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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댐 인근 풍경(자료사진)
 경북 안동댐 인근 풍경(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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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호는 낙동강 상류를 막아서 만든 51.5㎢의 인공호입니다. 경북 안동시 와룡면, 도산면, 예안면, 임동면 등에 걸쳐 있을 정도로 넓습니다. 전남 목포시 면적 정도 됩니다.

경상북도는 2019년 11월 도의회 농수산위원회 회의에서 야심찬 계획을 보고합니다. 2020년 신규사업으로 도산면 동부리 일원에 안동호 민물낚시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경북도의원들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 박창석 의원 : "민물낚시 테마파크, 이것 안동호 안에 하는 겁니까? 안동호 식수 아닙니까?"
- 김두한 경북도청 해양수산국장 : "아닙니다. 식수는 아니고요."
- 박 의원 : "상수원은 상관없습니까?"
- 김 국장 : "예, 그렇습니다."


낙동강 유역에 자리잡은 안동호가 영남지역 식수로 사용된다는 사실은 이미 언론 보도 등으로 알려진 사실입니다. 정부는 먹는 물로 쓰이는 안동호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7년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곳에서 테마파크 사업이 가능하냐는 질문인 겁니다. 당시 경북도 측은 상수원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렇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안동호 민물낚시 테마파크 조성사업은 약 한 달 뒤인 같은 해 12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같은 문제 제기를 받았습니다.

- 김시환 의원 : "안동호는 상수원입니까, 상수원이 아닙니까?"
- 김남일 경북도청 환동해지역본부장 : "상수원이 아닙니다."
- 김 의원 : "혹시 환경문제에 대해 한번 고민해 봤습니까?"
- 김 본부장 : "현재 저희 사업 예상지는 수산자원 보호구역 내 낚시터 및 제1종 근린생활 등의 시설이 가능한 지역인데, 하여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몇 번을 물어도 '문제없다'


엄밀히 말해 안동호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아니지만 인근 주민들이 먹는 물로 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이곳이 자연환경보전지역이라는 사실입니다. 자연환경보전지역은 자연환경·수자원·해안·생태계·상수원과 문화재의 보존, 수산자원 보호·육성 등을 위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에 따라 도·시·군관리계획으로 결정·고시된 지역을 말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규제 지역이라는 겁니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사업 대상지는 현재까지 제1종 근린생활 등의 시설이 가능한 지역도 아니었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이 아니라 전략 환경영향평가 지역이었습니다. 왜 도에서 정확한 현황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는지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아무튼 경북도의회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 하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김 본부장의 설명을 듣고 공사비 70억 원, 실시설계(기본설계 후 상세한 설계도서를 작성하는 업무)비 3억여 원의 예산을 편성합니다. 다시 1년 뒤인 2020년 12월 경북도의회 농수산위원회. 이번에는 공원 변경 절차까지 다 거쳤다고 보고됩니다.

- 김성학 경북도청 해양수산국장: "올해 (실시설계비) 3억 원 들어갔습니다."
- 임미애 의원 : "(그중 도비는) 올해 1억 9500만 원으로 진행됐던 거잖아요."
- 김 국장 : "예."
- 임 의원 : "안동호 민물낚시를, 그것도 테마파크 형태로 해서 갖추는 게 사업의 타당성 점검이 좀 됐나요?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나요?"
- 김 국장 :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인데, 그런 절차들은 올해 다 이행하고요. 내년부터 착공이 되는 단계에 있습니다."
- 임 의원 : "그러면 환경영향평가 등 사전 법적 절차들은 다 진행됐다는 소리인가요? 아무 문제가 없나요? 안동호를 상수원으로 쓰고 있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은데."
- 김 국장 : "그 부지에 대해 공원 계획을 변경하는 절차 그런 것들은 올해 다 거쳤고요."


공원 계획을 변경했다는 말은 자연환경보전지역 해제를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사업은 중요한 쟁점들을 통과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무산된 사업, '해프닝'으로 끝내선 안 되는 이유
 

하지만 2021년 4월 28일 경북도의회 농수산위원회 회의록에는 갑자기 이런 기록이 등장합니다.

- 정근수 의원 : "안동호 민물낚시 테마파크 조성, 왜 예산이 전액 삭감이 됐습니까?"
- 이영석 경북도청 해양수산국장 : "이때까지 진행 중인 사업 예정지가 행정절차를 완료하지 못해서... 자연환경보전지구 해제를 해야 (사업이) 완료가 되는데요. 해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돼 사업을 포기하게 됐습니다."
- 정 의원 : "국장님, 그것을 미리 파악하지도 않고 사업을 선정했습니까?"


지난 2년 동안 제1종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올 수 있다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 하면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고, 실시설계비로 공원 계획을 변경하는 절차를 다 거쳤다고 단언했던 사업이, 갑자기 예산 자체가 다 사라진 채 상임위원회에 보고된 것입니다.

알고 보니 안동시가 지난 3월 23일 사업포기서를 제출했습니다. 애초 사업준비 기간을 3년으로 잡고 진행했는데, 사업부지 인허가 제약 등으로 인해 사업완료 시기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이를 두고 경북도는 안동시에 사업 무산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입니다.

또 도의회에서 도비 1억9500만 원이 실행됐다고 했던 내용도 확인해보니 실제로는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안동시에 실시설계비를 내려보냈지만 단 한 푼도 쓰지 못했던 것입니다.

안동시는 예산이 내려온 연말인 2020년 12월 2일에야 대구지방환경청과 뒤늦게 업무협의를 진행했습니다. 사업 진행 전에 미리 확인했어야 할 일을 예산이 편성된 지 1년이 지나서야 진행한 것입니다.

주요 내용은 안동호 민물낚시 테마파크 조성사업 개요 설명과, 사업기간 내 자연환경보전지구 해제 가능 여부, 사업대상지 환경영향평가 협의 및 기간 문의였습니다. 여기서 대구지방환경청 담당자들은 '사업기간 내 자연환경보전지역 해제에 대해 장담을 못한다'며, '환경영향평가 통과도 사업기한 내 불가능하다'고 답합니다.

결국 경북도청 고위급 공무원들이 그렇게 단언했던 2년간의 보고는 사실상 '거짓말'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임미애 경북도의원은 이렇게 지적합니다.

"현재 위증죄 등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행정부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의원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없게 하는 경우, 의회 차원의 공개경고 같은 조치가 이뤄져야 하고 시스템으로 (공무원) 인사에 반영돼야 합니다."
 

사실 지방의회에 이런 사례는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사업 예산을 편성하기 전에 꼼꼼하고 세밀한 검증이 필요한데도 '문제없다', '경제성이 높다', 또 어떨 때는 '중앙정부가 이렇게 요구한다'며 일단 서둘러 추진하고 보는 거죠. 판단할 정보도 부족하고, 제공된 정보조차 정확하지 않다면 지방의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지방정부를 감시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민물낚시 테마파크 사업이 가능하다고 의회에서 단언했던 두 명의 국장에게 이유를 들어보려 했지만 '현재 교육 중'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경북도청 관련 부서에 질의하니 잘 모르겠답니다.

그러면 끝나는 일인가요? 만약 예산을 사용하다 문제가 생겼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안동시의 이번 사건을 '해프닝'이라며 그냥 넘겨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대구의정참여센터 운영위원장입니다.


태그:#민물낚시 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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