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임차인으로 살아가기 힘든 사회다. 걸핏하면 말도 안 하고 벌컥벌컥 문 열고 들어오는 임대인이 있는가 하면, 이사 한 번 갈 때마다 전세금‧월세 보증금 제때 못 받을까 걱정해야 한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번번이 임대인과 다퉈가며 해결하기도 지친다. 애초에 셋방살이의 어려움을 이해해줄 임대인은 없는 걸까.

우리가 임차인으로 살아가며 임대인과 많은 갈등을 겪게 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임대인들이 혼자 주택을 세놓은 소규모 영리 주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혼자 집을 관리하기도 힘든데 집을 임대해서 이윤도 남겨야 하니 각종 집의 하자를 제대로 고쳐주기도 힘들고 임차인과 보다 친밀한 관계를 맺기도 어렵다.

임차인은 임차인대로 보증금에, 월세에, 관리비를 다 줬는데 임대인이 제대로 된 주거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무단 침입하고 보증금 제때 안 돌려주고 하니 화가 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의 셋방살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임대인이 좀 더 주거서비스에 집중하는 주체일 필요가 있다.
   
이처럼 임대주택의 공적 성격을 강화한 주택 중 하나가 '사회주택'이다. 사회주택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통해 규정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 주체가 취약계층, 청년 등 사회적 경제 약자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주택을 의미한다.

즉, 우리나라 사회주택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 같은 공기업에서 지은 주택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회주택에서 사회적 경제 주체는 주택의 물리적 환경부터 입주자의 삶까지 관리함으로써 민간 임대주택에서 개인 임대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여러 문제를 극복한다.

특히, 소비자와 공급자가 일치하는 협동조합에서 사회주택을 운영하는 경우 입주자는 사회주택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데 직접 참여하여 여러 문제를 스스로 관리해나갈 수 있기도 하다.

등장과 발전
   
우리나라에서 사회주택은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 제정,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과 같은 사회적 경제 주체들에 대한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2010년대 초반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지어져 왔다. 성미산 마을에서 공동육아를 고민하다가 대안 주거모델로서 지은 소통이있어행복한주택 1회(2011년), 셰어하우스의 이름을 알렸던 우주 1호(2013년)와 같은 사례들이 나타났다.
   
이처럼 사회적 경제 주체가 자발적으로 공급하는 주택으로 시작했지만 육아나 청년 주거 문제 해결, 공동체 회복 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사회주택이 낳으면서 공공부문은 정책적으로 사회주택 사업자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사회주택 'LH응암역 달팽이집' 투룸형 내부
 사회주택 "LH응암역 달팽이집" 투룸형 내부
ⓒ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관련사진보기

 
2015년에는 서울시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주택 조례를 제정하면서 사회주택 사업자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 근거가 마련되었다. 사회주택 조례는 이후 시흥시, 전주시, 부산광역시, 고양시, 경기도, 울진군 등으로 확산했다. 정부도 공공임대주택의 하나인 매입임대주택의 운영을 사회적 경제 주체에게 맡기는 사회적 주택 모델을 도입하고,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의 틀 안에서도 사회적 경제 주체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사회주택의 발전 과정을 보면 '사회적 경제 주체의 자발적 실험 →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제도화와 지원 → 정부 차원의 일부 도입'으로 성장해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상명하달식(top-down) 정책 도입이 아니라 상향식(bottom-up) 정책 도입과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또, 사회주택은 LH나 SH와 같은 공기업이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사회적 경제 주체와 공공부문(지방자치단체, 정부)이 협력해 짓는 집이라는 특징도 있다. 우리나라 사회주택은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그 등장과 발전 과정에서 다양한 실험과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 결과 사업 유형만 10개가 넘게 되었다.

현황
   
너무나 복잡한 사회주택의 사업 유형은 일반의 시민과 입주 수요자가 이해하기 어려우며 나한테 맞는 사회주택은 무엇일지도 알기 어렵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우리나라 사회주택 사업유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회적 경제 주체와 공공부문이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지에 따라 정리해보자.
   
사회주택을 공급하여 운영하기 위해 사회적 경제 주체와 공공부문은 ① 토지의 소유자 ② 건물(주택)의 소유자 ③ 주택의 운영‧관리자라는 3가지 기준에서 3가지 조합의 협력구조를 보인다.

우선, 토지와 주택을 민간의 임대인이 소유하고 사회적 경제 주체는 주택을 운영하기만 하는 ① 민간임차형 사회주택이 있다. 이때 공공부문은 사회적 경제 주체가 민간 소유의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비용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민간임차형 사회주택에는 서울시가 사회주택을 제도화한 초기에 활용한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와 비주택 리모델링이 있다.
   
두 번째로 토지와 주택을 공공부문(LH, SH, 공공 리츠)이 소유하고 사회적 경제 주체는 주택을 운영하기만 하는 ② 공공 임차형 사회주택이 있다. 공공임대주택의 하나이기도 한 사회적 주택과 매입약정형 사회주택(테마형 매입임대)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 2가지 사업유형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달팽이집 연희' 전경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달팽이집 연희" 전경
ⓒ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관련사진보기

 
세 번째로 토지만 공공부문이 소유하고 사회적 경제 주체가 그 땅 위에 건물을 지어 주택을 소유‧운영하는 ③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이 있다.
   
