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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 이상 어르신들이 4월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아트홀에 마련된 백신접종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은 뒤 부작용 여부 등 경과를 확인하며 대기하고 있다.
 75세 이상 어르신들이 4월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아트홀에 마련된 백신접종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은 뒤 부작용 여부 등 경과를 확인하며 대기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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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속도전에 중요한 변수가 생겼다. 

정부는 지난 4월 29일, '4월 백신 300만 명 접종'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했다. 접종 49일째인 4월 15일까지 1차접종자 수는 138만 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2주 동안 무려 168만 명을 접종한 결과다. 1일 현재 인구 대비 백신 접종률은 6.6%까지 올렸다. 

문제는 당장 남아있는 백신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은 1차 접종을 한 뒤 3주 후에 2차 접종을 하는 화이자 백신의 경우 지자체에 1차접종 추가 진행을 자제시켰다고 밝혔다. 5월 3주차까지는 2차접종에 집중하고, 이후에 다시 1차 접종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역시 물량이 부족하다. 추진단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일까지 200.5만회분이 도입되어 182만 9천여 명에게 1차 접종이 이루어졌지만, 최소 잔여형 주사기 사용(약 10% 절감)으로 현재 34.5만회분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물량 역시 최소 잔여형 주사기 효과를 추가로 고려할 경우 약 38.1만 명까지 접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주의 접종 추세를 보면 딱 1주일 분이 남은 셈이다.

추진단은 "5월 중순부터는 개별계약을 통해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약 7백만회분이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으로, 5월 초에는 조기접종 위탁의료기관 및 보건소 군부대 등에서 남은 물량을 활용해 접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소량이라도 주기적으로 공급되는 화이자와 달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코백스 퍼실리티에서 오는 백신의 경우 수급이 안정적이지 않다. 5월 중 공급되기로 예정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직계약 물량은 200만 회분, 코백스 퍼실리티 물량은 166만 8천 회분이다.

결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원활한 공급이 6월 1200만 명 접종이라는 2차 목표 달성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속도전은 좋았지만... 한국, '영국이 갔던 길' 갈 수 있을까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 서울 도봉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주사기에 담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 서울 도봉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주사기에 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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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접종 간격을 12주로 했을 때 82%의 예방효과가 관찰됐으며, 6주 미만이나 6~8주 간격을 두는 것보다 백신 효과가 높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역시 11주~12주로 접종 간격을 정하고, 최대한 1차 접종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이는 영국의 접종 전략과 유사하기도 하다. 영국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뿐만 아니라 화이자 백신까지 접종 간격을 12주로 늘림과 동시에, 최대한 1차 접종자의 숫자를 늘렸다. 1회 접종만 해도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이를 통해 영국은 확진자 수 감소는 물론 고위험층의 감염도 줄이면서, 위중증 환자 발생률과 사망률을 떨어트렸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선택한 1차 접종 '속도전'이 정부의 목표 달성을 위한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고 폄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고위험층 접종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관건은 초기 접종군에 대한 2차 접종이 예정대로 가능한 지 여부와 함께  65세~74세에 대한 1차 접종의 가능성 여부다. 아스트라제네카 2차 접종이 시작되는 오는 14일은 접종 시작일로부터 딱 11주가 지난 때다. 정부가 14일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접종 계획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추진단의 발표처럼 5월 중순에 상당량의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다면 1차 접종과 2차 접종을 함께 진행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2차 접종 일자가 12주 밖으로 밀리면서 논란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 "2차 접종도 제때 해야... 1·2차 함께 접종하는 것 대비 필요"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12주 간격 기준으로 1~2주 정도 미뤄진다고 해서 효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라면서도 "국민 신뢰도와 행정적인 측면에서 볼 때 제때 접종하는 게 맞다"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앞으로 접종 속도를 2배 정도 늘려야 할텐데, 그럴려면 수급도 받쳐줘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영국처럼 1회 접종을 최대한 늘리는 형태로 갔는데, 이러한 선택에 대한 결과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2주 넘어서도 효과가 괜찮긴 하지만, 그 전에 백신을 미리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라면서 "어느정도 여유가 있으니 그 전에 수급 문제를 해결하길 바라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앞으로 1·2차를 함께 접종하기 때문에 속도는 좀 늦어질 수밖에 없다"라면서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하는 위탁의료기관을 충분히 늘리고, 1·2차 함께 접종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병목 현상을 방지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밀하게 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코로나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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