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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역 인근에는 대규모 H아파트 단지가 조성돼 있다.
 압구정역 인근에는 대규모 H아파트 단지가 조성돼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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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업무 중 가장 힘든 것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주차다. 그것만 안 해도 살겠다." 

21일 오전 8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H 아파트에서 8년째 일하는 60대 김아무개씨가 '경비 노동자로 일하며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받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한 말이다.

김씨는 "지난달에도 옆 동 근무자가 주차된 차를 옮기다 살짝 부딪혔다"라며 "모두 외제 차다 보니 양쪽에 각각 150만 원, 100만 원의 수리비를 물어줬다. 주차된 차를 옮기고 빼야 하는 상황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1970년대와 80년대 주로 지어진 압구정동 H 아파트 단지 일대를 직접 확인한 결과 지상 및 진입로를 가리지 않고 고급 외제 차량이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이에 대해 김씨는 "한 번에 많을 때는 8대까지 차를 빼봤다"면서 "긁힐까 무서워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거절하냐. 연 단위로 끊어서 계약하는 입장에선 무조건 참아야 한다. 그저 바람은 사고가 나면 책임이라도 덜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고백했다.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는 김씨는 이날 오전 6시에 출근해 아파트 현관 입구를 청소하고,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정리했다. 밤사이 도착한 택배도 따로 분류해 한쪽에 두었다. 김씨는 두 시간을 바짝 일한 뒤에야 잠시 숨을 골랐다.

정부 "현실에 맞게 법안 정비"...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 논란
 
압구정역 일대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로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24시간 격일제로 출근한다. 그는 <오마이뉴스>를 만나 입주자들의 외제차를 주차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업무라고 밝혔다.
 압구정역 일대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로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24시간 격일제로 출근한다. 그는 <오마이뉴스>를 만나 입주자들의 외제차를 주차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업무라고 밝혔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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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역 일대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로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24시간 격일제로 출근한다. 출근과 동시에 재활용품 정리부터 한다.
 압구정역 일대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로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24시간 격일제로 출근한다. 출근과 동시에 재활용품 정리부터 한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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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오는 10월 21일부터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 시행을 예고했다. 이 말은 경비노동자가 경비 업무 외에 음성적으로 해왔던 택배 관리나 청소, 주차 관리 등 다른 업무를 양성화 시켜 공동주택 경비 노동자 본래의 업무로 넣는다는 뜻이다.

다만 압구정동 H아파트 경비 노동자 김씨가 해왔던 입주민 차량 주차와 택배 물품 세대 배달 등 업무에 대해서는 '갑질의 사유가 될 수 있다'며 허용되지 않는 업무로 명확하게 구분했다. 이를 어길 시 경비업체는 경비업 허가가 취소되고, 입주자는 지자체 시정 명령 후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난달 9일 정부는 시행령 입법을 예고하며 "경비원 업무 범위가 현실에 맞게 정비됨에 따라 입주자 등과 경비원 간의 갈등을 방지하고 경비원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공동주택 관리에 필요한 경비원 업무를 명확히 규정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파트 경비원의 야간 근로를 줄이는 방향으로 격일 교대 근무는 유지하되, 밤에는 일찍 퇴근하고 일부 경비 노동자만 남아 야간 경비 업무를 수행하는 '퇴근형 격일제' 등을 현재의 24시간 격일 교대제를 대체할 방안으로 소개했다. 감시 및 단속적 근로자의 업무 과중을 우려해 월평균 4회 이상 휴무일도 보장하도록 했다. 

반발하는 노동계 "경비원에서 관리원으로 변경해야"
 
압구정역 일대 아파트
 압구정역 일대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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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정부의 입법 예고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관계자는 21일 <오마이뉴스>에 "아파트 경비원은 이미 경비 업무 이외의 외곽청소, 분리수거, 택배 보관, 주차단속 등 관리업무를 70% 이상 수행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실질적으로 아파트 경비원의 노동 조건을 향상하려면 감시 단속적 노동자가 아닌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받는 일반 노동자로 전환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경비 외 겸직업무를 법으로 명시하려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일반관리원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뜻. 근로기준법 제63조에는 "감시 또는 단속적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사람(경비노동자)은 근로시간과 휴게, 휴일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규정을 적용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됐다. 그러나 정부가 예고한 시행령에는 경비 노동자 업무를 규정하되 관리원으로 보직을 변경한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문제는 노동계 주장대로 겸직 업무를 하는 경비 노동자를 관리원으로 일괄 변경할 경우 인건비 상승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관리원이 지금의 경비 노동자와 달리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일반노동자이기 때문인데, 인건비 상승이 자칫 경비 노동자 대량해고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1일 현장에서 기자를 만난 한 경비 노동자도 이를 우려해 "60대 후반 나이에 어디를 가냐"며 "차라리 바꾸지 않고 기존 형태로 가는 게 낫다. 자칫 잘못 목소리를 냈다가 내 계약은 물론 용역회사 자체가 (아파트와) 계약 해지될 수도 있다"라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이에 대해 서울노동권익센터 이남신 소장은 21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겸직 업무를 법적으로 규정함에도, 이로 인해 경비 노동자의 업무가 늘어나는 것이 분명한 상황임에도, 정부는 경비 노동자를 현재의 신분인 감시 단속적 노동자로 그대로 두려한다"면서 "이는 굉장히 비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경비 노동자를 관리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정부는 현실을 고려해 집단적인 해고를 막고 경비원을 관리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입법 개정을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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