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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니라 아파트를 낳아라

이십 년을 일했는데 우리 이름으로 된 아파트 한 채 없다며, 아내가 운다. 욕심이 적은 아내, 아파트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허전한 마음 달래 줄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한없이 미안하기만 하다.

아파트는 없지만, 그래도 세 딸 낳아서 열심히 키웠다고 자신했는데. 아, 딸이 아니라 아파트를 낳았어야 했나. 다달이 들어가는 아이들의 교육비 대신 40년 장기 할부 대출금 갚아 나가는 것이 훨씬 더 뿌듯했을까.

신혼부부에게 신신당부한다. 예전에 '대책 없이 낳으면 거지꼴 못 면한다'라는 구호가 있었다고.

아파트가 아니라 아이를 낳았던 것은 미친 짓이었나. 아이들을 바라볼 때면 가슴 뿌듯하지만, 저 아이들도 언젠가 아파트 난민이 되어 나처럼 아픈 가슴 부여잡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 아프다.

아이가 아니라 아파트를 낳아라.
상처 입은 우리 가슴에 새겨야 할 단단한 문구 하나.

2021. 7.30

왜 이렇게 변변치 못한 시를 썼을까요. 답답한 마음 때문입니다. 누구나 가난은 참을 수 있지만, '상대적인 박탈감'은 참을 수 없습니다. 이심전심(以心傳心), 동병상련(同病相憐)입니다. 분노가 이해됩니다. 뉴스에서 연일 보도되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지켜보며 '자산의 인플레이션'에 동참하지 못한다면, 시쳇말로 나만 '벼락 거지'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불안감은 사람들의 눈을 가리며, 영혼까지 끌어모아 무리한 투자를 하게끔 합니다. 만약 눈을 가렸던 불안감을 걷어내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까요.

1·2인 가구의 지속적 증가

부동산값 폭등의 이유는 복잡합니다. 부총리까지 나서 부정적인 발화를 쏟아내도 소용없는 까닭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감 상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수요' 때문입니다. 최근 부총리가 말한 '수요 때문이 아니다'라는 말, 심정적으로는 이해는 가지만,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책임자의 발화로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저는 수요 때문이 맞다고 판단합니다. '대체 불가능한 물건'의 경우 수요가 부족할 때, 그 양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가격의 폭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경제부총리가 말했던 불안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유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 1인가구 비율 변화
 우리나라 1인가구 비율 변화
ⓒ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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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현재 국내 1인 가구 비율이 31.7%입니다. 664만 3354가구라고 하죠. 이 수치는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28.6%였습니다. 3년 사이 3.1%가 늘어난 것입니다. 비율로만 본다면 큰 수치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구 수로 보면 사뭇 달라집니다. 가구 수가 무려 100만 가구 늘어난 것입니다.

2020년 현재 우리나라 인구수가 5182만 명이며 이중 수도권이라고 불리는 서울·경기·인천에 거주하는 인구는 2604만 명입니다. 이 수치를 단순 적용하더라도 수도권의 가구 수가 최근 3년간 50만 가구 가까이 늘어났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젊은 층들이 수도권을 선호한다는 것인데요. 수도권 소형 아파트의 수요가 줄지 않는 까닭입니다.

외국인의 아파트 매집

조심스러운 얘기기는 하지만, 이 말씀도 드려야 합니다. 최근 언론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중국인의 국내 아파트 매집도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중국인의 국내 주택 매입이 16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지난달 28일 대법원 등기국이 밝힌 바에 따르면 2011년 648건에서 2020년 1만559건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전국'이라는 단서가 붙기 때문에 1만 건의 수치가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아파트 상승에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죠. 

