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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추적단 불꽃'이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에 잠입했다. 추적단 불꽃은 n번방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고 모두가 이 이슈에 주목했다. 동시에 추적단 불꽃은 경찰에 성착취 실상을 제보했고, 경찰은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주요 가해자 조주빈을 비롯한 3000명이 넘는 가해자를 검거했다.

추적단 불꽃의 추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활동가이자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하는 기자로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오마이뉴스>를 통해 연재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 지금] 기획 역시 그 일환이다.

2022년 1월, 추적단 불꽃은 또 다른 길에 접어 들었다. 추적단 불꽃의 '불', 박지현(27)씨가 정치를 시작한다. 박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하기로 했다. 27일부로, 박지현씨는 민주당 선대위 여성위원회(위원장 정춘숙) 부위원장 겸 디지털성폭력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 활동하던 상황을 벗어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며 청년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하는 것이다.
  
추적단 불꽃의 '불', 박지현씨가 정치에 입문한다.
 추적단 불꽃의 "불", 박지현씨가 정치에 입문한다.
ⓒ 박지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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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26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n번방 잠입 이후) 2년 반 동안 백 번을 말해도 안 바뀌는데, 내 목소리에 힘이 있었다면 피해자의 일상이 조금이라도 빨리 회복될 수 있었을까... 수없이 고민했다"고 했다. 그 고민의 끝은 목소리에 '힘'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귀결됐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 판을 뒤집는 일을 하고자 선대위에 합류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변혁을 이뤄내고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다,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같은 선택에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다면 이 나라에서 여성으로 사는 미래를 꿈꾸기 어려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20대 청년 여성 정치인'으로서 박씨의 포부를 물었다. 

"제가 2030 여성들을 대표한다고 감히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느끼는 문제점을 말하고 알림으로써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어떤 건지, 우리에게 필요한 법과 공약은 무엇인지 (선대위 안팎에) 알리고 싶습니다. 2030 여성들이 '이재명 후보가 여성 공약 낸 게 뭐가 있냐, 펨코(인터넷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의 줄임말)에 글이나 쓰지 않냐'고 평가하시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 후보의 젠더 공약은 매우 많고 또 촘촘합니다. 이런 공약들을 많이 알리는 동시에, 2030 여성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약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추적단 불꽃'의 또 한 멤버 '단'은 심층취재 활동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박지현씨 정치 입문은 27일 오후 5시 더불어민주당 청년당사에서 공식 발표된다.

다음은 박지현씨와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2년 반의 고민 : '이렇게 백 번 말해도 바뀌지 않는데, 내 목소리에 힘이 었었다면'

- 앞으로 맡게 될 역할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달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여성위원회 부위원장 겸 디지털성폭력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공식 직함이다. 그동안 활동해온 것들을 반석 삼아, 이재명 후보의 젠더 공약에 미흡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게 앞으로 할 일일 거 같다. 구체적으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공약 중 (디지털 성범죄 관련) 플랫폼 기업 또는 플레이스토어에 책임을 묻겠다는 공약 등은 벤치마킹하면 좋겠다 생각 든다. 또 이 후보가 이미 세운 공약들이 현실에서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역시 내 역할이라고 본다. 현재 젠더 갈등이 심각한데, 이를 해소하는 데에도 일조하고 싶다."
 
- 정치 입문은 어떤 통로로 제안 받았나.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께 제안 받았다. 우리(추적단 불꽃)가 권 의원을 인터뷰하기도 했고, 권 의원이 추적단 불꽃의 책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추천사를 써주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활동가로서 한계가 많다'는 이야기를 드렸고 권 의원은 '정치가 밖에서 보기에는 안 좋은 면만 보이지만 이 자리에 있으면 바꿀 수 있는 게 많다'고 말씀하셨다. 현실을 바꿀 수 있다면 정치를 하는 것도 긍정적이라 얘기를 드렸었고, (권 의원이) 그 이야기를 기억해서 2021년 말에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에 20대 청년 여성이 전무한 게 사실이고 이런 목소리를 낼 사람 필요하니 같이 해주면 좋을 거 같다'고 하셨고, 그 말에 공감해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

- 추적단 불꽃으로 오랫동안 활동했는데, 이제 이름과 모습을 드러내고 정치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앞서 밝힌 '한계'가 정치활동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인가.

