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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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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명동예술극장 사거리 앞에서 정치교체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오마이뉴스>가 이 후보에게 "국회에서 위성정당 방지법도, 선거구제 논의도 잘 안 되고 있는데, 이번 지방선거부터 (선거제 개혁이) 가능하다고 보는가"라고 묻자 후보 뒤편에 서있던 김영배 민주당 의원(서울 성북갑)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민주당 최고위원이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 여당 간사인 그에게 그날의 '끄덕끄덕'은 어떤 의미였을까. 25일 전화로 물어보자 김 의원은 크게 웃은 뒤 "이제 제대로 해봐야죠"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송영길 대표의 정치개혁 기자회견을 이어받아 기초의원 선거구 최소 정수를 2인에서 3인으로 늘려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가 기자회견 한 지 10일 뒤에야, 대선까지 2주도 안 남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던진 '정치개혁' 카드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도 많다. 반면 김 의원은 "지금이야말로 적기"라며 "정당들이 마음만 먹으면 내일이라도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이 대선 후보와 당대표의 기자회견, 자신의 법안 발의, 곧 열릴 의원총회에서 결의 등으로 입장을 명확히 할 테니 다른 정당들도 뜻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전체 정당들과 대통령 후보들이 합의해 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 하면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며 "정치적 합의와 결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정치개혁을 연결고리로 '반(反) 윤석열 연대'를 도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정치공학을 우선시하는 분들의 평가"라며 "부가적으로 정치연합이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선거에서 단일화를 제안한 것은 아니지 않나. 그렇게 정치적 거래로 치부하는 것은 과도한 상상"이라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정치개혁이라는 화두는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밤 열린 4차 TV토론에서 민주당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거듭 설득했다. 또 25일 민주당 의원 119명이 정치개혁안 지지성명을 발표한 일 등을 거론하며 "내일 모레쯤 입장 정리를 하고 당론으로 입법 제안을 할 테니까 권력분산형 새로운 정치체제를 기대하셔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한 사람 빼고' 모두에게 부드러웠던 이재명 http://omn.kr/1xiz2)

"늦다고 할 때가 빠른 때... 다같이 손잡고 디딤돌 놓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 제안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 제안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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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이 정치개혁을 전면에 내걸었다. 하지만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적기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빠른 때다. 특히 선거는 국민적 축제의 장이기도 하고, 그 나라의 정치적 현안들과 과제들을 드러내놓고 싹 한 번 정리하는, 일종의 빅 마켓(Big market)이다. 게다가 이번에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 사태 등을 보면 인류나 대한민국이 그전에 처해보지 못했던, 정말로 무언가 큰 전환적 변화가 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 이런 위기상황이나 큰 변화가 올 때 쭉 딸려 가지 말고 잘 변해야 한다. 

그러니 국민들도 본인의 선택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도록 문제들을 공론화하는 게 (정치인의) 도리라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고, 오히려 이 정도면 시간은 충분하다. 어차피 국민들이 동의 안 되는 것은 아무리 일찍 얘기하더라도 이제껏 국회에서 안 되어 왔다. 반면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것처럼 하루 아침에 되는 것도 있다. 결국 국민적 지지가 있었고, 정치세력이 선택했다는 뜻이다."

- 24일 기초의원 선거구 최소 정수를 3인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어떤 의미인가.

"지역구 기초의원은 대부분 2명을 뽑는 곳이 많다. 특히 대도시들은 압도적으로 2인 선거구제가 많고, 3~4인은 드문드문 있다. 즉 거대양당이 사실상 지방의회를 독점하고 있고,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다양하게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반영하는 일이 풀뿌리에서조차 제도적으로 정착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국민을 닮은 정치를 하려면 다양한 정치세력의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도록 다당제 정치구조를 짜야 하는데, 그걸 국회의원 선거부터 바꾸자고 하면 2년 후다. 

그러나 당장 지금 국회의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바로 오늘이라도 통과시킬 수 있는 것이 지방선거 다당제 구도를 보장하는 제도다. 기초의원 선거제를 최소 3인 그리고 4인 이렇게 보장하면 전국적으로 다당제 기초의회가 정립돼, 상당히 다양하면서도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한 번 실험해볼 수 있다. 여기서부터 정치세력들이 한 번 합의하고 손을 맞잡고 정치개혁을 약속하는 디딤돌을 놓아보자는 취지다."

- 지방선거일은 6월 1일로 못박혔고 5월 12일부터 후보 등록기간이다. 최대한 빨리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텐데.

"당장은 2월 국회 회기 중이고, 정개특위는 3월에도 자동소집하게 되어 있어서 정당들이 마음만 먹으면 내일이라도 통과시킬 수 있다. 결국 국민적 지지와 여론이 중요하다. 정치세력들이 결단하면 정개특위 열어서 바로 통과시킨 뒤 원포인트 본회의하면 된다."

- 선거구별 정수가 늘면, 전체 기초의원 수도 증가하는 것 아닌가.

