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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 하던 시절은 아득히 먼 옛날이 되어 버렸습니다. 악수도 하지 않고 옆자리에 앉지도 않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탓에 신체 접촉은 하지 않는 것이 상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가 만든 'KDI DATA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삶'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신체적 거리를 두며 살게 됐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중 '화상 어플 사용자 수' 통계를 예로 들어보면 2020년 1월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 후 국내 화상 어플 사용자 수가 늘기 시작해 그해 12월 사용자 수 3310만 427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지난달까지도 2300만 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KDI DATA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삶 중 화상 어플 사용자 수
 KDI DATA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삶 중 화상 어플 사용자 수
ⓒ 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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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얼굴 볼 일이 있을 때 모니터로 보는 일이 급증했음을 시사합니다. 악수나 포옹과 같은 신체 접촉은 생각조차 못할 만남입니다.

사람들이 서로 만지지 못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외신을 소개하는 매체 <뉴스페퍼민트>는 지난달 16일 캐나다의 과학 저널리스트 메리 할튼(Mary Halton)이 쓴 글 '인간은 서로를 만지도록 만들어져 있다'(Humans are made to be touched — so what happens when we aren't?) 전문을 실었습니다. 

이 글에서 할튼은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의 뇌과학자 헬레나 워슬링(Helena Wasling)과 미국의 심리학자 가이 윈치(Guy Winch)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신체 접촉의 중요성을 설명합니다.

워슬링은 10년 넘게 C-촉각신경(C tactile afferents)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C-촉각신경은 "다른 사람의 접촉을 느끼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목적만을 가진, 이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완성하고 사회적 연결을 느끼며 자기 자신에 대한 감각까지" 생성하는 신경다발입니다. 신체 접촉이 없으면 이 신경다발을 통해 사회적 연결을 느끼고 자신에 대해 감각하는 기능이 쇠퇴하는 것이지요.

워슬링은 "우리는 무언가를 만질 때 비로소 그 상대가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느끼게 된다"라며 "신체 접촉이 중요한 이유는 이를 통해 타인들과 함께 만드는 사회적 세상 속 자신의 위치를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워슬링은 이어 "서로 만지지 못하게 할 경우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 한다"라며 "이를 금지하는 것은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경고합니다. 사람 만나기 싫다는 사람도 예외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들의 삶을 형성해온 데에 접촉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가이 윈치도 같은 지적을 합니다. 윈치는 1년 이상 다른 사람과 신체 접촉을 전혀 하지 못한 사람들을 알고 있다며 "그들은 정말 괴로워하고" "어쩐 종류의 포옹도 하지 못하는 이들은 사회적 외로움과 추위 비슷한 감각을 느끼며" "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정신적 상처가 된다"고 지적합니다.

윈치는 "모두가 그리워하는 포옹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 감정적으로 충만한 신체적 접촉"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연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최고를 경신하는 요즘 포옹이란 언감생심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체 접촉과 비슷한 효과 내는 법
 
악수하는 모습.
 악수하는 모습.
ⓒ px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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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톤은 이 글에서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어려운 코로나19 시기에 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하루에 카톡을 많이 합니다. 전화 통화도 잘 안 하는 편입니다. 카톡 대화는 대부분 가벼운 인사거나 일에 관한 내용입니다. 할톤은 가벼운 인사도 좋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며 15~20분가량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라고 합니다. 할톤은 무엇이 의미 있는 대화인지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의례적인 인사나 농담, 사무적인 내용 외에 속마음을 드러내는 대화가 여기 해당할 것 같습니다.

할톤은 의미 있는 대화야말로 '진짜 소통'이라고 부릅니다. 그는 각자 산책을 하면서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이런 대화가 신체 접촉만큼의 자극은 되지 못하지만 소속감과 친밀감을 자극해 준다고 그는 말합니다.   

만일 실제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그 사람에게 집중하라면서 그 사람의 눈을 쳐다보라고 합니다. 서로를 쳐다보는 것은 신체 접촉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신체 접촉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방법으로 할톤은 따뜻한 목욕, 반려동물 껴안기를 제시했습니다. 

태그:#코로나19, #신체접촉, #C-촉각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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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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