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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정식 공문을 보냈으나 답이 없고, 지인을 통해 부탁을 하는 등 당선인과 인수위원들을 만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했습니다만 결국 실패하고 부득이 이렇게 지면으로 당선인께 공개편지를 띄우게 됐습니다. 만나서 뵙고 말씀드릴 내용을 요약정리했으니 부디 꼭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강 전체가 녹색으로 뒤덮였다. 낙동강이 막혀 발생하는 녹조 현상. 초여름만 되면 되풀이되는 연례행사이다.
▲ 낙동강 녹조라떼 강 전체가 녹색으로 뒤덮였다. 낙동강이 막혀 발생하는 녹조 현상. 초여름만 되면 되풀이되는 연례행사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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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물이 순환하지 못하고 한 곳에 오래 고여 있으면 썩게 마련이란 뜻입니다. 물이 고여 있으면 생기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녹조입니다. 녹조가 피면 물의 색이 녹색으로 변하고 평소 맡아보지 못한 역한 냄새가 올라옵니다.

이는 물이 썩어갈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놀랍고 안타깝게도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 낙동강이 지금 이렇습니다. 낙동강이 4대강 보로 막혀 흐르지 못하고 갇혀 있다 보니 매년 초여름이면 녹조가 발생합니다. 낙동강에 보가 생긴 10년 전부터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현상입니다. 

녹조의 치명적인 독 마이크로시스틴

그런데 이 녹조에는 치명적인 '독'이 있습니다. 바로 '마이크로시스틴'입니다. 이것은 독극물의 대표선수인 청산가리(시안화칼륨)보다 독성이 100배나 강하고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는 코끼리 350마리가 몰살할 정도로 맹독입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국제암연구기관(IARC)에 의하면 발암물질로 분류되고 있는데요. 사람의 간, 폐, 혈청, 신경과 뇌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생식기에 이상을 일으키는 생식독성을 지니고 있다고 알려진 무서운 물질입니다.

강이 고여 썩으면 이런 심각한 일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낙동강은 식수원입니다. 1300만 영남인이 이 물을 마시며 살고 있습니다. 이 물은 마시기도 하지만, 이 물로 농사도 짓습니다.

그런데 최근 낙동강 강물로 기른 무와 배추에 이어서 낙동강 하류 노지 쌀에서도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습니다. 쌀 1㎏당 3.18㎍(1마이크로그람은 백만분의 1그람이다)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합니다.
  
경남 창원의 한 논. 녹조라떼 낙동강물로 농사지으니 논도 녹조라떼로 변하고 이 녹조의 독은 고스란히 쌀로 들어간다. 쌀에서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 논에 핀 녹조라떼 경남 창원의 한 논. 녹조라떼 낙동강물로 농사지으니 논도 녹조라떼로 변하고 이 녹조의 독은 고스란히 쌀로 들어간다. 쌀에서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 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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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60㎏)이 하루 평균 300g의 쌀을 먹는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0.945㎍의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하게 되고 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간 병변 독성 기준의 2.48배, 생식독성 기준의 8.83배를 초과하는 수치입니다. 이는 프랑스의 생식독성 기준의 무려 15.9배를 초과하는 수치의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하게 되는 셈이 됩니다.

지난 2월에 공개된 낙동강 무와 배추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0.295㎍)과 이번 쌀에서 나온 마이크로시스틴(0.945㎍)을 합쳐서(밥과 김치로 함께 먹을 경우가 많으므로) 계산하면 1.249㎍이고, 이는 프랑스 생식독성 기준의 무려 20.81배가 넘는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하게 되는 꼴입니다.

아이들 급식이 위험하다

우리가 먹는 주식인 쌀에서 녹조 독이 검출되고, 김치의 주재료인 무와 배추에서도 녹조 독이 검출되는 이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쉽게 말해 우리의 밥상이 위험한 것이고, 우리의 일상이 위험에 빠진 것입니다. 당장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학교급식이 걱정이 됩니다.

게다가 이미 이렇게 생산된 쌀과 무와 배추는 전국으로 유통됐습니다. 전국의 가정에서, 식당에서도 녹조 독이 들어있는 밥과 김치를 먹고 있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당선인이 계신 서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비단 밥과 김치뿐 아니라 채소류와 과일류를 포함한 낙동강 강물로 생산하는 주변의 광범위한 농산물이 이 녹조 독에 오염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쌀과 무와 배추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한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쌀과 무와 배추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한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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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경이 됐으면 정부는 당장 실태조사에 들어가야 합니다. 낙동강 강물로 생산된 쌀과 무와 배추 등의 농산물이 도대체 얼마나 되고 어떻게 유통되었는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실태를 국민에게 상세히 알려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문제임에도 문재인 정부는 아직까지 나서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는 무엇보다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윤석열 당선인께 이 공개 편지를 띄우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강의 역습을 막기 위해서는

강은 흘러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 고인 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낙동강에서 10년 이상 반복된 녹조라떼가 그 증거입니다. 낙동강은 4대강 보로 인해 막혔고 강은 썩고 죽어갔습니다. 죽어가는 강은 마이크로시스틴이란 독을 만들어냈고 그 독이 이제 우리 인간을 공격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강의 역습입니다. 너무 두렵습니다.

이 질곡을 끝내야 합니다. 이 위험천만한 상황을 마무리지어야 합니다. 하루빨리 이 사태의 원인이 되는 녹조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녹조 문제는 낙동강을 흐르게 해주면 해결됩니다. 녹조는 흐르는 강에서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합니다. 수문을 여는 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수문을 연 금강과 영산강에서 증명이 됐습니다.
 
합천보의 수문을 여니까 이렇게 아름다운 낙동강이 돌아왔다. 모래톱 위를 맑은 강물이 흘러간다. 이런 강에서는 녹조가 필 수가 없다.
▲ 낙동강의 재자연화 합천보의 수문을 여니까 이렇게 아름다운 낙동강이 돌아왔다. 모래톱 위를 맑은 강물이 흘러간다. 이런 강에서는 녹조가 필 수가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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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낙동강 또한 흐르는 강으로 만들어주면 됩니다. 낙동강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면 됩니다. 그러면 강은 저절로 건강한 식수와 농업용수를 제공해서 우리에게 건강한 농작물을 제공해줄 것입니다. 우리 자라나는 아이들의 안전한 급식을 위해서라도 낙동강을 흐르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시절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아직까지 같은 생각이신지요? 4대강 보를 유지한 채 낙동강 보의 수문을 그대로 닫아놓겠다는 것인지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는 녹조 문제를 절대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녹조 문제가 해결 안 되면 우리 국민은 위험한 농산물을 계속해서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 또한 안전하지 못한 급식을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판단을 달리해야 합니다. 낙동강을 반드시 재자연화해야 합니다. 국민의 안전이 달린 문제입니다. 이제 5월이면 당선인은 이 나라를 이끌어갈 새로운 대통령이 됩니다. 당선인의 현명한 판단, 기다리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4년간 낙동강 현장을 기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4대강사업의 폐해를 고발해오고 있다. 저서에 <내성천의 마지막 가을, 눈물이 흐릅니다>(2018년, 도서출판 참)가 있다.


태그:#낙동강, #녹조, #윤석열, #마이크로시스틴, #학교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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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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