"한 번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하는데, 제가 대략 파악해본 바로는 대도시의 경우 지역구를 좀 조정하면 충분히 개편할 수 있다. 다만 인구 20만, 30만 이하인 시나 군은 기초의원 숫자가 작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증원해야 할 지역구도 있더라. 비용만 많이 들고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정치개혁 차원에서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니 충분히 극복해나갈 정도라고 본다."

"국민의힘, 진정성 있다면 정치개혁 협조가 먼저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조해진 소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간사(왼쪽)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개특위 소위원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조해진 소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간사(왼쪽)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개특위 소위원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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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성정당 방지법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현재 정개특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우리 당 민형배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인데 국민의힘 반대로 상정을 못했다.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을 중심으로 한 아주 기본적인 것 이외에는 폭넓은 정치개혁 주제를 다루지 말라'는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아주 강한 주문이 있어서 양당 간사 간 합의를 했음에도 상정 못한 법이 굉장히 많다. 

저희들이 사실상 사정하다시피 해서 겨우 통과시킨 게, 지난번 만 18세로 출마연령 낮추는 법안과 만 16세부터 당원 가입이 가능한 법안 정도다. 나머지 상정된 법안들도 생색내는 정도에 그치고 있고, 정개특위에서 정치개혁이란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말로만 정치개혁, 국민통합 이런 얘기를 할 게 아니라, 정말 진정성이 있다면 제대로 정치개혁할 수 있는 법안들이 정개특위에 상정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게 먼저다."

- 정의당은 줄곧 위성정당 방지책을 요청해왔다.

"정의당은 위성정당 방지를 굉장히 요구하고 있지만 거대 양당이 사실은 의지가 없지 않냐는 입장이다. '위성정당 방지 제도를 만들더라도 예를 들면 친박이나 친노·친문 중에 누군가 그냥 외곽에서 당을 만들면 막을 방법이 없지 않나? 그런 것을 제어할 수 있는 정치적 결단과 합의를 해달라'는 부분까지 (정의당의 요구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민주당)가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중요한 문제 제기는 맞다. 그래서 저는 정치적 합의와 결단이 중요하다고 계속 말씀드리는 거다."

- 아까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안철수·심상정·김동연 후보 등 모든 정당들이 이번에 한 번 손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지난 송 대표 기자회견 후 나온 반응만 보면 시큰둥하다. 어떻게 설득할 생각인가.

"일단 기초의원 다당제를 발의하지 않았나. 나머지 법안들까지 전체 정당들과 대통령 후보들이 합의해서 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 하면 저는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진정성, 또 한편으로는 결단이 제일 중요하다. 민주당은 그걸 확실하게 담보하는 의사표시로 당 대표가 말했고, 후보가 말하지 않았나. 그걸 공식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 의원총회도 열 예정이다. 당내에도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라서 최종 정리가 필요한 것은 맞다."

- 당내에 이견도 있는가.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의 경우 송영길 대표가 '다선 의원들에게 훨씬 유리할 수도 있고, 일본에선 금권·파벌정치가 일상화하는 등 논란이 많다'고 하긴 했는데.

"비례성을 강화하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가운데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 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 배분)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인구 비례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를 배정한다음 그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가 좀 다른 부분이 있고, 중대선거구제 같은 경우는 특히나 반대의견이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저희는 비례성을 강화하고 표의 등가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확실하게 개혁하겠다고 결의할 것으로 본다. 그래서 의총 의결이 이뤄지면 법안을 내는 데에 확실한 담보가 되는 것이니까."

"대선 무관하게 추진 가능... '반윤 연대'는 과도한 상상"
 
25일 상암SBS스튜디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초청대상 대선후보 2차토론회(정치분야)가 시작되기 전 준비하고 있다.
 25일 상암SBS스튜디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초청대상 대선후보 2차토론회(정치분야)가 시작되기 전 준비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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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상 당론이 되는 셈이니 그런건가.

"그렇다. 또 이 문제를 다루는 협의체가 전체 정당 연석회의나 후보 회의, 아니면 공동선언 같은 것까지 나아간다면 저는 국민들께서도 지지의사를 표시할 테고, 이 흐름을 거스를 수 있는 정당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추진될 테고, 그러면 국민의힘도 거부하지 못할 거다."

- 일종의 '반윤 연대'를 노린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공학을 우선시하는 분들은 그런 평가를 하더라. 또 이게 일종의 단일화를 위한 거래의 재료 아니냐는 말씀도 하던데, 그건 정치개혁에 대한 저희의 진정성을 지나치게 폄훼하는 말씀 아닌가 싶다. 부가적으로 정치연합이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저희들이 선거에서 단일화를 제안한 것은 아니지 않나. 그렇게 정치적 거래로 치부하는 것은 과도한 상상이고, (이 문제를) 폄훼하려는 의도다. 저희는 정치개혁 문을 활짝 열어젖힐 수 있는 새로운 디딤돌, 입구를 좀 만들자는 뜻이다.

[관련 기사]
송영길 "대통령 4년 중임 개헌, 결선투표 도입" http://omn.kr/1xhz2
안철수 러브콜? 민주당, 대선 13일 앞 '정치개혁' 꺼낸 이유 http://omn.kr/1xhu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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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영배, #민주당, #대선,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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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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