최근 한 공인중개사는 <뉴시스>와 한 인터뷰에서 "고급 주상복합 단지나 신축 아파트 위주로 사진만 보고 계약금부터 잔금까지 한 번에 치르는 중국인이 적지 않다"라며 "여유 있는 중국인들이 비교적 가까운 서울 아파트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에 거주하다 잠시 한국에 머무르는 분을 인터뷰 해보면, 중국의 경우 외국인에 대한 영주권 발급도 까다롭고(나이 조건도 있습니다), 주택을 매수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는데요. 우리도 마찬가지로 다른 부동산은 몰라도 공공재인 아파트(주택)만큼은 비영주권 자·단기거주 영주권 외국인에게는 '일몰 조건'을 두어서라도 까다로운 제한을 두는 것이 어떨까 제안합니다.

금리 정책의 한계

문제는 '정책적'으로도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이 많지 않지 않다는 것이죠. 아파트 시장을 냉각시키는 방법 중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금리'를 올리는 것입니다. 지금 거의 '제로금리'라고 합니다. 아파트 담보대출이 2021년 6월 현재 2.74%입니다. 2년 만의 최고치라고 하는데요. 이는 정책당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고 보입니다. 그런데 금리 조정만으로 실효성을 높이려면, 얼마나 더 금리를 높여야 할까요. 일반신용 대출금리인 3.75%까지 올려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보다 기준금리를 1% 가까이 올려야 하는 상황일 텐데,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더군다나 내년에 대선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도 아니며, GDP(한국 국내총생산) 12위의 국가입니다. 만약 G7을 G10으로 확대한다면, 추가 3개국에 포함될 수 있는 유력한 나라입니다(일본의 방해만 없으면 말이죠. 일본이 방해하는 까닭은 우리와 중국이 일본의 안전보장이사회 가입을 반대하고 있어서죠).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금리는 미국의 금리와 밀접한 연관 관계가 있습니다. 미국 금리가 요지부동인데 우리나라 금리만 올리기에는 부담이 큽니다.

금리 인상은 부동산뿐만이 아니라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보면, 만약 한은에서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크게 올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올리는 시늉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위 연령의 변화와 아파트

2021년 중위연령은 44.3세입니다. 2012년 중위연령은 39.1세였습니다. 2012년에 비해 5.2년이나 오른 것입니다. 문제는 이 연령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죠. 중위연령을 확인하는 까닭은 우리나라 국민의 '중심축'이기 때문입니다. 중위연령이 높아지면, 문화나 생활, 구매 관심사도 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40대 초중반의 주요 관심사가 무엇일까요. 아파트와 사교육입니다.

중위연령의 변화폭이 크다는 것은 인구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특히 출생률이 심각한데요. 2020년 합계출생률은 0.84명입니다. 문제는 출생률이 0.84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매월 더 하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 0.7명대 돌입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인구절벽이 생기는 까닭 중 가장 큰 이유는 아파트라는 '안전한 주거의 부족 현상' 때문 일 텐데요. 이것은 결국 뫼비우스 띠처럼 아파트 가격의 발목을 잡을 단초가 될 것입니다.

