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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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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10대 국정과제'와 '521개 실천과제'를 3일 제시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후보 시절 공약 사항들 중 상당수는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논란이 많았던 '여성가족부 폐지'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추가 배치' 등 대선 기간 동안 전면에 내세웠던 공약들이 다수 실종되면서, '공약 파기' 혹은 '공약 후퇴'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공약과 국정과제가 일치하는 정도가 노무현 정부 때도 60% 정도"라고 말했던 이유가 증명된 셈이다. (관련 기사: 윤석열 공약 수정?... 안철수 "노무현 때도 60%").

[여성가족부 폐지] 정부 조직 개편안이라 빠졌다? 항공우주청은 포함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소위 '7글자 공약'으로 내세웠고(관련 기사: 안철수에 뺏긴 '이대남' 유인? 윤석열의 '일곱 글자' 설왕설래), '10대 공약'에도 포함됐던 '여성가족부 폐지'는 국정과제에 들어가지 않았다. 지난 2월, 당시 윤석열 캠프는 10대 공약 중 7번째로 '청년이 내일을 꿈꾸고, 국민이 공감하는 공정한 사회 –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걸고 "청년들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시대적 소명이 다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공정'의 관점에서 여가부 폐지를 천명한 것이다.

안철수 위원장은 이날 관련 질문에 "우선은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해서는 이번 인수위에서 다루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다"라며 "일단은 지금 현재 정부 조직을 그대로 물려받고 운영을 하면서, 실제로 저희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하면 국민을 위해서 더 좋은 개편안을 마련될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기간으로 삼겠다는 의도"라고 답했다.

그러나, 정부 조직 개편 사항인 '항공우주청 신설'이 국정과제에 포함된 것과 비교하면 '여성가족부 폐지'가 빠진 것이 의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 위원장은 "(별도로) 만들지 않더라도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능들은 정부에서 가질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러면 나중에 정부 조직 개편안이 만들어질 때, 그 부분이 분리되어 나오면서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배포된 자료에는 여가부 관련 언급은 전혀 없었다. 대신 "공정 채용"을 강조하며 "공정 채용질서 확립"과 "양성평등 일자리 구현"을 약속했다. 국민의힘과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할당제'와 '가산점' 제도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해당 '공정 채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기자가 질문했으나, 임이자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는 "공정 채용 관련 법률이 지금도 있지만, 다시 우리가 이 부분을, 여야가 심도 있게 논의해 만들어 가기로 했다"라며 모호한 답만 내놓았다.

[사드 추가 배치] "당연히 수도권에 필요"하다더니... "신중 기조"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 자료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 자료
ⓒ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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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측은 이날 104번째 과제를 "북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의 획기적 보강"으로 제시하면서, "고도화되고 있는 북 핵‧미사일 및 수도권 위협 장사정포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능력을 획기적으로 보강하여 실질적인 대응 및 억제 능력을 구비"하겠다고 나섰다.

이어 "한국형 3축체계 능력 확보"를 통해 "군의 대북 억제‧대응능력의 획기적 강화"를 목표로 삼으면서 "장사정포요격체계(한국형 아이언 돔)의 조기 전력화를 통해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와 통합하여 다층 방어망을 보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역시 윤 당선인의 '7글자 공약' 중 하나이자, 대선 기간 동안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였던 '사드 추가 배치'는 이날 과제에서 실종됐다.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위원인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은 기자들의 질의에 "신중 기조를 그대로 이어간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라며 "이미 배치되어 있는 사드 체계도 지금 정상 작동하지 않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사드를) 복구하고, 있는 사드를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데도 시간이 좀 걸린다"라며 "남북관계나 핵미사일 동향에 따라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안보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뉘앙스이다.

그는 "사드가 정상화도 안 된 현 상태에서, 두 단계를 건너뛰어서 (추가)배치를 47일의 인수위 계획에 넣기에는 좀 빨랐다"라며 "앞으로도 안보 상황을 계속 보면서 말씀드리겠다"라고 뒤로 미뤘다. 박진 외교부장관 후보자도 현재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관련 기사: '사드 추가배치' 윤 당선인 공약에, 박진 "깊은 논의 필요")

사실상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당연히 수도권에 필요하다"라며 "격투기 싸움을 할 때도 측면으로 옆구리도 치고, 다리도 치고, 복부도 치고, 또 머리도 공격을 하면 그것을 다 방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던 내용과 비교하면 톤 자체가 완전히 바뀐 셈이다. (관련 기사: 이 "사드 추가? 경제 망칠건가" - 윤 "안보 튼튼해야 주가 유지"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후보 시절  '사드 추가 배치'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후보 시절 "사드 추가 배치"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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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손실 보상] "언제, 얼마" 질문에 답 안 해

