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보운대에서 바라본 대전시 전경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대전광역시(시장 허태정)가 지역사회와 합의를 사실상 무시한 채 보문산 전망대 조성을 강행하고 있다. 일방적 편의주의 행정으로 회귀하겠다는 대전시의 선언으로 읽힌다. 

대전도시공사(아래 도시공사)는 지난 19일, 50m 높이 기준을 명시한 보문산 전망대 실시설계공모를 시작했다. 대전시는 보문산 중턱에 위치한 보운대를 철거하고, 50m 높이의 국내 최초 고층(지하1·지상4층) 목조 전망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전시와 시민단체는 지난 2020년 5월 보문산활성화 민관공동위원회(아래 민간공동위)를 구성하고, '고층타워 반대, 편의시설을 갖추고 디자인을 고려한 전망대 및 명소화 조성'을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대전시의 설계설계지침 어디에도 민간공동위의 합의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전시가 시민의 의사를 행정에 반영하기 위해 만든 민관공동위의 합의내용조차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대전시는 민간공동위에서 결정한 내용을 최우선 반영해야 할 과업지시서 결정 사항을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민간공동위 결정사항이 반영된 과업지시서 작성은 협치의 기본이다. 하지만 대전시는 어디에도 민간공동위 의사결정내용을 담지 않았다. 갑자기 등장한 50m 높이 기준에 대한 근거가 전문가 1인의 자문인데도 말이다. 

현재 보문산에 설치된 보운대는 전망대 높이가 10m가 채 안 되지만 전망의 기능을 하고 있다. 2층 높이의 낮은 전망대에서도 이미 대전시의 전경을 대부분 볼 수 있다. 굳이 50m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합의 당시 민간공동위는 이미 높이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지금과 비슷한 높이로 리모델링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대전시는 민간공동위에서 나온 의견은 단 한 글자도 넣지 않았다. 

대전시는 민관협의체보다 전문가의 자문을 우선하고 있다. 대전 지역의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는 "민관공동위를 통한 시민 의견 수렴 숙의 과정을 철저히 무시한 일방행정의 전형"이라며 즉각적으로 비판하고 있지만, 대전시는 묵묵부답이다.
 
.
▲ 1인시위중인 갑천대책위 활동가 .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최근 대전 도안갑천지구 친수구역 조성사업과 도안 5블록 사회주택 관련해 도시공사가 민관협의체 합의 사항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강행하면서 협의체가 파행을 맞았다. 

대전시는 이 과정에서 스스로 전문가를 자임하며 특별한 근거를 제시하거나 협의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민관위원들에 문제 제기에도 전혀 응답하지 않고 있다. 사업 강행을 위한 도구로 협의체를 운영하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현재 갑천지구 친수구역 개발사업 시민대책위원회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위와 같은 사례를 통해 대전시의 행정편의주의가 도를 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스스로 만든 민관협의체의 의견을 묵살하고, 과정을 파행으로 이끄는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을 유지하는데 민관의 협치가 매우 중요했다고 말한다. 민관과 협치를 통해 문제를 진단하고 시스템을 공유하고 만들어내면서 K-방역을 완성했다고 한다.

대전시는 민관협치의 기본부터 다시 써야 한다. 협의회에서 결정된 내용을 뒤집고,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적용하고 사업을 강행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협의회에 참여한 위원들을 들러리로 내몰지 말아야 한다. 

대전시가 민관협치를 제대로 하고 싶다면 행정엘리트 주의에서 벗어나야 하며, 민관협의체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스스로 참여하여 만든 결과마저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는다면 더는 협치를 이어갈 수 없다.

이미 대전시는 스스로 신뢰를 무너트렸다. 이제 신뢰를 회복할 길은 대전시의 이후 대응에 달렸다. 행정일방주의가 당장은 편할지라도 미래로 갈 수 있는 길이 아님을 명심하길 바란다. 행정일방주의에 미래는 없다.

태그:#행정일방주의, #대전시, #민관협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날로 파괴되어지는 강산을 보며 눈물만 흘리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자연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되시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하기! https://online.mrm.or.kr/FZeRvcn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