이러한 분류에 따라 서울시와 LH 사업으로 지어진 사회주택 재고(2020년 기준)를 보면 우리나라 사회주택은 현재 공공 임차형(53.5%)과 토지임대부형(33.5%)을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 사회주택은 사회적 경제 주체에 비해 많은 자원을 보유한 공공부문이 토지 혹은 토지와 주택을 사업자에게 지원하고, 사회적 경제 주체는 강점을 가지고 있는 주택 및 입주자 운영을 담당하는 모델이 중심이 되어 성장하고 있다고 하겠다.
  
셋방살이 걱정 덜어보기
   
그러면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주택들 중 어떤 집에 들어가 살아야 나의 셋방살이 걱정을 좀 덜 수 있을까. 임차인들마다 이사 갈 주택을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주택의 공공성을 측정하기 위해 많이 활용하는 입주자가 그 주택에서 얼마나 오래 거주할 수 있는지 그리고 주거비는 어느 정도인지를 중심으로 사회주택 사업유형 간 차이를 비교해보자.

주거환경은 각 사업유형에서 공급되는 주택 사례마다 또 호실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는 민간임대시장에서의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위반 건축물보다는 적정 주거환경을 갖춰 공급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가정하겠다.
   
저렴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임차인이라면 공공 임차형 사회주택 중 사회적 주택과 매입약정형 사회주택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사회적 주택과 매입약정형 사회주택은 공공임대주택이기도 하기 때문에 다른 사회주택 사업유형보다도 시세 대비 50% 수준의 주거비로 거주할 수 있다.

또, 주택을 운영하는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공실이 발생할 때마다 바로바로 입주자 모집을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매입임대주택에 비해 입주 기회가 더 많다는 장점도 있다. 이런 사회적 주택의 입주자 모집 정보는 SH 홈페이지나 사회주택을 운영하는 사회적 경제 주체의 개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주거비가 시세 대비 80%라는 점에서는 사회적 주택과 매입약정형 사회주택에 비해 저렴하지 않을 것 같지만 금액의 수치로는 민간임차형 사회주택 역시 다른 사회주택 사업유형에 비해 저렴할 수 있다. 다만, 민간임차형 사회주택은 사회주택이 제도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초기에 비주택, 빈집 등을 리모델링해 다인 1실 형태로 공급한 경우가 많아 주거환경까지 고려하면 다소 단점이 있을 수 있다.

사회적 주택과 매입약정형 사회주택에 비해서는 저렴하지 않지만 2인 이상 가구를 이루어 민간임대시장에서보다 저렴하게 오래 거주하기를 선호하는 임차인이라면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은 사회적 경제 주체가 직접 주택을 건설하다 보니 건물이 완공되기 전 입주자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하여 우리 가구가 원하는 주거생활을 사회주택의 물리적 환경과 운영에 반영할 여지가 있다. 또, 일부 사회적 주택에서 거주기간이 6년으로 제한되어 있는 것과 달리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에서는 10~20년 간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 사회주택 사업유형(서울시, LH)별 거주기간, 주거비, 입주자 선정
 우리나라 사회주택 사업유형(서울시, LH)별 거주기간, 주거비, 입주자 선정
ⓒ 새사연

관련사진보기


사회주택의 의미
   
셋방의 각종 하자, 이사 걱정 등으로 편히 잘 날 없는 임차인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착한 임대인은 없을까 하여 사회주택에 대해 이것저것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우리나라에서 오늘날의 사회주택이 시작된 지는 5~10년에 지나지 않아 아직 여러 가지로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주택은 우리 사회가 이제까지 방기하고 있던 임대주택에서의 물리적 운영‧관리와 주거서비스 제공 문제를 사회적 경제 주체를 통해 해소하여 임차인 삶의 질을 높이는 매력적인 대안이다.
   
우리나라 사회주택이 이처럼 공공성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 경제조직이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와 공공부문의 공공지원이 결합된 결과이다. 일반적인 시장논리 하에서 어떤 영리 민간기업이 주택의 운영과 관리에 참여하면 그것은 입주자의 비용부담으로 이어지지만, 사회주택에서는 사회적 경제 조직의 미션과 공공 부문의 지원을 통해 입주자에게 전가되는 비용을 줄이고 있다. 즉, 사회주택은 '사업자의 미션'과 '공공부문의 지원'이 결합한 '민관협력'을 통해 임차인들이 처한 열악한 주거환경과 불평등한 임대차 권력 관계를 극복하고 임차인에게 주거권을 보장하는 사회혁신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1 재정비촉진구역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1.9.14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1 재정비촉진구역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1.9.14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최근 우리나라 사회주택을 선도적으로 이끌어온 서울시에서 사회주택 사업에 대해 여러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공공부문이 직접 모든 저렴주택을 공급하고 입주자들에게 주거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더 사회주택이 보여준 사회적 경제 주체와 공공부문의 '협력'에 다시 주목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한다.

우리가 직면한 주거 문제는 혼자서만 해결해 나가기에는 너무 버거운 것이다. 우리네 임차인의 셋방살이 걱정, 새로운 주택공급 주체들과 함께 풀어 나가보면 어떨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새사연은 현장 중심의 연구를 추구합니다. http://saesayon.org과 페이스북(www.facebook.com/saesayon.org)에서 더 많은 대안을 만나보세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