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학교에서의 자행되는 많은 행정업무가 학교를 존속하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일까?
 학교에서의 자행되는 많은 행정업무가 학교를 존속하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일까?
ⓒ unsplash

관련사진보기


"선생님 저는 학교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4년 차가 되어가는 한 선생님의 말이다. 옆에서 지켜본 그 선생님은 일상에서 아이들과 함께할 때 눈에서 빛이 나며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교육대학원에서 아이들과 호흡하기를 오매불망 기대하며 그 어려운 전공과목들을 이수하고 국가에서 인정한 교육 자격증을 받고 가르치는 업을 선택한 그 선생님은 왜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 

학교에서 교사는 가르치는 일 외에도 학교 행정에 필요한 다양한 업무를 받아 수행하고 있다. 그 업무는 학교란 곳을 지속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일임은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학교에서의 자행되는 많은 행정업무가 학교를 존속하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일까? 대답은 굳이 근거를 들어 타당성 여부를 따지기도 전에 알 수 있을 것이다. 학교는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고, 그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공간이다. 그렇다면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는 수업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것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앞서 얘기한 오매불망 학생들과의 만남을 고대하며 묵묵히 교육학을 이수한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힘들어하는 첫 단추가 바로 행정업무다. 전공과목을 넘어 교육학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업무이니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것이 당연함에도 여전히 그 업무가 교사의 발목을 붙들고 있다면 우리는 한 번 정도 이 일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엊그제 유튜브를 통해 한 기사를 접했다. 임용을 통과한 어느 신규교사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직서를 제출하고 자신의 다른 꿈을 향해 준비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서둘러 창을 닫았다. 입으로는 아이들에게 진로를 탐색하고 개척하는 법을 알려주면서도, 현실에서 이직에 대한 개념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내 모습 때문이다. 자신의 진로를 스스럼없이 개척하는 기사 속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부끄러움이 올라온 듯하다.

어쩌면 남들 보기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겠다. 사회에서 공무직을 바라보는 삐딱한 시선에서 흔히 말하는 '철통 밥그릇'을 내치고 다른 진로를 다시 개척한다는 것은 큰 용기라고 여겨지지만, 의외로 특정 직업군을 바라보는 편협한 우리 시선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전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사회로부터 선생님이라는 큰 책임을 부여받으며 언행과 더불어 많은 부분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한다.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선택한 사람이 학교의 행정업무에 쫓겨 자신의 수업조차 마음대로 펼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자신의 교육철학을 펼칠 시간도 없이 실망과 낙심으로 이어지는 일은 당연한 순서가 아닐까?

더욱이 교사 출신으로 승진한 관리자가 국가 공문의 목적과 의도보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기안문을 작성하게 한다거나 정정하게 한다면 이는 실망을 넘어 비관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일 테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여가 지나갔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부터 교사는 학생들을 맞이하며 학교생활의 빠른 적응을 위해 마니또나 생일파티 등 학급 이벤트를 여러 가지를 분주히 준비한다. 6, 7년 전 학교에서 새 학기가 되면 준비했던 환경미화가 그런 의미는 아니었을까?

코로나19로 인해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교육이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시대의 저편으로 물러나 있던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잊히는 것이 안타깝게 여겨질 때가 생긴다. 기안문의 내실보다 형식적 측면을 강조하며 결재자를 위한 작성을 명하는 관리자의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어쩌면 아이들을 향한 참교사들을 잃고 교육 공무직원만이 남을 퍽퍽한 세상이 안타까워서는 아닐까.

- 인청명 남양고 교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화성시민신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