현재 중위연령의 기준이 되는 1977년의 출생아 수가 82만5329명입니다. 20년 후인 1997년의 출생아 수는 67만5394명인데요. 1977년 대비 82% 수준입니다. 1997년생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해서 사회로 진출하는 나이입니다. 인구가 줄었다면, 주택 매입도 줄어야 하는데, 막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인구는 줄었지만 1~2인 가구 증가로 인해 부족분을 충분히 상쇄하기 때문입니다. 가구 수의 증가·하락의 폭은 다른 무엇보다 아파트 수요와 밀접하게 작용합니다. 그렇다면 10년 후인 2007년은 어떠할까요. 출생아 수는 49만6822명입니다. 1977년 대비 60% 수준입니다. 눈에 보이는 균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결책은 있을까?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울 강북지역 주택가.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울 강북지역 주택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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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으로 판단을 해 보겠습니다. 오늘의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1~2인 가구의 증가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일이지만, 세계적 저금리의 확산, 일관성을 잃어버린 정부의 정책, 중국인들의 아파트 매집이 동시에 영향을 끼쳤고, 국민의 불안 심리까지 버무려져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까가 문제인데요. 경제부총리의 발언을 그대로 믿는다고 해도, 올해 하반기가 될 것입니다. 문제는 잠잠해 진다고 해도 어떻게 잠잠해지느냐가 문제입니다. 과연 이전의 가격으로 내려올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죠. 아파트의 가격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습니다. 소수가 올려놓은 호가라면 모르겠지만, 다수의 손 바뀜이 발생한 상황이라면, 시세는 단단하게 형성됩니다. 다수가 '존버'하면, 시세는 단단해집니다. 아파트가 우리 자산의 중심축이기 때문에 버티는 것입니다. 어차피 살아야 할 집이고, 단기간 하락했어도 언젠가는 오른다는 믿음도 있죠.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구체적인 해결책을 짧은 글로서 다할 수는 없겠지만, 확실한 것은 현재 정부에서 제시하는 정책만으로는 오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절대적으로 정책의 '과감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합니다. 이쪽과 저쪽을 동시에 만족시키려는 정책으로는 어느 한쪽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부동산 대책 발표가 있었나요. 모면하기 위한 대책발표가 아니라, 획기적일 정도로 '창의적'이고 '과감한 해법'만이 오늘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출생률 하락과 아파트와의 상관관계

아파트 문제는 단기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에 시달리겠지만, 2017년 신생아가 사회로 진출하는 2040년 이후 지금과는 다른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1977년 출생아 수 대비 2017년 출생아는 43.3%에 불과합니다. 2020년 출생아는 1977년 대비 33%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1~2인 가구가 늘어난다고 해도 아파트는 남아돌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부터 출생률을 높인다고 해도 과거 출생아 수는 확정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노후주택뿐만이 아니라 노후 아파트 처리 문제도 사회 쟁점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일본과 다르다고 얘기하는데, 아파트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조금 늦게 도착하는 것뿐이지요. 현재의 40~50대는 모르겠지만, 20~30대에겐 아파트는 불완전한 노후보장책일 뿐입니다.

아파트에 앞서 융단폭격을 당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대학'과 '군대'입니다. 올해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은 2003년생입니다. 2003년 출생아 수는 49만5036명입니다. 군대 입대자원은 출생아 수의 절반(2001년 출생성비 : 109.0)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늘의 대학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고 하는데, 출생아 수가 30만 명대로 떨어지는 2017년생이 입학하는 2030년 중반쯤에는 오늘도 좋았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리고 27만 명대인 2020년생이 대학을 들어오는 시점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이 문제는 다음에 다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또 하나의 심각한 현상 하나를 말씀드리면, 북한의 출생률과 우리 출생률 간의 상관관계입니다. 유엔인구기금이 발표한 북한의 합계출생률은 1.9명이라고 합니다. 물론 북한의 유아 사망률이 높아서 1.9명을 계속 유지할 수 없겠지만, 수치로만 본다면 우리의 배가 넘습니다. 북한의 인구는 2020년 기준 2589만 명이라고 하는데요. 합계출생률로 신생아 수를 곱하면, 49만 명입니다. 생각보다 많죠. 2020년 우리의 출생아 수가 27만 명 수준이니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남북한 인구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가 되면 아파트는 걱정거리도 아니겠죠.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평화통일이 이뤄진다면 출생률은 문제도 아니겠지요. 그런데 이렇게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 있을까요. 걱정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덧붙이는 글 | 시인이 시가 아니라 부동산 관련 글을 쓰는 것이 적당할까 오래 고민했습니다. 쓰고 지우기를, 기사를 송고했다 취소하기를 반복했죠. '시인'이기 이전에 '시민'이기에, 부동산을 바라보는 개인적인 시각을 말씀드리고 싶어 글을 송고합니다. 저는 잠시나마 대학원에서 경영을 전공했으며, 증권·부동산 업계의 문지방을 넘어본 경험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태그:#아파트, #주택, #인구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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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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