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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독일의 2010~2019년 연간 평균 이산화질소 농도, 중앙은 인구 10만명당 중환자실 병상가동율(2020년 4월16~5월16일), 오른쪽은 같은 기간 인구 10만명당 중환자실 산소호흡기 가동율. 샤리테 베를린 의대 등 독일 연구팀이 지난 4~6일 열린 유럽 마취 및 집중 치료 협회(ESAIC) 연례 회의에서 발표한 자료. (출처 : ESAIC, Euroanaesthesia Congress)
 왼쪽은 독일의 2010~2019년 연간 평균 이산화질소 농도, 중앙은 인구 10만명당 중환자실 병상가동율(2020년 4월16~5월16일), 오른쪽은 같은 기간 인구 10만명당 중환자실 산소호흡기 가동율. 샤리테 베를린 의대 등 독일 연구팀이 지난 4~6일 열린 유럽 마취 및 집중 치료 협회(ESAIC) 연례 회의에서 발표한 자료. (출처 : ESAIC, Euroanaesthesia Congress)
ⓒ ESAIC, Euroanaesthesia Cong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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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과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건강 피해의 상관관계를 확인한 연구진들이 미래를 대비해 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 변화 억제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샤리테 베를린 의대의 수잔 코흐(Susanne Koch) 박사는 지난 4~6일 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럽 마취 및 집중 치료 협회(ESAIC) 연례 회의에서 "팬데믹 이전 이산화질소에 장기간 노출됐다면 코로나 위중증화에 더 취약해 질 수 있다. 대기오염 물질에 노출되면 심장마비, 뇌졸중, 천식, 폐암 등 다양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팬데믹 이후에도 계속 건강에 해를 끼친다"며 "대기 질을 개선하려면 재생 에너지, 깨끗한 운송 및 지속가능한 농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코흐 박사가 속한 독일 연구팀은 이번 회의에서 이산화질소 수치가 높은 지역의 거주자가 코로나에 감염되면 중환자실 및 산소호흡기 치료가 필요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10~2019년 간 독일 각 지역 대기 오염 자료와 데이터 보고가 의무화됐던 2020년 4~5월 중환자실·산소호흡기 치료 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 연간 평균 이산화질소 농도가 1µg/m³ 증가할 때마다 코로나 중환자 병상 수가 3.2% 증가하고 산소호흡기가 필요한 코로나 환자 수가 3.5% 증가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2020년 4~5월 동안 장기 이산화질소 노출이 가장 낮은 10개 지역에서 코로나 환자를 위해 평균 28개 중환자 병상과 19개 산소호흡기가 필요했다"며 "이는 장기 이산화질소 노출이 가장 높은 10개 지역의 평균 중환자 병상 144개와 산소호흡기 102개와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분석이 인과관계를 증명하지는 않고 상관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흐 박사는 "코로나는 감염과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에 도달함으로써 끝날 수 있겠지만 대기 오염의 노출은 건강에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유일한 해결책은 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학자들 "미래 대비? 화석연료·대기오염 줄여라"
 
모든 인공적 대기오염 물질로 인한 코로나 추정 사망률(위)과 화석연료 대기오염 물질로 인한 코로나 추정 사망률(아래). 이들 비율이 높은 지역은 높은 대기오염 수준을 보였다. (출처 : https://pubmed.ncbi.nlm.nih.gov/33236040/)
 모든 인공적 대기오염 물질로 인한 코로나 추정 사망률(위)과 화석연료 대기오염 물질로 인한 코로나 추정 사망률(아래). 이들 비율이 높은 지역은 높은 대기오염 수준을 보였다. (출처 : https://pubmed.ncbi.nlm.nih.gov/33236040/)
ⓒ 해당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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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한 연구를 발표한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도 2020년 11월 논문을 통해 "팬데믹은 백신 접종이나 대규모 감염을 통한 집단 면역으로 끝날 것이다. 그러나 열악한 대기 질과 기후 변화에 백신은 없다"고 단언했다.

하버드 공중 보건 대학의 프란체스카 도미니치(Francesca Dominici) 박사가 이끈 이 연구팀은 위성 이미지와 대기화학 모델을 기반으로 초미세먼지 PM2.5(입자 직경 2.5μm 이하)의 분포를 계산해 전 세계 코로나 사망자의 15%(95% 신뢰 구간 7~33%)가 대기 오염과 연관된 사망이라고 결론 냈다. 동아시아 경우 전체 사망자의 27%, 유럽은 19%, 북미는 17% 등이다.

초미세먼지가 폐 면역 체계를 손상시키는 등 바이러스 대응 능력을 악화시키고, 천식이나 폐쇄성 폐질환 등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주요 사인인 급성 호흡 곤란 증후군(체액이 폐포로 흘러 들어가면서 산소 부족을 유발하는 호흡 부전 형태)에 영향을 끼치는데 이 질환은 주로 초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돼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PM2.5 노출로 인한 전 세계의 기대 수명 손실은 평생 담배를 피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초미세먼지가 코로나 사망률 증가에 영향을 줬다는 연구는 꾸준히 발표돼왔다. 2020년 11월 스위스 제네바대 환경과학연구소 연구팀, 2021년 1월 중국 달리대학 동부 히말라야 생물다양성 연구소팀, 2021년 11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건강연구소 연구팀 등이다.
 
서울지역 미세먼지 매우 나쁨을 보인 3월 30일 오전 서울 강남과 송파지역의 모습이 뿌옇게 보인다.
 서울지역 미세먼지 매우 나쁨을 보인 3월 30일 오전 서울 강남과 송파지역의 모습이 뿌옇게 보인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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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주민을 대상으로 분석한 세계건강연구소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에 확진되기 1~2년여 전 연평균 16.2㎍/㎥의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경우 위중증 상태로 악화할 위험이 51% 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달리대학 연구팀도 "일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PM2.5 및 이산화질소 수치가 높은 지역에서 더 많은 바이러스 감염을 발견했다"며 "코로나 사망률이 가장 높은 10개 성들이 대개 대기 질은 가장 오염됐지만 인구 밀도가 가장 높진 않은 지역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팀은 결론에서 "기후 변화 억제는 현재와 미래의 감염병 곡선을 막기 위한 명확하고 즉각적인 조치로서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며 "작고 작은 기생충이 이번에는 우리를 일깨울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가 서투르나마 공중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만큼, 환경의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까?"라 물으며 논문을 마쳤다.

이산화질소는 공장이나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화석연료 등을 고온에서 연소시킬 때 주로 발생한다. 초미세먼지도 대부분 연료 연소에 의해 발생하며 보일러, 자동차, 발전시설 등의 배출물질이 주요 발생원이다.

태그:#코로나 치명률, #대기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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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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