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정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정진석 국회부의장)
"어차피 기차는 갑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정진석 국회부의장(5선,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이 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정 의원이 현재 당권을 가진 이 대표와 정면 충돌하면서, 여권 내 권력 갈등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의원의 공개 비판에 대해 이 대표 역시 "어차피 기차는 간다"며 '갈 길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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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부터), 박대출 의원, 정진석 의원이 6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정 부의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준석 대표가 우크라이나에 간 저간의 사정을 알아봤다"며 "정부와 청와대의 외교·안보 핵심 관계자들은 대부분 난색이었는데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행을 고집해 하는 수없이 외교부가 초청장을 받아준 모양"이라고 전했다.

그는 "수 만리 이역 땅에서 벌어진 전쟁이다, 전쟁으로 빚어진 인도적 참상을 외면해서는 안 되지만 어느 일방의 편을 들기 곤란하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러시아의 협조가 우리에게는 여전히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이 대표가 지방선거 이후 추진했던 '우크라이나 방문, 혁신위원회 설치, 2024년 총선 공천 혁명'을 일일이 열거하며 "지방선거 끝난 지 불과 일주일인데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윤석열 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냐"며 "당의 내실을 다져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지방 선거 관리도 문제 삼았다. 정 의원은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당의 치부를 가까이서 들여다 봤다, 현역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의 횡포가 적지 않았다"라며 "사천 짬짬이 공천을 막기 위한 중앙당의 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 와중에 이준석 대표가 제대로 중심을 잡았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최고위원들이 유리한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지역구를 옮기는 것을 일컫는 말)'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 묻는 이들이 많다"라고 날을 세웠다. 

정 의원은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큰 빚을 졌다, 윤석열이라는 '독보적 수단'을 활용해 정권교체의 숙원을 이뤘고 기사회생했다"면서 "그 빚을 갚는 길은 여당으로 굳건하게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 하는 일이다,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스스로를 되돌아봤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정진석 공개 비판에 이준석 "기차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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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소속 의원들로 꾸려진 정당 대표단이 5일(현지시간) 키이우 인근 이르펜의 파괴된 주택가를 살펴보고 있다.
ⓒ 올렉시 쿨레바 우크라이나 키이우 주지사 페이스	관련사진보기

 
그러자 이 대표는 정 의원이 지난 4월 30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을 가져왔다. 정 의원은 당시 "우크라이나 국회의원 안드리이 니꼴라엔꼬씨가 제 사무실을 찾아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며 "무고한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러시아의 총탄에 희생됐다, 우리 국회도 우크라이나가 평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 달 여 전 게시물을 끌어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이 대표는 "국회부의장님과 함께 저도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응원한다, 일정 내내 '안드레이 니꼴라엔꼬' 국회의원이 함께 해주고 계신다"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당 차원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꾸준히 노력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평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던 정 의원이 이제는 "어느 일방의 편을 들기 곤란하다"며 입장을 바꾼 것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달아 올린 게시글에는 "어차피 기차는 갑니다"라고 적었다. 

이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유명한 어록을 인용한 것으로, 당내 반대에도 혁신을 꾸준히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