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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가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세 번째 파업에 돌입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건보공단 본사가 있는 원주에서부터 청와대까지 도보행진(3일~10일)을 벌이는 고객센터지부 노조원 및 그들을 응원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네 차례에 걸쳐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이전기사 수년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 상담사 1600명의 절규 http://omn.kr/1up8u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도보 행진을 하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 조합원들의 모습. 이들은 3일부터 10일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가 있는 원주부터 청와대까지 걸을 예정이다.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도보 행진을 하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 조합원들의 모습. 이들은 3일부터 10일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가 있는 원주부터 청와대까지 걸을 예정이다.
ⓒ 신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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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대통령의 약속 미이행

'자세히 설명해 주지 마! 물어보는 것만 대답해! 친절한 척 오지랖을 떠니까 콜 수가 떨어지잖아.'

'화장실 간다고 5분 자리를 비우면 찾으러 와요. 하루 140콜 150콜 받으려면 2~3분 이내 전화를 끊어야 하거든요. 5분이면 두 콜이나 받을 시간인데... 물을 안 마시기도 하고 기저귀 차고 일을 하기도 해요. 근무시간 중에 화장실 안 가려고요... '


하루종일 마스크를 쓴 채 말을 하는 직업인데도 물을 마시지 않는다. 쉼없이 전화를 받기 위해 화장실도 순번 정해서 가야 하고 보건휴가 신청하니 생리현상을 증명하라고 한다. 1970년대 노동자들의 얘기가 아니다. 2021년 현재, 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의 이야기들이다.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 안내된 번호(1577-1000)로 전화를 하면 '함께 하는 건강보험 상담사 OOO입니다'라는 멘트로 상담사가 전화를 받는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사들이 건강보험공단 소속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을 만나기 전까지는...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국민을 질병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건강보험'과 '노후의 편안한 삶을 보장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한 상담을 통해 공단의 각 부서와 가입자 사이의 소통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소속은 공단이 아니라 민간위탁 사업장이다.

이들은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 사회기능을 유지하는 필수노동자로 분류되었다. 2019년에 비해 40% 이상 노동 강도가 세진 조건을 감수하며 코로나 유증상자 실시간 접수, 발열증상 조치방법 등의 상담을 통해 시민의 귀와 눈이 되어 주었고 건강안전지킴이로서 그 역할을 수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정규직 제로를 역설하며 고용불안과 차별 해소를 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그리고 공공서비스 혁신과 상시지속 생명안전업무의 직접고용을 약속했다. 그러나 임기말이 다 되도록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투쟁에 나선 지 반년이 지나고 있지만 정부와 공단은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고객센터 노조 부지부장이 단식농성에 돌입한 지 10여일이 넘었다.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지금 대통령을 만나 담판을 짓기 위해 8월의 뜨거운 아스팔트의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 안으며 원주 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청와대를 향해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성장과 함께 확대된 건강보험고객센터

작년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접하면서 시민들은 감염병 유행의 혼란과 공포 속에서 공공성의 의미와 필요성을 체감했다. 위기 상황 속에서 건보공단은 코로나19 유선상담, 역학조사 참여 등으로 정부 방역체계의 일익을 담당했으며 재난지원금의 신속한 지급 지원, 격리·치료시설 운영 등 코로나19 발생 직후부터 감염병 대응에 역량을 집중해 나갔다.

코로나19 이후 공단이 실시한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코로나19 국가재난 상황에서 국민건강보험이 있어서 안심'이라는 응답이 94.8%나 나왔다. 국민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신뢰는 전국민당연지정제를 기반으로 한 공공적 운영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위기상황에서도 국민건강보험의 공공적 역할에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늘 함께 했다.

공공기관 경영효율화라는 미명 아래 외주화된 상담업무는 2006년 3개 고객센터로 출발하여 현재 12개로 확대되었다. 공단 제도변화나 업무의 확장과 함께 고객센터의 업무도 확장되어 왔다. 영유아 건강검진(07.11) 노인장기요양보험(08.07) 4대보험 징수통합(11.01), 외국인당연가입제도(19.07) 등 제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해당 유선상담업무를 고객센터에서 수행했다. 뿐만 아니라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도 건보공단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노동을 수행했다.

