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일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와 구미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한 목소리로 대구  취수원 구미 이전 반대를 외치고 있다.
 4일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와 구미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한 목소리로 대구 취수원 구미 이전 반대를 외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지난 4일 대구시장과 구미시장을 필두로 국무총리와 환경부 장관, 경상북도 정무부지사, 수자원공사 사장, 국무조정실장까지 대거 참석해 대구의 구미 해평 취수원 공동이용에 대한 협정인 이른바 '맑은물 나눔과 상생협력을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애초에 구미시청에서 하려던 이 협정식은 구미와 대구 시민들의 거센 반대 움직임에 세종시로 옮겨 거행됐다. 협정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언론들은 일제히 "10년 넘게 끌어온 대구 취수원 구미 이전 합의"라며 기사를 쏟아냈다. 계획대로라면 대구시는 오는 2028년부터 해평 취수원에서 하루 30만 톤의 물을 공급받게 된다. 사실상 대구 취수원의 구미 이전 이루어지게 되는 셈이다.

[쟁점1] 심각한 녹조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대부분의 언론들이 그려내는 대로 과연 전망이 밝을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기획인지를 잘 알게 된다. 지금 낙동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중의 하나가 녹조 문제다. 취수원을 옮겨가겠다는 이유는 구미산단에서 나오는 미량의 유해화학물질 때문인데, 녹조는 더 심각한 독성물질을 내뿜고 있다.

녹조의 다른 말인 남세균이 만들어내는 '마이크로시스틴'이란 독은 일본의 저명한 조류(녹조)학자 다카하시 토오루 교수에 의하면 독극물의 대명사로 알려진 청산가리(시안화칼륨)의 100배의 맹독이다. 또 국제암연구기관(IARC)에 의하면 발암물질이다. 이 마이크로시스틴은 인간 몸의 간, 폐, 혈청, 신경, 뇌에 영향을 미치고 생식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생식 독성까지 알려진 심각한 물질이다.
  
낙동강 녹조가 뿜어내는 독소인 마이크로시틴은 청산가리 100배의 맹독이자 발암물질이다. 이 심각한 물질이 식수원 낙동강에서 창궐하고 있다.
▲ 낙동강 녹조라떼 낙동강 녹조가 뿜어내는 독소인 마이크로시틴은 청산가리 100배의 맹독이자 발암물질이다. 이 심각한 물질이 식수원 낙동강에서 창궐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이 심각한 물질이 매년 초여름마다 낙동강 전역에 창궐한다.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이다. 식수원에서 이처럼 심각한 독성물질이 만들어지고 있다. 게다가 이 물은 농업용수로도 쓰인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에서도 녹조 독이 검출된 것이 올 3월 초 환경단체에 의해서 폭로됐다.

낙동강 물로 기른 쌀, 배추, 무에서 녹조 독이 검출된 것이다. 그것도 적은 양이 아니다. 이들을 밥과 김치로 함께 먹게 되면 미국이나 프랑스의 생식독성 기준의 최대 20배가 넘는 수치의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하게 된다. 심각하다. 먹는물에 이어 농산물까지 심각한 위험에 내몰린 것이다.

[쟁점2] 낙동강 보 수문 열게 되면 취수원 이전 가능할까?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거나 보를 헐어서 낙동강을 흐르는 강으로 만들어주는 것 즉 낙동강을 재자연화시키는 것만이 낙동강의 녹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녹조가 생기지 않으면 먹는물을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농작물의 녹조 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유속이 생기도록 만들어주면 녹조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먼저 수문을 개방한 금강과 영산강에서 증명이 됐다. 그리고 낙동강보다 수질이 더 좋지 않은 금호강 같은 곳에서는 녹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금호강은 흐르는 강이기 때문이다.
 