"2년 반 동안 활동하면서 '이렇게 백 번을 말해도 바뀌지 않는데, 내 목소리에 힘이 있었다면 피해자의 일상이 조금이라도 빨리 회복될 수 있었을까, 가해자를 빨리 검거할 수 있었을까' 수도 없이 고민했다. 우리 모두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게 너무 중요하다는 생각이 결정적 계기였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 판을 뒤집는 일을 하고자 선대위에 합류하게 됐다. 그동안 얼굴을 밝히지 않고 해오다가 왜 이재명 후보 때문에 얼굴을 공개하냐는 우려도 있을 거 같다. 이 후보 때문에 공개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변혁을 이뤄내고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임을 알아주시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결단과 걱정

- 정치활동의 시작이 왜 이재명 선대위인지, 왜 민주당인지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 거 같다.

"2020년 6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를 만난 적 있다. 함께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는데, 당시 이 후보가 디지털 성범죄 심각성에 깊이 공감하면서 근절 의지를 보였다. 그 후 반년 만에 경기도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가 설치됐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추진력과 결단력이 있다고 느꼈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의지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됐다.

이 후보의 정치 철학이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최소한으로 누릴 것들은 누려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최소한의 행복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 정치 철학에 공감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분들은 그 최소한의 행복도 누리지 못하고 있고, 그렇기에 이 문제의 해결은 당연한 것이다. 헌법에 명시된 행복 추구권을 지키고 싶어서 결단하게 됐다."

- 정치활동을 시작하며 가장 염려되었던 부분은 어떤 것인가. 

"2년 넘게 활동해온 것들에 대해, 정치색이 입혀질까 두렵다. 추적단 불꽃은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단체이고 기자단이다. 그 점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피해자 지원 안내를 제외한 추적단 불꽃 '불'로서의 활동은 잠정 중단한다고 밝힐 예정이다.

이제까지 얼굴을 가린 채 활동했는데, 이는 가해자의 위협을 피하기 위함도 있었다. 나, 내 주변인들, 가족, 친구를 향한 위협에 대해 걱정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 또 제 신상이 파헤쳐지면 '단'도 위협 받을 수 있으니 염려된다. 또 같이 해오던 활동을 단님이 혼자 하게 된 것에 대한 미안함도 있다. 단님은 심층 취재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고, 저는 좋은 친구로 남아서 피드백 할 예정이다. 고맙게도 단님은 친구로서 제 결정을 응원한다고 말해주었다. 내가 정치에 입문하게 됐지만 '디지털 성범죄 근절'이라는 목표는 여전히 함께 공유하는 가치다."

'여성가족부 폐지' 7자 공약 올라왔을 때 느낀 깊은 소외감

- 대선 정국에서 2030 여성들이 느끼는 정치 소외감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같은 20대 여성으로서,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싶은가.

"정치 소외감을 나도 느꼈다. 그래서 더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의힘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7자를 공약으로 올렸을 때 많은 2030 남성들의 호응을 얻었다. 왜 여성들은 모든 영역에서 배제돼야 하는 걸까, 깊은 소외감을 느꼈다. 내가 2030 여성들을 감히 대표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느끼는 문제점을 말하고 알림으로써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어떤 건지, 우리에게 필요한 법과 공약은 무엇인지 (선대위 안팎에) 알리고 싶다.

2030 여성들이 '이재명 후보가 여성 공약 낸 게 뭐가 있냐, 펨코(에펨코리아의 준말. 활성화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이나 쓰지 않냐'고 평가하시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젠더 공약이 많고 촘촘하다. 이런 공약들을 많이 알리는 동시에, 2030 여성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약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다면 이 나라에서 여성으로 사는 미래를 꿈꾸기 어려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 안에도 워낙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권인숙 의원, 정춘숙 의원도 계시니 함께 힘을 합친다면 더 빨리 민주당이 변화할 것이라 기대한다."    
추적단 불꽃은 '불꽃레터'라는 이름의 메일링 서비스를 기획해 총 10편의 기사를 2천 명 이상의 구독자분들께 발송했다.
 추적단 불꽃은 "불꽃레터"라는 이름의 메일링 서비스를 기획해 총 10편의 기사를 2천 명 이상의 구독자분들께 발송했다.
ⓒ 추적단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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