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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상암SBS스튜디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초청대상 대선후보 2차토론회(정치분야)가 시작되기 전 준비하고 있다.
 25일 상암SBS스튜디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초청대상 대선후보 2차토론회(정치분야)가 시작되기 전 준비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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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약만 놓고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차이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두 후보 모두 주택 개발 활성화와 보유세 감면 등 이른바 부동산 자산가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후보 이름을 떼고 공약 내용만 놓고 보면 어느 후보가 낸 공약인지 분별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무주택자와 세입자를 위한 주택 공약들도 내놓고 있지만, '구색 맞추기'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윤석열, 고밀개발 허용에 세금 감면까지 판박이

이재명 후보는 4종 주거지역(최대 용적률 500%)을 신설하고 노후 신도시(1기 신도시)는 특별법을 만들어 개발을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후보 역시 용적률 완화를 통한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추진하고, 서울 역세권 용적률은 최대 700%(공공 참여 전제)까지 허용해준다고 했다.

부동산 세금 감면도 두 후보의 공통점이다. 이재명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공시가격 제도를 개편해 집주인들의 세금(재산세·종합부동산세·건보료) 부담을 완화해주겠다고 했다. 대상을 한정(일시적 2주택, 비투기 목적 주택 소유)했지만 종부세도 낮춰준다. 윤석열 후보 역시 종부세를 재산세와 통합하는 방식으로 세금 부담을 낮추고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 양도소득세 중과를 최대 2년간 배제하기로 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전월세상한제와 주택 소유 상한제, 부동산 불로소득 근절을 위한 세제 개혁 등의 주택 개혁 공약을 내놓았지만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서울 주택 시장 중심으로 다시 개발 기대감 '꿈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20대 대선 주요후보 주거·부동산 공약 평가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이 공약 관련 평가를 말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20대 대선 주요후보 주거·부동산 공약 평가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이 공약 관련 평가를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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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수위를 다투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주택 개발 활성화'에 집중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시장의 기대감도 또다시 커지는 모양새다. 

부동산114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시황에 따르면, 2월 넷째주(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 시세는 0.01% 상승했다. 2월 둘째주와 셋째주까지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보합세(0.0%)를 보이다가 상승 반전했다. 부동산 114는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의 대선 공약과 함께 서울시의 신통기획 등 영향으로 도심 정비사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환석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양도세 유예의 경우 누가 되든 한번은 될 거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다주택자 등은 기다리면서 관망해 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면서 "재건축 쪽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소재"라고 말했다.

반면 무주택자나 주택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약은 무게감이 떨어진다. 주거시민단체 모임인 집걱정끝장넷이 실시한 대선후보 주택 공약 평가를 보면, 이재명 후보의 경우 임차인의 계속 거주권,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 등 세입자 보호 정책은 공약에 명시하지 않고 있다. 무주택자를 위한 대책으로는 기본주택 공급 이외에 눈에 띄는 공약은 없다.

윤석열 후보는 오히려 집주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임대차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입장이다. 임대주택의 계약갱신청구권을 폐지하고, 임대주택을 재계약하는 집주인에게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게 윤 후보 측 구상이다. 정도를 놓고 보면 윤석열 후보가 더 자산가 입장에 맞춰져 있다. 

집걱정끝장넷은 이 후보와 윤 후보에 대해 각각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의 주거 정책이 경시되고 있다", "세입자에게 가장 불리한 주택임대차 정책과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영향력 큰 자산가에 구애
 
대한주택임대인협회가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 등 당내 부동산특위 위원들과 지난해 5월 14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등록주택임대사업자 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대한주택임대인협회가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 등 당내 부동산특위 위원들과 지난해 5월 14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등록주택임대사업자 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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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들의 발언도 결이 같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월 서울 노원구의 복합문화공간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지층의 비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재개발·재건축을 금기시하지 말고 국민의 주거 상향 욕구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도 지난해 12월 강북구 재건축 아파트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어 민간 주도로 많은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약과 발언을 놓고 볼 때, 두 후보의 선거 전략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큰  '부동산 자산가' 공략에 맞춰져 있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스티븐 홈즈 뉴욕대 교수는 '법의 지배의 계보'라는 논문에서 정치 지도자들은 모든 집단을 평등하게 취급하지 않고 자산을 소유한 집단을 우대한다고 지적했다. "각종 국가적 목적을 위해 쉽게 동원할 자산을 소유한 집단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홈즈 교수의 진단이다. 이 논문의 결론에 따르면 두 대선주자의 공약이 '무주택자'보다는 '부동산 자산가'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실제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자산가들은 정치인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지난해 주택임대사업자제도 폐지 논란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민주당은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뒤 주택임대사업자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주택임대업자에게 부여한 종부세와 재산세 감면 등 지나치게 많은 특혜가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진단에서였다.

민주당은 지난해 5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개선안'을 통해 모든 주택에 대한 임대 신규 등록을 허용하지 않고, 임대업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집권여당이 사실상 주택임대사업제도 폐지를 선언하자 집주인들은 '마녀사냥'이라며 집단 반발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 등 임대업자들은 정부청사와 민주당 당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이어갔다.

반발이 극심해지자 민주당은 6월 제도 폐지를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했고, 결국 주택임대사업자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임대사업자들은 정부가 임대료 상한 등 규정을 위반한 사업자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했을 때도 격렬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들은 자신의 이권이 걸린 문제에선 강하게 결집해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1인 1표로 보면 무주택자도 무시할 수 없는 계층이지만, 단순히 숫자뿐만 아니라 투표 결집력이나 여론 환기 측면에서 집 가진 사람들의 영향력이 훨씬 크기 때문에 선거 전략도 그렇게 맞춘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다보니 무주택자를 위한 공약들은 구색맞추기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대선후보들이 상대적으로 표가 많은 쪽에 대한 호소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두 후보의 공약은 무주택자에 대한 배려가 확실히 부족하고 소홀하다"고 비판했다.

태그:#이재명,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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