합천보 수문 개방에 따라 드러난 모래톱 위를 맑은 물이 흐른다. 흐르는 물에서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
 합천보 수문 개방에 따라 드러난 모래톱 위를 맑은 물이 흐른다. 흐르는 물에서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연다고 가정하면 대구 취수원 이전이 과연 가능할까? 수량은 충분한가 하는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 대구 취수원 이전은 사실상 댐인 낙동강 보로 인해서 엄청나게 많이 가두어진 강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기획이었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 낙동강의 수량이 급격히 줄어든다면 구미가 과연 대구에 물을 줄 수 있을까?

거꾸로 대구 취수원 구미 이전은 낙동강 보를 고착화시켜 낙동강 재자연화를 어렵게 하는 방해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식수원에 맹독성 물질을 내뿜는 낙동강 녹조 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게 된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녹조 농산물 사태는 제2의 페놀 사태

이는 대단히 현실적인 문제다. 지난 3월 8일에 이어 지난 3월 22일(관련 기사 - 낙동강 쌀에서 녹조 독소 검출, 우리 식탁이 위험하다. ) 두 차례에 걸쳐 낙동강 강물로 생산된 농산물의 녹조 독성 검출 사실이 환경단체들에 의해서 폭로되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을 둔 가정에선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당장 학교급식에 녹조 독으로 오염된 농산물을 쓰지 말라는 요구(관련 기사 - 녹조 독성 포함된 농산물, 학교급식에 사용하면 안돼 )가 터져나오고 있다.

지금 막 분출되기 시작한 이 요구는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될지 모른다. 어떤 이들은 제2의 페놀 사태로 이 문제를 보고 있기도 하다. 당시 두산의 OB맥주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난 것처럼 녹조 농산물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어날지도 모른다. 아이를 둔 부모의 입장에선 더한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이 나라의 엄마 아빠들 아닌가. 광우병 사태에서 우리는 목격하지 않았나.
 
수문이 열린 합천보. 수문이 열리면 수위가 내려가면서 물양이 현격히 줄어든다.
 수문이 열린 합천보. 수문이 열리면 수위가 내려가면서 물양이 현격히 줄어든다.
ⓒ 박용훈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당국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낙동강을 흐르는 강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낙동강 보의 수문이라도 열어야 한다. 그러면 수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물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물이 줄어들면 과연 대구가 쓸 물을 구미가 줄 수 있느냐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

대구가 쓸 30만 톤은 적은 양이 결코 아니다. 이 사실을 알면 구미시민이 가만히 있을까? 지금도 대구 취수원 이전 결사반대를 외치는 주민들인데 낙동강의 물이 줄어든 것을 눈으로 확인한 주민들이 순순히 물을 내어줄 수 있을까?

현실이 이러한데 어떻게 정부는 무책임하게도 '맑은물 나눔'이란 이름의 협정식을 열 수 있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이들은 정말 녹조의 위험은 너무 간과하는 것 아닌가?

2020년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는 코끼리 350마리가 바로 이 녹조 독에 의해서 몰살할 정도로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의 독성은 세다. 미국에서는 녹조 물에 수영하는 애완견들이 해마다 수천 마리가 죽어난다는 보도(뉴스타파)도 있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취수원을 구미로 옮겨가겠다는 주장을 계속할 수 있을까?

[쟁점3] 이전 비용은? 

대구 취수원 이전은 공짜가 아니다. 대구 구미간 55㎞의 도수로를 깔아야 한다. 문산·매곡취수장의 초고도설비공사 비용까지 합치면 그 비용이 7199억 원이나 된다. 이 기후위기시대에 또 새로운 토건공사가 필요한 일로 세금을 또 써야 한단 소리다.

대구시민들에게도 부담이 돌아간다. 바로 물값 인상이다. 취수원을 구미로 옮겨가는 순간 광역상수도 체계에 편입되기 때문에 대구시는 수자원공사에 더 비싼 값을 주고 물을 사와야 한다. 원수값이 톤당 53원에서 233원으로 인상된다. 그 인상분 부담은 고스란히 대구시민들에게 전가된다. 그렇게 비싸게 주고 산 물을 55㎞나 되는 도수로를 통해 대구정수장까지 끌어와서 정수해서 대구 각 가정으로 보내게 된다는 것이다.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해야 하는가?

