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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아파트 단지.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아파트 단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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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보유세 강화해야 하는데 종부세 폐지 법안 낸 이유)에서 나는 부동산 문제 해결에 가용한 정책 수단이 조세라고 하였다. 그러나 가격의 하향 안정화 측면에서 모든 조세가 이 해법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양도소득세를 보자.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면 매매차익에 대한 기대이익을 낮춰 투기 수요를 줄이는 경로를 통해 자산가치를 하락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매매차익의 크기는 양도소득세의 크기만이 아니라 가격의 상승폭도 주요 변수이다.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기대이익을 줄이려면 세 부담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그 정도로 세율을 대폭 올리는 것은 조세법 체계 안에서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더구나 1가구 1주택 비과세, 임대주택 면세 등 비과세·감면이 매우 발달한 우리나라 양도소득세의 특성도 이 세제를 활용한 가격 하락 효과를 크게 제약한다.

양도소득세는 특히 실현이득에 과세되기 때문에 세부담을 대폭 늘리는 조치가 자산 보유자들의 매매 중단으로 이어지는 잠김 효과(lock-in)를 낳는다. 주택 가격의 하락에 다주택자의 매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양도소득세의 강화는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바람직하더라도 부동산 가격 하락을 위한 수단으로서는 역효과의 소지가 크다. 거래세에 속하는 취득세도 비과세·감면이 발달해 있고, 무엇보다 임차인에게 세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

자산가치 조정에 가장 우수한 '보유세'

보유세는 양도소득세와 거래세의 난점을 극복하는 조세이다. 보유세가 자산가치의 조정에 가장 우수한 이유는 소위 '조세의 자본화 효과'가 가장 우수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설명해보겠다. 보유한 자산이 1억원이고 실효세율 1%의 보유세를 부과하면 납세자가 부담하는 보유세액은 100만원이다. 이 100만원을 금융 채무에 대한 이자로 가정하자. 대출 이자가 4%일 때 그는 2500만원의 빚을 진 채무자일 것이다. 이 때 보유세 실효세율 1%는 보유자산 1억원의 실질 가치를 7500만원으로 만드는 효과를 갖는다.

보유세의 자본화 효과에 의한 지가 하락은 양도소득세와 달리 즉각 발휘된다. 보유세는 취득이나 임대에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보유 자체에 부과하기 때문에 적어도 조세 이론상으로 세 부담의 전가가 불가능하다.(실제로는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해 갖는 힘의 우위로 전가 가능성도 있으나 임대차 3법과 같이 임차인의 대항력을 높여주는 제도를 잘 만들어 전가를 막을 수 있다) 보유세는 또한 매년 부과되기 때문에 중과되면 양도소득세의 잠김 효과와 반대되는 효과를 갖는다. 부동산을 과다 보유한 이들에게 매각이 이익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인상, 공시가격 현실화 추진 등으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 상태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사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이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조세의 자본화 효과가 다른 가격 인상 요인을 누를 정도로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재산세와 종부세로 이뤄진 보유세 합계액은 2018년 13조4000억원, 2019년 15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그럼에도 민간 보유 부동산 시가 총액과 대비한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에 그친다. 국가간 비교가 가능한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3개 국가의 평균은 0.41%이다.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 국가들보다 2.6배 정도 낮다.

때문에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한 수준으로 보유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행 보유세제 대신 토지만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세제 마련이 필요하다. 

한계 뚜렷한 종부세
 
 서울 서초구의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서울 서초구의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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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보유세 과세체계에서 토지는 용도별로 종합합산토지, 별도합산토지, 분리과세토지로 구분되어 과세요건과 세율을 달리하고 있다. 분리과세토지에는 재산세만 부과되고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용도별 구분은 그 자체로는 생산적 목적과 투기적 목적의 토지 보유를 구분해 접근하는 합리적 이유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전국 농지의 투기화, 법인의 비생산적 토지 보유 급증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때문에 새롭게 토지 보유세를 강화기 위해서는 기존 보유세 체계의 용도별 구분이 투기 만연으로 이어져 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새로운 세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다주택 투기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종합부동산세의 한계다. 부동산 최상층만을 집중 과세하는 보유세는 정치적 압력을 통해 세제가 완화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계층에게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지난해 종부세율을 상당히 올렸음에도 다주택 보유자들의 매물이 나왔다는 통계나 시장의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기본소득 토지세법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종합한 결과물이다. 토지의 용도 구분을 없애고 공시가격만을 기준으로 10억원 이하, 10억원 초과~100억원 초과, 100억원 초과 구간에 대해 각각 0.8%, 1.2%, 1.5%(법인 납세자의 경우 0.5%, 0.8%, 1.3%)로 과세한다. 이와 같은 세율로 과세할 경우 추정 세수는 2019년 개인과 법인의 토지 보유 현황 기준으로 약 43조원이다. 여기에서 이중과세 방지를 위해 세액공제하는 지방세법의 토지분 재산세 약 9조4000억원과 폐지되는 종부세 약 3조원을 제외한 보유세의 순증분은 약 30조원이다.