'공약 파기' 논란이 가장 컸던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계획은 여전히 모호했다(관련 기사: "반쪽짜리" 지적 받은 인수위 소상공인 손실보상안). 인수위는 윤석열 정부의 110대 과제 중 첫 번째 과제를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완전한 회복과 새로운 도약"으로 지정하고 "온전한 손실보상, 채무조정, 경영부담 완화 등 긴급구조 플랜을 추진하여 소상공인 경영지표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겠다고 나섰지만, 구체성은 떨어졌다.

이날 배포된 자료에 의하면 "코로나 방역조치 기간 중 발생한 소상공인 손실에 대해 데이터 기반으로 온전한 손실보상 추진"과 "담보·보증대출, 부실우려 채권까지 종합·선제적으로 지원하는 긴급구제식 채무조정 추진, 대환보증 신설 등 맞춤형 금융공급", "임대료, 세금, 공공요금 등 경영 부담을 경감하고, 폐업·재도전 과정 패키지 지원을 통해 재취업·업종전환 촉진" 등이 언급되어 있다.

하지만 현장 취재진들이 "대체 언제, 얼마만큼 지급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안 위원장은 "소상공인 또 자영업자 분들의 손실보상에 대해서는 몇 가지 오해들이 있는 것 같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 세 주체가 함께 협력해서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세 주체는 '코로나특위, 거시경제를 담당하는 경제1분과, 기획재정부' 다. 

안 위원장은 "코로나특위에서는 정부 다섯 부처의 공식 자료를 가지고 정확하게 지난 2년 동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분들이 어느 정도 손실을 봤는지, 53조 원이라는 숫자를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제대로 만들었다"라며 "우리 역할은 거기까지였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손실 지원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잖느냐"라며 "현금 보상도 있고, 여러  세제 혜택도 있고, 돈을 빌려주는 부분들도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가능하면 이 분들이 제대로 생존하면서도 거시경제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게 경제1분과의 역할"이라며 "이게 끝이 아니라, 기획재정부에서 이것이 지금 상황에 제대로 실현 가능한지를 한 번 더 점검해서, 실제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안을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도중에 그 액수에 대해서 사실과 다른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게 된 것 같다"라며 다수 매체의 보도를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기자들이 질문한 '언제' '얼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은 채, 새로 출범할 정부의 기획재정부로 공을 넘긴 것이다.

[병사 월급 200만 원] "취임하고 바로"라더니, 시기도 규모도 후퇴
 

화제가 됐던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도 결국 '자산 형성'을 포함해 점진적 추진하는 것으로 '속도 조절'이 됐다. 인수위는 108번째 국정과제로 "군 복무가 자랑스러운 나라 실현"을 꼽으며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합당한 예우와 사회적 보상을 통하여 군복무에 대한 상실감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과제 목표로 "군인의 처우 및 복무여건 개선, 인권보장 등을 통한 복무 만족도 제고"를 언급하며, "병역 의무 이행에 대해 단계적으로 봉급을 인상하면서 사회진출지원금을 통해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국가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 병장 계급을 기준으로 "'병사 봉급+자산 형성 프로그램'으로 월 200만 원 실현"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자산 형성은 사실상 '전역 시 목돈'을 만들어주는 형태로, 실제 '월급 200만 원' 수령을 기대했던 당초 공약에 비해서 한걸음 물러선 셈이다. 실현 시기도 '2025년 병장 기준'이라고 제시했을 뿐, 어떤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공약 후퇴'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안 위원장은 관련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는 대신, 큰 틀에서 전체 209조 원이라는 범위 내에 "실현 가능성에 맞게 점진적으로 공약을 지키는 방향으로 설계가 되어 있다"라고만 말했다.(관련 기사: 인수위, 47일만에 '110대 국정과제' 발표... 소요예산 209조)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페이스북에 "병사 봉급 월 200만 원"이라고 내건 뒤, 실현 시기나 방법 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당시 캠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실현 시기를 "취임하고 바로"라고 말한 바 있다. (관련 기사: 윤석열 선대본 "취임 즉시 병사 월급 200만 원으로 올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허언이 됐다.

태그:#윤석열, #안철수, #공약파기, #공약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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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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