이처럼 녹조 문제가 여전하고 수질이 획기적으로 좋지도 않은 물을 얻기 위해서 7199억 원이나 되는 세금을 써야 하고, 대구시민은 더 비싼 물값을 내야 하는데도 대구 취수원의 구미 이전을 대구시민들은 또 마냥 좋아할 일일까?
  
낙동강을 가운데 두고 구미국가산단이 낙동강의 양쪽에 빼곡이 들어섰다. 이곳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이 포함된 폐수 문제는 무방류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한다.
 낙동강을 가운데 두고 구미국가산단이 낙동강의 양쪽에 빼곡이 들어섰다. 이곳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이 포함된 폐수 문제는 무방류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쟁점4] 상류의 오염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대구 취수원을 구미공단 상류로 이전한다 해도 더 상류에 있는 김천공단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며,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과 비소 등을 내뿜고 있는 낙동강 최상류 오염덩이공장 영풍석포제련소 문제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따라서 취수원을 상류로 이전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것이다.

문제가 되는 구미산단의 미량의 유해화학물질 문제는 무방류시스템으로 풀어가야 한다. 환경부가 이미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구미산단에서 취급하는 무수한 화학물질이 낙동강으로 원천적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해야만 안전한 수돗물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서 청산가리(시안화칼륨) 100배 수준이라는 녹조 독소 문제 또한 해결해야만 대구시민이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쟁점5] 낙동강 포기정책인가?

대구 취수원 구미 이전은 낙동강 포기정책에 다름 아니다. 대구가 취수원을 구미로 이전하는 순간 대구는 낙동강 중류의 수질관리에 손을 놓게 될 것이며 이는 고스란히 낙동강 하류의 오염부하를 가중시켜 부산경남 또한 취수원 이전을 강행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해 결국에는 영남권 전체가 취수원으로서 낙동강을 포기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처럼 대구 취수원 구미 이전은 영남의 취수원 낙동강 포기 전략의 단초를 제공하게 되는 셈이 될 것이다.

따라서 대구시가 무책임하게도 취수원을 구미로 이전해놓고 중류권 낙동강 관리에 손을 놓을 것이 아니라, 그래서 하류에 더 많은 오염부하를 안길 것이 아니라, 함께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 길은 대구 취수원의 구미 이전은 절대 아닌 것이다.
 
보가 없는 낙동강 상류의 모습이다. 재자연화된 낙동강의 모습은 바로 이런 모습니다. 낙동강과 영남인 그리고 뭇 생명들이 함께 살 수 있는 길은 바로 낙동강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일뿐이다.
 보가 없는 낙동강 상류의 모습이다. 재자연화된 낙동강의 모습은 바로 이런 모습니다. 낙동강과 영남인 그리고 뭇 생명들이 함께 살 수 있는 길은 바로 낙동강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일뿐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우선 낙동강 재자연화로 낙동강을 자연성과 자정작용이 살아 있는 강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구미산단의 화학물질은 무방류시스템으로 잡아낸다면 낙동강은 더욱 안전하고 건강한 강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상류와 중류 하류의 영남인이 낙동강을 실지로 함께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길만이 영남인이 함께 사는 길이요, 세금이 낭비되지 않는 길이요, 낙동강의 뭇 생명들이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인 것이다.

따라서 당국은 지금이라도 낙동강과 영남인 그리고 낙동강의 뭇 생명들이 더불어 살 길을 찾아야 한다. 그 해답은 낙동강 재자연화에서 찾아야 한다. 낙동강 보의 수문부터 열 일이다. 낙동강을 살아 흐르는 건강한 강으로 만들 일이다. 그래야 녹조 문제를 비롯한 낙동강을 둘러싼 이 모든 문제가 풀린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4년간 낙동강 현장을 누비면서 4대강사업의 실상을 폭로하고 있다. 저서에 <내성천의 마지막 가을, 눈물이 흐릅니다>(2018, 도서출판 참)이 있다.


태그:#대구 취수원 이전, #낙동강, #수문개방, #재자연화, #녹조라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