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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애 대표가 텅 빈 꿀벌통을 들어보이고 있다. 뒤쪽에는 벌이 모두 떠나간 빈 통들이 가득 쌓여 있다.
 이정애 대표가 텅 빈 꿀벌통을 들어보이고 있다. 뒤쪽에는 벌이 모두 떠나간 빈 통들이 가득 쌓여 있다.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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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해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등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오지만,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어 하루빨리 원인규명을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꿀벌은 전세계 과일·채소 수분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사람에게 연간 50조 원의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벌이 채밀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꿀벌 집단 폐사·실종사태는 경남·전남 해남 등 남쪽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 낭충봉아부패병과 같은 병해충과 이상기후, 농약 사용, 대기오염, 밀원수 감소 등이 꼽힌다.

(사)한국양봉협회 예산군지부가 군내 등록된 139농가 1만7290군(통)을 대상으로 2월 초 자체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의 14.2%에 달하는 10농가 2450군이 피해를 입었다. 

꿀벌은 기온이 영하권으로 내려가는 11월 하순~12월 초순 월동에 들어가 벌통 안에 동그랗게 뭉친 형태로 겨울을 난다. 서로 몸을 비벼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2월 3~4일께 '입춘'이 되면 여왕벌이 산란을 시작하며 봄을 맞을 준비를 한다. 농가들이 벌통을 열어 잘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이 시점이다.

윤석구 지부장은 "뚜껑을 열었는데 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체도 남아있지 않다. 지난해 가을부터 점차 사라지더니 아예 종적을 감춘 것"이라며 "농가들은 난리가 났다. 10여년 전 토종꿀벌의 90% 이상을 죽게 했던 낭충봉아부패병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고, 신종 바이러스나 진드기·가시응애가 원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런데 공주에 있는 한 분석기관에 피해농가에 남아 있는 벌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더니 '아무 이상없다'더라. 2020~2021년 봄에 비가 많이 오고 이상저온이 찾아오며 평년의 30% 정도밖에 꿀을 따지 못해 농가들은 더 낙심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충남 예산군내에서 가장 많은 벌을 사육하고 있는 신양 황계리 충청양봉원 이정애 대표도 "1200통에 있던 벌이 전부 없어졌다. 30여년 동안 양봉을 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다.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 없어 답답하고 막막한 심정"이라며 "수년 전부터 양봉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업농가 대부분은 한 자리에만 벌통을 두는 게 아니라 꽃이 일찍 피는 남쪽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채밀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며 꽃이 피는 시간차가 줄어드는 탓에 3~4번 딸 것을 2번 정도밖에 못 따고 있다. 산업화로 밀원이 자꾸 감소하는 점도 영향을 준다"고 토로했다.

충남도농업기술원 산업곤충연구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기후변화에 따른 현상으로 추측하고 있다. 가을에 날씨가 추웠다가 따뜻해지면 식물이 봄으로 착각해 꽃을 피운다. 꿀을 채집하러 나온 벌이 밤에 기온이 떨어지자 밖에서 그대로 얼어죽는 것이다. 개체수가 줄면 월동시 체온유지를 할 수 없게 된다"며 "지속되면 벌을 매개로 수정하는 노지작물 등에도 타격이 갈 수 있다. 현재 농촌진흥청·충남양봉협회와 합동으로 꿀벌 피해현황 파악과 원인규명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도는 생태계 건전성을 유지하고 양봉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8년 '밀원수 확대 조성 5개년(1단계) 계획'을 수립해 밀원수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2677.9㏊에 아까시나무와 백합나무, 헛개나무 등 20여종 611만 4000그루를 심었으며, 올해는 도내 전 시군 560㏊에 129만9000그루를 식재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태그:#꿀벌 집단실종, #이상기후, #예산군, #꿀벌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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