# 건강보험고객센터 직영화 이유 몇 개 더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애오개역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 13개 단체 관계자들이 건보공단의 '직접 고용'과 '정규직 전환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행진 참가자들은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최소 허용 인원수인 9명 이하로 만들어 '거리두기' 행진을 했다.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애오개역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 13개 단체 관계자들이 건보공단의 "직접 고용"과 "정규직 전환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행진 참가자들은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최소 허용 인원수인 9명 이하로 만들어 "거리두기" 행진을 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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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은 5100만명의 시민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한 사회보장제도이다. 시민들은 보험료와 연동된 소득조정이나 체납, 피부양자 등록, 건강검진 등 상담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 충분히 상담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3분 이내 상담을 끝내지 않으면 관리자로부터 상담종료 독촉에 시달린다. 위탁업체는 콜수로 실적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접속이 어렵거나 이동이 불편한 노인들, 건강취약계층들에게는 눈높이 상담이 필요하지만 민간위탁 상황에서는 충분한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법 개정 등으로 업무지침이나 자료가 변경되는 경우, 지침 개정에 대한 공지가 늦어지고 자료공유가 원활하지 않아 가입자들의 불편과 혼란이 가중되기도 한다. 민간위탁소속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체계적인 교육상담, 직무훈련 시스템이 없어, 노동자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며 숙련을 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국민을 서비스 대상으로 하며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건강과 질병 정보 등 내밀한 개인정보까지 다루고 있어서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공공적 책임이 요구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민간 사업장에서 이러한 개인정보에 여과 없이 접근 가능하다면? 민간위탁 사업장인 건보고객센터가 그러하다. 직영화가 되어야 하는 이유, 이토록 당연하다.

공공부문 공공성은 사회구성원 전체의 복리를 위해 시장경제에 의해 확보되지 않는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있다. 이는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의 노동의 성격과 맞닿아 있으며 질높은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하기 위해 고객센터 직영화는 필수이다.

# 고객센터 직영화, 건강보험공단 지속가능성 척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시민사회와 함께 한 통합과 확대의 결과물이다. 지금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998년 10월 227개 지역의료보험조합과 공무원교직원의료보험관리공단과 통합으로 탄생한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1차 통합)에 이어, 2000년 7월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과 139개 직장의료보험조합을 통합(완전통합)해 출범했다. 조합간의 재정차이로 통합의 과정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많은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연대 활동과 토론을 거치면서 지금의 건강보험공단으로 통합을 이루어냈다. 공단과 시민사회가 국민 모두에게 건강보험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을 했기에 국민건강보험제도는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 건강보험고객센터와의 통합과제를 앞에 두고 있다.

노인장기요양제도 도입, 4대 보험 징수업무 통합 등 공단의 역할 확대로 대폭 인력 확충이 되어야 할 시기, 과거 정부가 밀어부친 '최소인력에 의한 공공기관 경영효율화' 정책으로 인해, 인력 충원이 극도로 제한되었으며 민간위탁 비정규직 확대라는 왜곡된 인력구조와 분절된 업무형태를 낳게 되었다. 상담업무는 2006년 민간위탁 되기 전까지 건강보험공단에서 하던 업무였다. 공단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민감하고 방대한 개인정보 접근을 필요로 하는 건보고객센터 업무는 애초 민간에 맡겨서는 안 되는 업무였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공공적 기능이 약화된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 사회인지, 각자도생만으로는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른바 K방역도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을 비롯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빈틈을 메워 온 많은 필수노동자들과 시민의 자발적 방역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근로복지공단과 국민연금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도 직접고용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건강보험고객센터를 민간위탁으로 유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 정부와 공단은 하루빨리 직접고용으로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업무복귀할 수 있도록 하여 더 이상의 공공성 약화, 국민건강권 훼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태그:#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원, #정규직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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