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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의 공공 전시장 '시민 갤러리 사카에'(榮)에서 열린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관람객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의 사진을 찍고 있다.
 6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의 공공 전시장 "시민 갤러리 사카에"(榮)에서 열린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관람객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의 사진을 찍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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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우익의 방해를 뚫고 2년 만에 다시 일본에서 전시됐다.

소녀상은 6일 일본 나고야시 나카구에 있는 시립 미술관 '시민 갤러리 사카에(栄)'에서 시작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시회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19년 8월 일본 아이치현 트리엔날레에서 전시됐다가 우익 단체의 항의로 중단됐던 기획을 재구성한 이번 전시회는 소녀상을 비롯해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을 일으킨 히로히토(裕仁·1901∼1989 재위) 일왕이 불타는 모습을 담은 영상 작품 '원근(遠近)을 껴안고'가 전시됐다.

이날 전시회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전시장 측과 경찰이 경비를 강화하며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일본 현지 언론의 취재진도 대거 방문했고, 일부 관람객은 소녀상 옆에 앉아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러나 한 관람객은 일부러 큰 소리로 불만을 표하며 전시를 방해하다가 갤러리 측의 제지를 받고 쫓겨났다고 나고야 지역 유력지 <주니치신문>이 전했다. 

앞서 아이치현 트리엔날레에서 전시됐던 소녀상은 우익 단체의 항의와 협박에다가 일본 정부도 압박을 가하면서 원래 예정됐던 전시 기간을 채우지 못한 바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아이치현 트리엔날레에 교부하기로 했던 정부 보조금을 일방적으로 취소했고, 일본 예술계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며 위헌 논란까지 제기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 후 도쿄와 오사카에서도 전시회를 추진했으나, 우익 단체의 항의 때문에 안전상의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전시회장을 확보하지 못해 무산됐다.  

우익 단체, 전시회장 앞 몰려와 항의 시위 

이번 전시도 최종 성사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나고야시에는 전시를 막으려는 항의 전화와 메일이 쏟아졌으나, 당국자는 "주최 측이 혼란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약속한 이상 행정의 이유로 전시를 막을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은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시회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관사 앞에 몰려와 아침부터 밤까지 심하게 욕설을 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시회가 시작된 이날도 일장기와 확성기를 든 20여 명이 갤러리 앞에 모여 "폐하(일왕)에 대한 모욕은 예술이 아니다", "이런 전시회는 단호히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또 다른 일본 시민들은 "모욕이 아니다", "제발 돌아가 달라"라고 쓴 플래카드를 내걸면서 맞불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이번 전시회는 11일까지 계속된다. 

일본 관서 지방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일본 미술가 오카모토 미츠히로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이 소유한 갤러리라면 몰라도 공공시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전시회를 거부하는 것은 안 된다"라며 "특히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같은 전시회는 주제의 특성상 일본 사회에서 전시 공간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기회가 무척 소중하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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