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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차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차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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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유능함'을 유독 당부합니다.

2017년 5월 10일 취임 선서에서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습니다"라고 한 것을 시작으로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8주기 추도식 연설에서는 "우리가 안보도, 경제도, 국정 전반에서 훨씬 유능함을 다시 한번 보여줍시다"라고 역설했습니다.

해양경찰을 향해서는 "강인하고 유능한 조직으로 발전"하라고(2017년 9월 13일 제64주년 해양경찰의 날 기념사), 경찰을 향해서는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유능한 민생 경찰로 거듭"나라고(2017년 10월 20일 제72주년 경찰의 날 치사) 당부했습니다.

국정원에도 "더욱 높아진 대북 정보 능력으로 위기 시에는 위기에 유능하게 대처"하라고(2018년 7월 20일 국정원 격려 및 당부 메시지), 민주당을 향해서는 "강하고 유능한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2018년 9월 1일 당·정·청 전원회의 모두발언) 노력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2018년 10월 2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도 "업무에서 유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했습니다.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유능한 청와대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자세히 설파하기도 했습니다.
 
첫 번째는 역시 유능해야겠다라는 것입니다. 공직에 근무하는 사람의 가장 기본이 저는 유능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국정을 이끄는 곳입니다. 국정을 이끄는 중추고, 국정을 이끄는 두뇌고, 그렇게 본다면 청와대야말로 정말 유능해야 합니다. 한 분 한 분이 자기 업무에 유능할 뿐만 아니라 국정은 혼자서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협업이라는 면에서도, 또 부처하고의 사이에 협력 관계를 제대로 구축한다는 면에서도 다 유능해야 합니다.
- 2018.6.18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 발언

부족하거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보완하면서 더 유능한 청와대가 되어 주기 바랍니다. 유능의 척도 속에는 소통 능력도 포함됩니다.
- 2019.1.14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 발언

'유능해야겠다'에서 '유능하다'로

최근으로 오면서 대통령의 유능 발언에는 '현 정부는 유능하다'는 인식이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백신 수송 모의 훈련을 참관한 자리(2021년 2월 3일)에서 대통령은 "우리가 방역에서 유능했듯이 접종에서도 유능한 면모를 보여 주기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4.7보궐선거 이후에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2021년 4월 19일)에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민의 평가는 어제의 성과가 아니라 오늘의 문제와 내일의 과제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정부는 무엇이 문제이고 과제인지 냉정하게 직시하고, 무거운 책임감과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할 것입니다. 공직기강을 철저히 확립하고,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마지막까지 부패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유능해야 합니다.

인수위 없이 출범해 한순간도 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말을 한 뒤에 나온 말입니다. '마지막까지 유능해야 한다'는 말은 발언의 맥락상 지금까지 유능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말로 보입니다.

그러나 국민의 평가는 다른 것 같습니다. 

한국갤럽이 4월 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29%가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의 원인으로는 '부동산 정책(28%)'이 1순위로 꼽혔고 코로나 대처 미흡이 17%로 뒤를 이었습니다. 그 외 '경제·민생문제 해결 부족(9%)', '전반적으로 부족(5%)', '인사 문제(5%)' 순으로 나타났습니다(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인식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이와 같은 인식 차이는 이전 대통령에게서도 나타났습니다.
 
"사실은 경제에 대해서 얼마나 내가 골머리를 앓고 열심히 했습니까? 경제 하나만은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열심히 했는데, 안 했다고 하니까 또 안 한 거가 되어버리더라고요. 경포대, 뭐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고 그런 말까지 나오고 그게 확 유행을 해 버리니까, 경제를 안 한 대통령이 돼 버렸어요, 실제로는 했는데. 아주 열심히."
- 2007.10.10 <오마이뉴스> 노무현 대통령 인터뷰 중에서 

"(건국 이래) 역사상 이런 세계적 경제위기를 잇달아 맞은 것은 처음이다. (2008년에는 대공황 이후) 80여 년 만에 미국발(發) 글로벌 세계 경제위기가 왔다. 2011년에는 유럽발 재정위기가 또 왔다. 임기 중 세계적 경제위기를 두 번 맞았는데, 대통령으로서 (임기 중) 두 번의 위기를 맞는다고 어느 국민이 (내 심정을) 이해해 주겠나. (2008년에는) 기업들이 부도위기로 얼마나 긴장했겠는가. 내가 그 일(경제 위기 극복)에 정말 전력을, 최선을 다했다."
- 2013.2.15 <동아일보> 이명박 대통령 인터뷰 중에서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생각했던 바와 다르거나 최선을 다한 만큼 결과가 나왔다고 여기는데 국민의 판단이 다르면 답답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보다는 인정하는 것이 상황을 타개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서울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서울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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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문 대통령은 4월 19일 수석보좌관 회의 발언에서 "국민의 평가는 어제의 성과가 아니라 오늘의 문제와 내일의 과제에 맞추어져 있다"라며 "방역과 부동산 문제는 민생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꼽은 부동산 문제와 방역은 그 뒤에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서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의 원인 1~2위로 꼽혔습니다. 

행여라도 유능했다는 생각에 갇혀 국민과 인식차이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말 그대로 '오늘의 문제와 내일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남은 임기 역량을 집중하기를 기대합니다. 

태그:#문재인 대통령, #유능,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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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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