴된 광천 담산리 현장 모습과 비슷해 이곳이 학살 매장지라고 확신한다.

이곳에 오래 거주한 마을 어르신들 역시 일제 강점기 당시 금을 캐던 50여 미터의 굴이 있던 자리라며 지난 1950년 10월경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유해가 묻혀있다고 증언했다. 
 
홍성군 홍동면에 한국전쟁 전후 희생된 민간인을 추모하는 위령비가 건립됐다. 위령비 입구에는 민간인 집단 희생지를 알리는 비석이 서있다.
 홍성군 홍동면에 한국전쟁 전후 희생된 민간인을 추모하는 위령비가 건립됐다. 위령비 입구에는 민간인 집단 희생지를 알리는 비석이 서있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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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유족들은 이날, 해당 장소에 희생자를 위로하는 위령비를 건립하며 제막식을 했다.

위령비는 유족회와 홍성군 지원으로 건립됐으며, 매장 위치·유족동의를 받은 17명의 희생자 명단·당시 상황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김용일 홍성군 유족회장은 "불효자인 유족들은 평생 짐을 지고 살고 있다"면서 "아버지를 죽인 가해자가 누군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병학 홍동면 유족회장은 "불효자들은 무지와 무관심으로 오랜 세월 동안 아버님들의 고통을 잊고 살아왔다"라며 "아버님들은 국가공권력에 의해 이곳 폐금광을 비롯해 홍동지역에서 70여 분 이상이 무참하게 학살됐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평생 불러보지 못한 그 이름 아버지를 부르면 가슴이 찢어지고 목이 멘다"면서 "생전에 효도 못한 게 천추의 한이라 위령비를 건립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모든 유족의 불효를 두 손 모아 용서를 빈다. 참회의 눈물로 아버님들을 영원히 추모하겠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한편, 홍동면 유족회는 민간인들이 희생된 시기로 추정되는 10월 중순께 매년 위령제를 지낼 예정으로 진실화해위와 협의해 추가 발굴에 나설 예정이다.

다음은 그리운 아버지를 생각하며 위령비에 쓰여 있는 글 전문.

그리운 아버님께

평생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이름 아버지, 평생 얼굴 한번 그려 보지 못한 아버지
스물일곱 청운의 꿈이 꺾인 채 스물한 살 아내, 열 달 된 아들을 두고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하셨을 아버지

어려운 가운데서도 사랑과 열정으로 제자들에게 희망·용기를 심어주신 '아버지', 암흑의 금광굴에서 신음하시며 구천을 떠도시는 아버지

이 불효자는 가슴이 미어집니다. 아버님을 기리는 마음을 가누지 못하여 정성을 모아 이 추모비를 건립하고, 아버님의 뜨거운 눈물을 닦아 드리고자 합니다.

저희의 아버님을 위한 간절한 기도가 위로와 사랑과 평안의 길이 되어
하늘나라에서 해원 안식하시길 비옵니다.

(희생자 이기성님의 아들 이병학(전 예산교육장) 올림

 
홍성군 홍동면에 한국전쟁 전후 희생된 민간인을 추모하는 위령비가 건립된 가운데, 유족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홍성군 홍동면에 한국전쟁 전후 희생된 민간인을 추모하는 위령비가 건립된 가운데, 유족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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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군 홍동면에 한국전쟁 전후 희생된 민간인을 추모하는 위령비가 건립됐다.
 홍성군 홍동면에 한국전쟁 전후 희생된 민간인을 추모하는 위령비가 건립됐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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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군 홍동면에 한국전쟁 전후 희생된 민간인을 추모하는 위령비가 건립됐다. 위령비에는 희생자 매몰지 약도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홍성군 홍동면에 한국전쟁 전후 희생된 민간인을 추모하는 위령비가 건립됐다. 위령비에는 희생자 매몰지 약도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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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홍성군,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홍동면민간인희생자위령비, #홍성군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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