토지세를 통해 부동산 보유세가 30조원 늘어날 경우 민간 부동산 총액 대비 보유세의 실효세율은 OECD 평균보다 약간 높은 0.48%로 늘어난다. 우리나라 지가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 정도 규모가 되어야 다른 가격 상승 요인을 물리치고 보유세의 가격 하락 효과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기본소득 토지세법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각 과표구간 기본세율의 상하 30% 범위에서 세율을 조정할 수 있는 탄력세율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기본소득 토지세법의 정수 : 토지배당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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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 하락에 충분한 토지 보유세 강화만으로는 기본소득 토지세법의 정수를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이 법은 토지세로 거둔 세액을 모든 국민에게 배당하는 것이 또 다른 핵심이다. 법은 이를 '토지배당'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본소득당의 국회의원으로서 나는 기본소득을 공통부(common wealth)의 배당으로 본다. 공통부란, 어느 특정 개인의 것으로 귀속될 수 없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자격으로 누려야 마땅한 부를 가리킨다. 공통부 배당론을 토지에 적용하면, 공통부인 토지로부터 나오는 이익의 일정한 몫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가야 마땅한 만인의 권리이다.

따라서 토지배당은 그 필요성과 효과성을 논하기 이전에 그 자체로 정당하고, 토지배당을 하지 않는 것이 부정의한 것이다. 이런 원론을 전제하되 여기서는 토지배당의 정당성이 아니라 필요성만을 다루겠다.

21대 국회 들어 정부안과 상임위원장 대안으로 발의된 법안을 제외하면, 지난 4월 28일 현재 25개의 종부세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이 가운데 과세체계 정비 내용을 담은 1개 법안을 제외하고, 나머지 24개 법안 중 5개가 종부세를 강화하고자 하는 내용이고 19개 개정안은 크든 작든 세부담을 경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종부세를 강화하는 정부·여당안이 지난해 본회의 통과를 통해 입법되었지만, 지난 4월 7일 보궐선거 이후 4건의 개정안은 세부담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여기에는 여당 의원도 가세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는 국민의 4% 정도가 내는 종부세를 완화하자는 데 국민의 44%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것이 부동산 보유세를 둘러싼 조세정치의 현실이다. 보유세에 대한 조세저항은 항구적으로 조직되고 대표되고 있는 반면, 보유세 유지강화의 정치는 늘 궁지에 몰려 있다. 진보시민사회가 보유세 강화는커녕 현재 수준의 보유세를 지키기 위한 전선에서조차 대체로 패배하는 처지는 현재의 정치 지형에서 구조적이다.

토지배당의 정치적 함의

나는 토지배당만이 이 지형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소득 토지세법의 기본세율로 과세할 경우 국민 1인당 연 65만원을 토지배당으로 지급할 수 있다. 기본소득 일반이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한 배에 태우는 기획"이라면, 토지배당은 보유세 강화에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반대하는 대다수 부동산 약자들과 1가구 1주택자를 보유세 강화의 우군으로 만드는 기획이다.

2019년 기준 주택을 포함해 토지를 전혀 갖고 있지 않은 869만5882가구를 포함해 전체 2248만1466가구의 토지 소유 100분위 자료를 만들어 순수혜-순부담을 추정해 봤다. 그 결과 전체 가구의 약 88%가 토지세액보다 토지배당액이 더 큰 순수혜 가구가 되는 것으로 나왔다. 토지 소유 100분위 자료에서 순수혜-순부담의 경계선은 세대원 수에 따라 유동적이고, 종부세 폐지 등 다른 변수는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다른 기본소득형 토지 보유세 연구 결과들 역시 전체 가구의 90% 이상이 순수혜 가구가 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본소득 토지세법은 국민 대다수를 보유세 유지·강화의 우군으로 만드는 효과 이외에도 복합적 주거복지정책이기도 하다. 토지배당은 무주택 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임대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며, 강화된 토지 보유세에 의한 부동산 가격 하락은 임대료를 낮추는 효과를 갖는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토지개혁을 통해 부동산 불평등을 해소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부동산 불평등은 토지개혁 이전보다 더 심한 상태로 바뀌었다. 이제 제2의 토지개혁이 절실하다. 기본소득 토지세법이 국민들의 지지와 응원 속에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태그:#종부세,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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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 기본소득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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